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료 체계 대 변화, 고급진료와 일반진료로 양분화되나
프리미엄 진료인 컨시어지 진료(concierge medicine) 급증
1차진료의 부족, 과도한 업무와 적은 보상으로 이분화 가속 악순환
??????  2024-11-21, 16:57:43 
1차 진료의 숫자 부족으로 예약잡기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 것은 팬데믹 때문만은 아니었다. 미 의료체계의 양분화 현상으로 인한 진료의 부족이 한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1차 진료의 숫자 부족으로 예약잡기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 것은 팬데믹 때문만은 아니었다. 미 의료체계의 양분화 현상으로 인한 진료의 부족이 한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장명술 기자 =  “행복과 건강만큼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말은 더 이상 참이 아니다. 돈의 많음과 행복은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2010년 연구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던 대니얼 키네만과 앵거스 디튼은 자신들의 이론을 2021년 연구에서 뒤집었다. 다시 연구하니 “돈의 많음은 행복과 정비례 한다"는 발견했다는 것이다. 

건강도 이젠 돈으로 사는 세상이 됐다. 먼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이것이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이다. 색다른 차별(?)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비행기의 1등석, 스키장의 익스프레스 라인, 풋볼과 야구장의 시즌패스처럼 미국의 의료계에는 컨시어지 진료(concierge medicine)가 있다. 

다른 곳에서 프리미엄 서비스를 받기 위해 추가로 돈을 들이는 것처럼 의료서비스에도 추가로 투자해 더 나은 우대 진료서비스를 받는 것이 바로 컨시어지 진료다. 최근 들어 점차 많은 환자들과 의사들 모두 이 컨시어지 진료에 몰려들고 있다. 일년에 적게는 2천달러에서 1만달러, 높게는 3만에서 5만달러의 회비를 내고 좀더 나은 1차 진료의(Primary care doctor) 진료 서비스를 받는다. 우리나라 말에 ‘주치의’란 말에 딱 어울리는 서비스다. 

환자는 의사와 더 오랫동안 진료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언제든 빠르게 진료예약을 잡을 수 있다. 또한 진료 네트워크 내 전문의들과 더 빠르게 연결해 전문치료도 받을 수 있게 한다. 요즘같이 1차 진료의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상황에서 여유있는 가정은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는 진료서비스다. 

이 같은 컨시어지 의료서비스가 증가하는 이유는 미국 의료시스템이 환자는 물론 의사 모두에게 어려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차진료의의 가치와 보상에 대한 의료계의 찬밥 대우가 문제의 주요 시발점이었다. 노동통계청에 따르면 평균 1차진료의의 연봉은 24만달러였으나 다른 전문의들은 훨씬 고소득을 올렸다. 소아외과의의 경우 약 45만달러를 받았다. 의사 지망생들이 1차 진료의를 기피하면서 인력부족이 발생하고 결국은 과도한 업무 부담이란 부작용을 낳았다. 

1차 진료의가 컨시어지로 전환할 경우 일반적으로 연봉은 약 2배로 뛰어 오른다. 뿐만 아니다. 1차 진료의들은 연당 약 2천명 이상의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반면 컨시어지 진료의는 1년에 800명 이하의 환자를 진료하게 된다. 자연스레 환자에게 더 신중하고 제대로 된 진료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고소득 환자들은 1년에 얼마정도를 더 지불하면서 비용에 걸맞게 가치있는 진료서비스를 받고 있다. NPR에 따르면 2020년까지 3백만명 이상의 미국인들은 이미 컨시어지 진료를 이용하고 있다. 1년에 50만달러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상위 1%이 고소득자들은 20%가 컨시어지 진료를 선택했다.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컨시어지는 70억 달러 사업으로 시장규모가 확대 됐다. 보스톤에서도 매스재너럴, 텁스메디컬, 그리고 브리감앤위먼스 병원은 모두가 소규모의 컨시어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07년 컨시어지 진료로 자리를 옮긴 제프리 배스는 이전까지 브리감에서 약 4,500에서 5,000명의 환자를 진료해야 했다. 그에 따르면 새벽 4시 30분에서 오후 6시까지 격무에 시달리며 한계점에 도달하게 됐다. 컨시어지로 전환 이후 그는 체스넛힐 진료소에서 약 450 환자만을 보고 있으며 환자 1명당 1시간 반 이상씩 진료하며 그들의 건강을 관리를 돕는다. 

의사도 환자도 만족하는 컨시어지 진료는 어찌보면 최상의 시나리오다. 문제는 여기에 속하지 못하는 환자, 의사들과 의료계의 이분화를 가속화하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는 것이다. 
보스톤대학 공중보건대학원 의료정책 및 법학과 앨런 에이저 교수는 이 문제를 간단하게 설명한다.

2500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1차진료의가 500명을 진료하는 컨시어지 진료로 전환하면 2,000명의 환자들은 의사를 잃게 된다. 평상시에도 1차 진료의 보기가 쉽지 않았던 환자들은 앞으로 더욱 힘들어지게 되며 아마도 진료간호사(Nurse practitioner), 또한 1차 진료의 보조를 이용해야만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오랜 대기시간이란 문제를 안게 된 환자들뿐만 아니라 1차 진료계 의사들의 불균형도 심화될 수 있다. 보통 컨시어지 진료에서 성공하는 의사들은 능력이 뛰어나거나 많은 경험을 지닌 의사들일 수밖에 없다. 이들은 대부분 의사 수련생들이나 젊은 의사 그리고 진료간호사, 의사 보조 들에게 멘토이자 좋은 스승의 역할을 해왔지만 이제 더 이상 배울 의사가 사라지는 효과를 낸다. 

이상적으로는 1차 진료계의 양극화가 극심해지기 전 1차 진료의에 대한 보상이 강화되고 더 많은 인력이 지원해 과도한 업무 부담이 줄어들어야 한다. 한 때 마취과도 찬밥 대우를 받았으나 품귀현상으로 인해 보상이 급등하자 지원자가 늘어 이제는 어느 정도 균형을 이뤘다. 그러나 이 같은 자동 조정은 대안이 없을 경우에만 가능하다. 컨시어지 진료란 대안이 생긴 이상 1차 진료의 부족과 업무과중이란 문제 해결은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한 때는 의료보험 가입자와 무보험자로 이분화됐던 미국 의료계가 오바마 케어를 통해 전주민 의료보험에 가까운 무보험자 감소로 이어지자 이젠 프리미엄 진료인 컨시어지로 이분화되기 시작하고 있다. 이 상황을 모두 몸으로 직접 겪어야 한다는 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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