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613회 |
어머니와 딸의 그 숨결... |
보스톤코리아 2017-09-18, 12:39:18 |
자연과 가까이 있으면 세상 나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산을 오르며 느낀 일이지만, 대학생 젊은 친구들로부터 시작해 두 바퀴를 돌아야 만나는 '띠동갑' 어른 친구들도 있는 것이다. 관계라는 것은 이상하리만치 처음 만나면 나와 비슷한 공통분모를 찾게 마련인 이유이다. 일단 그 시작으로부터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틈이 생기고 그 틈으로 숨결이 흐르는 까닭인 게다. 그렇다, 산과 비슷하게 아이들을 다 키워 대학을 졸업시킨 연령대의 한인 여성들이 각처에서 40여 분 운전으로 모여 한 골프 클럽에 조인해 골프 모임을 갖게 되었다. 각자의 시간을 선택해 직장에서 쉬는 날이나 비지니스에 지장이 없는 날의 시간을 쪼개어 이렇듯 자연과 함께 오륙십대 여성들의 갱년기와 건강 챙김에 노력을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카트를 타지 않고 걸으며 골프를 한다는 것이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여느 때는 남편과 함께 부부동반 골프에 동행하게 되면 걷기보다는 카트를 타게 되는 것이다. 약 20여 명의 인원이 한 달에 두 번 정도 정기적인 '토너먼트'를 하고 있는데 어찌나 재미있는지 모른다. 골프를 시작한 지 오래된 분들이 많아 어설픈 초보자는 낄 수도 없거니와 끼워줄 수도 없는 정도랄까. 이렇게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데는 남편의 고마움을 빼놓을 수가 없다. 이른 새벽 골프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는 아내를 불평하지 않고 편안하게 해주니 고맙기 그지없다. 세 아이를 정신없이 키우며 혼자 많이도 버거웠었는데, 아이들 셋을 다 키워놓으니 남편의 따뜻한 배려와 후원에 고마움 더욱 가득하다. 골프를 함께하는 지인 중에서도 마음을 주고받으며 조금 더 가깝게 지내는 언니들과 동생들이 있다. 물론, 나 역시도 누군가와 쉽게 가까워지는 성격은 아니라 늘 적당한 거리를 두는 편이다. 그래서 어쩌면 세상 살기가 조금은 편안한지도 모를 일이다. 올여름에는 아는 언니 친정 어머님께서 딸네 집에 몇 달 놀러오셨다. 그래서 몇 가까운 지인들과 어머니와 함께 골프를 하게 되었다. 팔순이 넘으신 멋쟁이 어머님은 골프를 마친 후 딸의 친구들에게 점심을 사주신다. 점심 식사를 하며 함께 나누는 대화 속에서도 세상의 나이는 어디로 갔는지 젊은 우리들보다 더욱 환한 웃음과 품위는 정말 멋지고 아름다웠다. 저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가정에서 교육받고 자랐을 딸인 언니를 더욱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날 맛난 점심 덕분이었는지 그 언니보다도 어머니가 더욱 멋지고 마음에 들었다. 모임에서 보면 이 언니는 늘 씩씩하고 당당해 보여 참 보기 좋았다. 그런데 이번에 어머님을 뵈면서 이 딸의 그 당당함은 어머니로부터의 시작이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언니도 미국에 어릴 때 유학을 와서 그 유명하다는 '브라운을 거쳐 하바드'를 졸업한 인재다. 지금은 치과를 개업해 치과 의사로 그리고 하바드 대학교의 외래 교수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멋쟁이다. 때로는 몸과 마음이 너무도 바빠 쉬고 싶을 때가 많다는 투정을 한다. 시간의 여유가 있는 곁의 친구들을 보면 부럽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이 똑똑한 머리를 어찌 집안에 가둬두겠냐고 응원을 해준다. 어머님은 산부인과 의사였으며, 한 대학에서 가르치셨단다. 학생들을 평생 지도하신 이유일까. 딸 친구들과 함께 마주하셔도 그냥 동년배 같은 편안한 느낌이 들어 좋다. 우리들의 화들짝거리는 수다에 한 번씩 환하게 웃어주시는 모습에서는 소녀같은 느낌마저도 든다. 이렇듯 친구란 세상의 나이가 아닌 서로의 생각과 삶의 가치관의 깊이와 높이와 너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싶다. 나도 저렇게 저 어머니처럼 평안하고 여유로운 마음과 모습으로 살고 싶다고 내 마음에게 일러주는 하루였다. 그래서 마주했던 시간의 갑절로 돌아오는 길도 행복했다. 어머니의 그 숨결 그리고 이어진 딸의 맑고 밝은 성격과 당당함은 곁의 친구들에게도 기쁨과 행복을 준다. 타고난 머리의 똑똑함만 자랑하는 것이 아닌 열심과 성실의 삶을 몸소 실천하며 사는 모습에서 곁의 우리는 감동을 받는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주어진 시간에 충분히 즐겁게 누리며 사는 삶은 참으로 아름답지 않은가.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라는 글귀를 떠올리면 세상이 바로 보인다. 남의 이뤄놓은 것을 인정하며 귀히 여기는 마음이 곧 내가 인정받고 귀히 여김을 받는 까닭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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