한담객설閑談客說: 책읽는 남자, 신문읽는 여자 (III)
보스톤코리아  2022-01-31, 11:18:05 
오늘 졸문은 철학적 질문도 없고 과학적 대답은 더더욱 없다. 그저 전편에 이은 삼편이다. 

한국신문에서 기사하나가 눈에 띄었다. 했다. 한인2세인 하바드법대 졸업생을 인터뷰한 기사였다.  그가 한 말이다.  “독서를 정말 좋아한다. 20세기 초 미국 문학의 열렬한 팬이다. … 특히 하루에 1~3시간씩은 꼭 뉴스와 신문•잡지 같은 언론 매체를 읽는 데 시간을 보낸다.’  그가 덛붙였다. 뉴스는 생각을 민첩하게 만든다 했고, 뉴스를 읽으라 권했다. 과연 하바드 Paper Chase라  할만 하다. 책벌레인가 공부벌레라 해야 하나. 그러나 하바드 학생이라고 아무 책이나 읽는 건 아닐게다. 

닥치는 대로 읽는다. 독서광들에게 해당되는 말이었다. 책속에 빠져있는 사람들일텐데, 읽을게 부족할 적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하긴 내 처제가 말한걸 전해 들었다. 한식부페에 갔을 적이란다. 체제왈,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잘 먹는다는 건 자랑이 아니다. 맛있는게 많으니 골라가면서 먹어야 한다.’ 이말을 듣고 무릎을 쳤다. 세상엔 입맛에 맞고 골라 먹을 먹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어디 먹거리 뿐이랴. 이젠 닥치는 대로 읽을 필요는 없을 듯 하다. 나 역시 아무거나 읽고 닥치는대로 읽는 쪽은 아니다. 그럴만한 열정도 지구력과 인내심도 없다. 지루한 책을 펴면 하품이 먼저요, 눈꺼풀이 먼저 알고 내려 앉는다. 하긴 잠 안오는 밤엔 지루한 책이 그럴듯 하겠다. 그런 밤이 내겐 거의 없지만 말이다. 

우리교회 (보스톤한인교회) 장양술장로님이 책을 빌려줬다. 단서가 붙었는데, 읽고 꼭 돌려달란다. 어지간히 무던한 장로님이 이 책만은 예외다. 내가 정색하며 거절했다. 돌려줄 바에는 빌려 받지 않겠다. 빌리는 사람이 오히려 역정을 냈던거다. 난 책을 읽으며 밑줄을 치고, 페이지 접어가면서 더럽게 읽는다. 심지어 성경에도 밑줄을 긋고, 낙서를 한다. 그러니 읽은 후 더럽혀진 책을 돌려줘도 괜찮은가 되물었던 거다. 장로님의 난감한 표정이 눈에 선하다. 

장로님한테서 빌린 책엔 먼지만 쌓인다.  오늘은 읽는 대신 먼지쌓여 가는 책 겉표지나 닦아볼까?  이것도 핑게인데, 요즈음은 눈도 자주 침침해 진다. 졸음일거라 핑게만 앞선다. 
철학적 질문 과학적 대답. 독자분이 보내주신 책인데 제목이다.  이 책은 졸음없이 틈틈히 읽는다. 돌려달라는 말씀은 듣지 못했으니 이 책엔 낙서하고 밑줄도  긋는다. 

모세의 책중  가시나무 떨기에 관한 글에 (마가 12:28)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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