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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의 쓸쓸한 야경 (출처: http://blog.doppler-photo.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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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문화는 술자리가 많은 한국에 비해 저녁에는 주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경향이 있다. 밤에도 화려한 간판이 즐비한 한국에 비해서, 미국의 밤거리는 적막한 것 같다. 미국의 상점들이 일찌감치 문을 닫고 귀가하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인적이 드문 밤거리를 혼자 걷는 것은 적어도 미국에서는 꽤나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MIT 학생들은 비교적 밤 늦게까지 공부하고 자정이 넘어서도 걱정 없이 집으로 돌아가고 할 수 있는 것은 다행히 캠퍼스 주변의 안전은 믿을만한 까닭이다. 보스턴 테러 사건이 당시 MIT Campus 경찰 한 명의 희생으로 마무리 된 것도 어쩌면, MIT에 상주하는 경찰조직의 신속한 대응이 뒤따른 까닭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새벽 2-3시까지 운행되는 셔틀도 학생들의 안전한 귀가에 큰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렇게 안전한 캠퍼스라고는 해도, 저녁시간에는 학생들이 주로 연구실에서 또는 도서관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해질녘 즈음부터 깊어지는 캠퍼스의 고요함은 외로운 유학생활의 전주곡이 되고는 한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두 귀에 꽂힌 이어폰에서 들리는 음악과 함께 나를 맞이하는 것은, 그 익숙한 길보다 더 익숙해진 고독이기에.
하지만, 그 고독이 딱히 싫은 것도 아니었다. 고독은 가끔씩 나에게 심심치 않게 선물을 보내주곤 한다. 아름다운 찰스 강의 야경을 즐기는 법을 알려주었고, 정기적으로 거르지 않고 운동을 하는 습관을 갖게 해주었다. 음악에 문외한이었던 나에게 재즈를 감상하는 취미가 생기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가끔씩은 그 고독을 지독한 감기처럼 앓을 때가 있다. 한 번쯤 누군가와 밥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고 싶을 때가 찾아오거나, 내가 가진 고민과 걱정을 나누어 보고 싶을 때, 그럴 때 고독은 나에게 외로움이라는 옷을 입히고 만다. 그리고 그 외로움이라는 옷을 입고 나와 다르게 생긴 사람들이 즐비한 거리를 걸을 때면, 아, 난 정말 혼자구나. 라는 생각에 쌀쌀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이 고독에 익숙해 질 즈음에는,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그 곳에 돌아가면, 또 다른 고독함을 느끼며 미국에서의 생활을 그리워할 수도 있을 것이고, 혹은 외로운 타국생활을 마감한 것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즐겁게 지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짧지 않은 시간 이방인으로 지내면서 느끼고 깨달은 것들은, 아마 한국에서만 살았다면, 결코 배우지 못했을, 아니, 어떤 면에서는 상상하지도 못했을 그런 것들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나는 그간 고독이 전하고 간 독특한 경험들을, 얄팍한 감정에 휩쓸려 우울해하기 보다는, 쉽게 가질 수 없는 기회의 시간들이었다고 믿고 소중히 간직하고 싶다.
곽승기 (보스톤코리아 아이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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