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송강松江 정철鄭澈
보스톤코리아  2018-07-23, 14:25:34 
여름이 한창이다. 산과 계곡이 은근히 손짓한다. 계곡물은 소름돋게 차가울 것이다. 여름휴가는 다녀오셨는지? 

송강 정철이 지었던 관동별곡이 있다.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배웠다. 그의 가사歌辭/歌詞는 대학입시에 자주 등장했다. 당연히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다. 다시 읽었다. 눈과 귀가 시원하다 못해 몸서리 쳐진다. 이 대목은 금강산이 배경이다. 

백천동을 지나 만폭동에 들어가니
은銀같은 무지개요, 옥玉같은 용의 꼬리라.
섞여 떨어지는 물소리 십리를 울려 퍼지니
들을 적에 우레요, 볼 적엔 흰눈이다. 
(정철, 관동별곡 중에서)

조선 선조대에는 대단한 신하들이 많았다. 이황과 이이, 이항복과 류성룡이 그 분들이다. 임금의 일급 참모중엔 정철도 빠지지 않는다. 정치인으로서 송강을 말한다. 그가 맡았던 관직도 다양하다. 강원도와 함경도 관찰사, 예조판서, 대사헌을 모두 거쳤다고 했다. 그 많은 요직중에 도승지도 빠질수 없다. 대통령 비서실장격이다. 분명 송강은 친선親宣(친선조)이라 해야겠다. 

그런데 정치인으로서 정철에 대한 후세의 평가는 야박하다. 소설가 김훈의 표현이다.  한국소설 칼의 노래에 나오는 대목이다. 소설은 소설일 뿐이다만, 말투는 싸늘하다. 차라리 매멸차게 읽히는 거다. 소설속에서 이순신 장군의 독백이다. 

"정철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니었다. 그는 민첩하고 부지런했다. 그는 농사를 짓는 농부처럼 근면히 살육殺戮했다. 살육의 틈틈이, 그는 도가풍의 은일과 고독을 수다스럽게 고백하는 글을 짓기를 좋아했다. 그의 글은 허무하고 요염했다."

난세엔 인물이 많이 나온다. 어려운 시기일 수록, 인물들의 기량이 돋보인다는 거다. 임진왜란은 선조때에 일어났다. 정치인 정철이 활동하던 바로 그 시기이다. 그가 동인이었던가? 서인이었던가?  여당과 야당을 지칭하는데, 구분은 모호하다. 다만 그는 정치인으로서 그닥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건 분명하다. 어려운 시기에 의심많은 임금 밑에서 신하노릇도 마냥 쉬운 건 아니었을 터. 그의 정치행보는 시원하지도 요염하지도 않았던 모양이다. 

 첫눈이 오면 놓아주겠다. 한국 대통령 비서실장이 했다는 말이다. 상당히 문학적이다. 

임진왜란은 이순신 장군이 이겼다. 금강산관광은 재개되었던가?

어려운 시기가 닥쳐오리라는 것을 알아두시오. (디모데 후서 3:1, 공동번역)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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