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꽃자리 |
보스톤코리아 2020-10-12, 10:44:17 |
이 지면을 통해 밝힌적이 있다. 꽃비(雨)란 말을 좋아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어디 꽃비 뿐이랴. 꽃이 들어간 말은 모두 예쁘다. 게다가 꽃은 향기를 뿜어낸다. 식물이나 동물이나 생성과 생장과 소멸의 과정은 같다. 하지만 식물은 씨앗이 싹이 터서 잎과 줄기가 자란다. 이어 꽃이 피어 열매를 맺고 다시 씨앗을 남긴다. 세대를 잇기 위함이다. 과정은 경이로운데, 꽃이 피고 지는 건 처연하며 장렬하기도 하다. 꽃샘(시샘)이란 말은 차갑다만 매섭게 아름답다. 또한 꽃가마도 있을 것이요, 꽃구름도 있다. 꽃길, 꽃방석이고, 꽃사슴도 있나니. 꽃게도 있고, 꽃등심도 있다. 한국어는 분명 꽃을 무척 사랑하는 언어임에 틀림없다. 심지어 등심에도 예쁜 이름을 줬으니 말이다. 꽃내음이요, 꽃그늘인데, 꽃에 무얼 붙여도 향기로운 거다. 꽃이라고 그늘을 만들지 못하는 법은 없다. 꽃으로도 그늘이 진다는 말인데, 목월의 목련꽃 그늘은 향내가 난다. 한편 구상 시인도 꽃을 찾았고, 꽃자리에 앉았다. 그의 시 한편이다.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앉은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구상, 꽃자리) 한국에서 꽃자리는 낮지 않은 자리 일게다. 고대 중국 어느 시인이 읊조렸다. 꽃밭에서 말을 타니, 말굽에서 향기가 난다. 꽃밭에서 말을 탈 정도면 꽃자리에 앉아 있음에 틀림 없다. 하지만 말투는 짖꿎고, 취미치고는 악취미 이다. 말굽에 움푹패인 꽃밭은 보기에도 심히 흉할 테니 말이다. 심지어 앉았던 꽃밭자리에도 자국은 남을 텐데, 꽃은 여지없이 뭉개질 게다. 바라건대, 부디 꽃밭에서 말은 타지 마시라. 꽃이 망가진다. 꽃자리는 꽃자리인데, 말타는 꽃밭은 아니다. 꽃은 봄에 핀다. 뜬금없이 가을에 꽃이야기를 꺼냈다. 가을은 꽃이 되었던 씨가 새로운 열매를 맺는 계절이다. 미국에선 곧 선거가 있다. 한 살이가 끝났다는 말인데, 이번엔 다른 씨앗을 뿌릴 건가. 그 씨앗이 무슨 꽃을 피울 것인가. 가을엔 국화를 봐야 그럴듯 하다. 이 꽃 하나만큼 훌륭하지 못하였느니라 (누가 12:27)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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