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354회
보스톤코리아  2012-07-02, 14:09:48 
"어머니, 제 잡이 이 사람 얘기를 매일 들어주는 상담사라니까요?"
"그래, 네 말이 맞다."
지난 5월에 손녀딸 대학 졸업축하를 위해 한국에서 오셔서 막내아들 집에서 한 달을 머물다 가신 시어머님과 막내며느리의 대화이다. 한 가정의 가장이고 한 여자의 남편 그리고 세 아이의 아빠이기 이전에 한 어머니의 아들이기에 '그래, 네 말이 맞다' 하시는 그 마음이 헤아려진다. 때로는 며느리가 남편(당신의 아들)의 흉을 볼 사이 없이 아들의 작은 흉꺼리를 미리 꺼내시는 지혜로우신 어른이시다. 그렇게 시어머님의 말씀이 있으신 그 후의 며느리는 더 할 말을 잃고 마는 까닭이다.

"비위는 우리 몸속의 가장 중앙부에 위치해 있으며, 다양한 음식들을 받아들여 소화시켜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만들어낸다. 사람의 생명력은 결국 호흡과 음식에 의존해 살아갈 수밖에 없는데, 그중 내 몸이 아닌 음식을 잘 받아들여서 내 몸으로 잘 만들어내는 비위가 튼튼해야 생명력도 좋다고 할 수 있다. 비장은 음식을 소화시켜 오장육부, 십이경맥을 먹여 살리고, 중력에 의한 영향으로 내부 장부가 아래로 처지려는 것을 반대로 들어 올려 주는 역할을 한다. 나이 들어서 오는 탈항, 주름살 쳐지는 것, 설사, 소변빈삭 등이 다 비장이 들어 올리는 힘이 없어서 그렇다. 비위는 그래서 '적응력'의 원천이다."

오늘 아침에는 우연히 자료를 찾다가 '비위가 좋아야 성공한다'는 글을 만났다. 가만히 생각하니 그 얘기가 바로 내 얘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처럼 세계 경제가 풀리지 않아 이래저래 고민이 많은 때에 밖에 나가 일하는 남편은 남편대로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을 것이다. 또한, 지난 1월 초에는 갑작스럽게 남편의 건강에 적신호가 와서 며칠 입원을 하며 가족들이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 지금은 남편이 자신의 건강 페이스를 찾아가는 중이라 다행이지만, 곁에서 지켜봐야 하는 아내는 그리 만만치 않은 일이다. 누구나 몸과 마음이 불편하면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제일 먼저 화살을 던지기 마련이다.

요즘 남편이 몸의 살이 많이 빠져 자신이나 가족들은 곁에서 특별히 무엇을 해주어야 할지 몰라 걱정이 많다. 한참 애를 쓰며 뱃살을 빼고자 했던 날에는 그리 힘들던 다이어트가 몸의 빠진 살을 다시 찌우려니 이것은 더욱 어려운 일임을 새삼 느낀다. 다른 분들도 남편의 체중이 줄어든 것에 걱정도 하시고 궁금해하기도 하시는 것이다. 걱정되어 왜 그런가 물어오는 분들도 많으시다. 지난해 12월 말부터 남편의 몸에 이상이 생겼던 모양인데, 가족과 주변에 내색하지 않으니 그저 비지니스에 대한 스트레스려니 하고 아내인 나도 그냥 지나치고 말았었다. 올 1월 초 갑작스럽게 간 수치가 높게 올라가 입원을 며칠 하였었다.

그렇게 올 1월 2월은 남편의 건강 검진과 그에 따른 처방에 가족들이 철저히 따라가고 있었다. 자신의 몸이 편치않으니 그렇지 않았던 성격의 남편이 집안에서 짜증이 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남편의 생각 없이 툭툭 내던지는 가시 돋친 말에 한두 번은 참다가 나중에는 가슴에 닿고 박혀 상처가 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지금 몸이 아파 힘든 사람보다 내가 더 아플까 싶어 또 참고 기다렸다. 원래 그랬던 사람이 아님을 잘 아는 까닭에 남편의 그 짜증과 성냄을 참아주기로 마음먹고 내심 마음으로 기도만 했다. 그렇게 두 달 석 달이 지나며 남편의 몸은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고 내 마음도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부부라는 관계가 참으로 묘(妙)하다는 생각을 이때 처음 해보았다. 서로 사랑스러울 때는 얼마나 좋고 행복하던가. 하지만 이렇듯 어려운 처지에 놓일 때 서로 보듬어주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에는 생각 없이 툭하고 던진 말 한마디에 마음이 아프고 상처가 되는 것이다. 남편에게서 툭하고 날아오는 가시 돋친 말 한 마디에 마음으로는 참아야지 하면서도 불끈 화가 치밀어 오르길 얼마였는지 모른다. 그래도 잘 참고 견뎠더니 남편의 환한 웃음이 아내인 내게로 향해온다. 그렇게 남편의 환한 얼굴을 마주하니 미안하고 고맙고 또한 감사가 차오르는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남편에게 고마운 것은 지금 내 곁에 있어 고맙다는 것이다.

"그래, 고맙구나!"
하고 막내며느리를 안아주시는 시어머님의 그 사랑을 알기에 오늘도 감사한 날을 맞고 보낸다. 막내아들의 뚝뚝한 성격을 잘 아시는 시어머님께서는 늘 며느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으신다. 툭하고 내던진 모양새 없는 아들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문 밖을 나선 남편(당신의 아들)에게 손 흔들며 웃어주는 막내며느리가 사랑스러우시단다. 그 시어머님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즐겁고 누군가 곁에서 내 마음을 알아주는 이가 있다는 것이 큰 위로가 되고 힘이 되고 용기가 되는 것이다. 비위는 '적응력'의 원천이라는 말을 마음에 새기며 내 비위를 키워주신 분은 바로 내 시어머님이신 것을.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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