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도(花郞徒)와 성(性) 그리고 태권도(跆拳道) 61
보스톤코리아  2014-12-29, 12:28:47 
일제의 강점기가 너무나 길었고 우리문화의 말살정책이 얼마나 가혹했는가는 이견의 여지餘地가 없다. 무예의 측면에서만 봐도 해방 무렵에는 우리의 무예가 거의 자취를 감추고 일본의 가라데가 잠식하고 있었다. 한두 세대를 거치면서 전승되지 못한 무예는 갑자기 해방을 맞으면서, 일제시대 당시 일본이나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수련한 무인들에 의해 도장들이 개관되었다. 1950년대 말까지도 우리나라에는 체계화된 우리의 무술이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일본에서 들어온 유도, 가라데의 우리말인 당수도(또는 공수도) 외에 중국의 영향을 받은 권법 등이었다. 이 권법을 무예도보통지의 권법을 비전秘傳한 무예라고 하기엔 자괴감이 드는건 무도인의 양심일까? 통분痛憤일까?

어수선한 국내 정황상 체계화되지는 않았지만 해방 후 무술 도장은 도처에서 개관하면서 그간 쌓였던 울분을 기합으로 토해내곤 하였다. 
우리나라 태권도의 현대사는 대단히 방대하다. 그리고 중추 문파의 창관자나 초대관장들은 거의 유명을 달리하였지만, 아직 2,3대 관장들과 개관 당시의 문하생들이 생존해 있는 관계로 얼키고 설킨 당시의 계보와 그들의 역학관계를 객관적으로 정립하기엔 아직도 시기상조인 면이 많다. 그래서 여기서는 그간 정확하게 고찰된 현대 태권도 역사의 중요한 부분을 초창기 9대 문파門派를 중심으로 살펴 본다.97)  

우리나라 태권도의 토대가 되고 현재의 태권도가 전 세계 방방곡곡에서 국위를 선양하고 한류의 시조이자 민간외교의 그 역할을 톡톡히 하는데는 초창기 태권도인들의 사명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초창기 5대 기간도장인 청도관, 무덕관, 조선연무관(지도관), YMCA 권법부(창무관), 송무관 등에 오도관, 강덕원, 한무관, 정도관의 4개관을 보탠 9관이 우리나라의 현대 태권도가 태동된 도장들이다. 

먼저 ‘청도관’을 보자. 청도관靑濤館, 글자 그대로 ‘푸른 파도’를 의미하며 청년의 기상과 활동력을 상징으로 삼는다. 관원들은 청도관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창설되었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청도관 창설자인 이원국李元國은 19세 때인 1926년에 일본에 건너가 중,고교를 거친 뒤 일본 중앙대학 법학과에 진학했는데, 이때 일본 가라데(공수도)의 본관인 송도관松濤館(쇼도칸)에 입문했다. 거기서 일본 가라데의 시조라 일컬어지는 후나고시 기친船越義珍으로 부터 가라데를 전수받았다. 이곳에서 이원국은 송무관松武館의 창설자인 노병직과 함께 가라데를 배운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래서 청도관과 송무관은 일본 송도관의 제자들이 세운 가라데(공수도)도장이다. 우리나라에서 시작한 도장 이름도 송도관의 ‘도’를 넣어서 ‘청도관’으로, 또 송도관의 ‘송’자를 이어받아 ‘송무관’으로 하였다. 이원국은 1944년 9월15일 서대문구 옥천동에 있던 영신학교 강당을 빌어 우리나라 최초로 ‘당수도’라는 이름으로 개관하였다. 하지만 정식으로 간판을 달고 전수를 시작한 시기는 1946년 2월 27일이라는 게 태권도계의 정설이다. 6.25동란 직후 청도관의 관원은 약200여명으로 전해지며 당시 이원국 관장은 일주일에 2번 정도 도장에 나와 수련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때 수련 지도는 유응준과 손덕성이 하였고 승급심사는 6개월에 한 번씩 치러졌다. 

청도관 출신으로는 유응준, 손덕성, 엄운규, 현종명, 민운식, 한인숙, 정영택, 강서종, 백준기, 우종림, 남태희, 고재천, 곽근식, 김석규, 한차교, 조성일, 이사만, 이준구, 김봉식 등 태권도를 세계적으로 전파하여 발전시킨 많은 무도인들을 배출하였다. 
청도관 분관分館(지관支館)으로는 인천을 중심으로한 강서종의 국무관國武館, 서울 서대문구 이용우의 정도관正道館, 광주 고재천의 청룡관靑龍館과 최홍희의 오도관吾道館 등이 있다. 

청도관은 초대 관장인 이원국에 이어 2대 관장은 손덕성, 3대는 엄운규로 이어졌다. 손덕성이 관장직을 맡았을 때인 한국전쟁 당시에는 일본으로 밀항한 이원국 관장 명의의 임명장을 놓고 엄운규, 현종명, 남태희 등이 갈등을 빚었다. 또한 2대 관장 손덕성과 최홍희와의 마찰 등으로 손덕성은 도미渡美하였고, 그는 미국에서 태권도를 널리 전파하였다. 그리고 3대 관장에 오른 엄운규는 후일 김운용을 도와 세계태권도연맹(WTF) 부총재 직으로 있으면서 세계적으로 태권도의 스포츠화와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에도 크게 공헌하였다.   

97) 참고 문헌: 태권도 현대사(강원식, 이경명 공저, 보경문화사, 1999), 태권도지도이론(김대식, 김광성 공저, 나남, 1987), 태권도의 역사 – 네이버 지식iN.

박선우 (박선우태권도장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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