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영화 다른 생각 - 청연
보스톤코리아  2008-02-03, 11:24:29 
청연

2005년 작
감독 : 윤종찬
주연 : 장진영, 김주혁, 유민, 한지민

파란 제비 한 마리가 하늘을 날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그 제비의 꿈을 막을 순 없었죠. 제비는 그토록 가고 싶어 하던 고향 하늘에 닿아보지 못하고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영화 ‘청연’에서 박경원은 끝내 현해탄을 건너지 못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유골을 안고 ‘청연’이란 이름의 비행기를 타고 고향으로 날아가다 그만 최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날고자하는 욕망’을 곧 ‘자유를 향한 갈망’으로 비유하곤 하죠. ‘새처럼 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가고파’하고 노래를 부르곤 합니다. 하지만 새들 입장에선 우습죠. 자유는 무슨 다 살기 위한 몸부림이지.  
사람들은 새들이 멋있게 보이려고 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서 난다는 것 까지는 생각하지 못합니다. 아니 생각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죠. 굳이 새의 입장까지 고려할 만큼 한가하지도 여유롭지도 못한 게 인간의 삶이니까요.
박경원은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며 준비해 가는 과정에서 정말 행복해 보입니다. 그러나 꿈이 이루어지면 그것으로 끝이 아니죠. 영화나 소설에서는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 바로 그 순간에 인생이 머물고 맙니다. 그래서 해피엔딩이겠지만.......
우리의 삶이란 머무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것이라 꿈이 이루어진 후, 그 다음에도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또 다른 꿈을 좇게 되겠죠. 그리고 더 높은 기준과 기대치가 작용하여 다음 꿈은 더 이루기 어렵겠죠. 이러다 잘못하면 꿈의 노예가 되기 십상입니다. 살기 위해 꿈을 이루는 것인지, 꿈을 이루기 위해 사는 것인지.
새의 비상을 우린 꿈에 비유하곤 합니다. 하지만 새는 생존을 위해 나는 것입니다. 박경원도 한 마리 새와 같았습니다. 날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현실, 숨통을 조여 오는 현실 속에서 유일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은 바로 비상뿐이었으니까요.
이제 와서 사람들은 최초의 여류 비행사중 하나라고 이름 붙여 칭송하지만 박경원은 그저 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으로 비행을 했을 뿐입니다.
우리가 새의 비상을 보며 자유니 꿈이니 이야기 할 때, 새들이 살기 위해 하늘을 날아야만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한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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