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에 만난 할머니 제자 |
보스톤코리아 2006-06-19, 23:51:36 |
윤정희(올스톤 거주)
19살때 가르쳤던 제자들을 만났다. 멀리서 한 자리에 모였다. 수원에서, 용인에서, 서울에서, 안양에서… “선생님 뵙고 싶었어요” 미국에서 한 20년 가까이 살다보니 내가 선생이었던 것조차 잊고 살았었다. 50년 가까이 지난 세월 자식들 키우느라 먼 옛날을 돌아보며 살 여유가 없었다. 모처럼 귀국해서 만난 자리에 모인 할머니들이 된 제자들을 만난 것이다. “선생님 저 누군지 아셔요?” “넌 김영숙이 아니냐? 달리기 잘 했던…” “어머 그것까지 기억하세요?” “경숙이랑 은자는 학예회때 무용을 했었지” “너의 집은 학교 아래 동네에 있었지?” “선희 너의 어머니는 너희들에게 참 열심이셨지” “영애 너의 집은 임업시험장 근처였지?” 모두 4-50년 전 이야기에 꽃을 피웠다. 6학년때 밤늦게까지 공부하던 이야기, 매 맞던 이야기, 풍금 소리에 맞춰 청소하던 이야기, 운동회 때 줄넘기 하던 이야기… .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 옛날 일들이 낱낱이 기억되어 되살아 났다. 전쟁 후 휴전이 된 직후였기 때문에 교실도 없이 천막에서 공부하던 때였었다. 그래도 씩씩하게 즐겁게 생활 했었다. 옛날 가르쳤던 학교에도 가 보았다. 천막 교실 자리에는 새 건물이 들어섰고 옛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비오는 날이면 집에서 꽃모종을 가져다가 꽃밭을 가꾸던, 꽃들이 눈 앞에 삼삼한데 그 자리에는 새 건물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회초리 같은 아카시아 묘목들을 심었는데 그 나무들이 거목이 되어 학교를 지키고 있었다. 강산이 다섯번은 변했을 세월을 돌아보며 그 때의 소녀들이 할머니가 되었고 그 때의 햇병아리 스승이 노파가 되어 이자리에 함께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자리에 모인 8명의 제자들 중 7명이 할머니가 되었고, 아들 딸 잘키워 안정된 노후를 보내고 있었다. 하나같이 사치하지 않고, 이혼한 자 없었고 충실한 아내로 우덕한 어머니로 살고 있는 것 같아 흐믓하고 자랑스러웠다. 이렇게 다시 만날 줄 알았으면 좀더 좋은 선생님으로 남았으련만 후회도 해본다. 그러나 이렇게 반갑게 옛 스승 대우를 해주어서 기쁘고 행복한 만남이었다. 유난히도 무덥던 지난 여름 그래서 나는 젊은 날의 추억속으로 시원한 여행이었다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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