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래요? 그렇군요!
보스톤코리아  2006-07-29, 23:26:22 
홍석환 목사 (북부보스톤교회)

저희 부부는 치약 때문에 한 달에 한번 씩은 싸웁니다. 아내는 완전히 바닥날 때까지 써야 하고, 저는 대충 쓰면 내 버립니다. 내 버리면 주워다 놓고 새것은 감춥니다. 그래서 이를 한번 닦으려면 없는 치약 짜내느라 안간힘을 써야 합니다. 한 두번은 그렇게 하다가 나중에는 신경질이 납니다. 새 치약은 찾아도 없습니다. 어디다 감춰놓았는지 찾을 수가 없습니다.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 다른 것 절약하지 치약 그것 몇 푼이나 한다고 그러냐"고 한방 날리면, 더 이상 어떻게 절약하라는 거냐고 한방 날라 옵니다.
아내는 철저한 절약형 아버님 밑에서 얼마나 교육을 잘 받았는지 치약만큼은 양보하지 않습니다. 저는 대충대충 쓰면 새것을 꺼내 쓰는 버릇이 있어 웬만큼 쓰면 버립니다. 상대방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입장에 서는 일이 어렵기만 합니다. 교인들한테는 웬만하면 지지만 가장 가까이에 있는 아내에게는 안 지려 합니다. 아내도 마찬가지이구요. 교인들에게는 그렇게 상냥한데 남편한테는 어떤 때는 너무 모질게 합니다. 이건 순전히 제 느낌이지만서도요.
누군가가 내 화를 돋굴 때는 차분히 앉아서 숨을 고르고 "아 그래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한번 그 사람이 되어 생각 해 봅시다. 그리고 실제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이해 못할 일도 별로 없을 것입니다. 아 그래요? 그렇군요! 이 한마디가 얼마나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지 모릅니다. 다 이해할 수는 없다 하여도 내 마음 만큼은 추스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어떻게 하면 “아 그래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맞장구를 쳐 줄수 있을까요? 핵심은 듣는 훈련입니다.
세계적인 부부 치료 상담 전문가인 워싱톤대학의 가트만 박사가 부부 3천 쌍을 집과 꼭 같이 꾸민 "Love Lab"에서 실제 가정에서 생활하듯이 생활하게 하면서 과학적인 방법으로 이들의 말과 행동을 관찰 분석했습니다. 부부 이혼으로 치닫는 기본적인 네 가지는 돈 문제도, 혼외정사도, 가족문제도 아니었습니다. 이혼으로 치닫게 하는 것은 사소한 대화방법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지요. 대화 중에 다음의 네 가지를 하고 있는 가정은 94% 이혼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비난, 경멸이나 비하하는 표정이나 말투, 혹은 행동, 자기방어 그리고 외면하고 담 쌓기였습니다. 듣고 말하는 방식이 싸움의 시발이요,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합니다. 어디 부부사이에만 그렇겠습니까? 부모자녀 사이에서도 그렇고, 서로 다른 남남이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모인 교회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듣고 말하면 어떻게 변할까요? 당근 천국이지요. 잘 듣는 것은 신앙생활의 핵심입니다. "이스라엘아 들으라!" (신9:1) 하나님의 음성은 커녕 사람의 말도 못들으니 신앙생활이 가관일 수 밖에요. 사람 소리도 못 듣는 위인이 어찌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음성인들 제대로 들을 수 있겠습니까?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으라!" (막4:23) 예수님 말씀의 핵심입니다. 듣고 보는 일이 제일 중요하고 제일 어렵습니다. 아내의 소망을 듣지 못하는 남편, 교인들의 아픔을 듣지 못하는 한심한 株? 학생들의 요구에 무감각한 선생, 안아무인으로 자기에게 빠져 전혀 들으려 하지 않는 사람 사람들, 지옥입니다. 결국 이런 사람은 사는 것도 재미없고, 인간관계는 뒤틀리고, 하는 일에는 보람도 없습니다. 지루합니다. 우선 내 것은 가만두고 말하는 그대로, 있는 그대로 듣을 수 있는 귀를 훈련하는 것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또 상대방이 잘 들을 수 있도록 소리 내어 분명하게 말하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것, 내가 느끼는 것 가감없이 솔직하고 분명하게 표현하는 훈련도 중요합니다. 공연히 상대방에게 혼란과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애매모호한 말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리고 지금 상대방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려고 말을 돌리고, 연막을 치면 일은 더 복잡하게 꼬이게 됩니다. 내가 원하는 것, 내가 느끼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분명히 소리내어 알리는 일은 상대방이 잘 듣도록 돕습니다.
하나님께 듣는 것 말씀이요, 하나님께 소리내어 알리는 것 기도입니다. 말씀과 기도가 선명하게 어우러져 조화를 이룰 때 신앙생활은 기쁨이요 신나는 달밤입니다. 잘 듣고 이해하여 공감하여 표현하면 천국이 따로 없겠지요. 들음과 말함 사이의 끝없이 펼쳐진 안개와 연막이 사람을 피곤하게 하며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합니다. 이렇게 되면 그 좋은 복음은 소음이 되고, 사랑해서 한 말이 상대방을 아프게 하고 피곤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가트만 박사의 대화법에는 직접 솔직하게 이렇게 말하면 큰 문제도 쉽게, 아주 쉽게 해결되는 것들을 발견했습니다. "내가 정말로 당신에게 원하는 것은 이거야." "아 그랬구나! 그래서 그랬구나!“ 나를 믿고 얘기해 주어 고마워, 여보! 마음에 깊이 새겨 둘께!" ”치약이 아까워서 그런 게 아니라 그게 당신 습관이구나! 나도 열심히 쥐어 짜 볼께!“ 혹은 ”여보, 다른 것은 낭비 잘하면서 짜도 나오지 않는 치약을 쓰라 했으니 좀 심했지? 새 치약 내 놓을께! 아껴 써야 해?“ 너무 쉽고 간단합니다. 이웃을 사랑한다는 것도 굉장한 일을 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아 그래요? 그럴 수도 있겠군요!“ 이렇게 입장한번 바꿔보는 단순한 일이기도 합니다. 내 마음을 가라앉히고, 상대방을 행복하게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별것 아닌 것이 이다지도 어려운지 모르겠습니다. 왜 그렇죠??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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