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꽃이 진다하고
보스톤코리아  2024-05-13, 11:25:29 
고등학교 적인가. 국어시간에 배웠을 게다. 시조 한구절이 한 구절이 떠올랐다. 꽃이 진다 한들 새들아 슬퍼마라. 다시 찾아 읽었다. 시는 시詩대로 읽어야 하지 않겠나 싶은데, 정치적인 복선도 깔려 있다고 했다. 한순간의 권력은 무상하다는 뜻 일게다.

꽃이 진다하고 새들아 슬퍼마라바람에 흩날리니 꽃의 탓 아니로다가노라 희戱짓는 봄이 새와 무삼하리오(송순, 꽃이 진다하고)

우리집 마당엔 한창 개나리며 철쭉이 피는가 싶더니, 금새 꽃잎을 떨궜다. 보고 즐길만한 시간도 주지 않고 말이다. 벚꽃은 이미 졌고 푸른 싹을 돋우기 시작했다. 아쉽다만, 떨궈야 열매를 맺을테니 투정한들 무삼하리오. 

곧 민들레 차례가 돌아왔다. 마당엔 한송이 두송이 솓아나와 피어나기 시작했던 거다. 뽑아내는 일이야 어렵지 않다만, 마음만은 개운치 않았다. 살겠다고 고개를 내미는 녀석들을 솎아내야 했기 때문이다. 뿌리는 얼마나 깊던지. 

민들레 위풍당당하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그저 몸집 작은 야생화일 뿐이다. 박완서 작가의 작품이다. 옥상위에 민들레. 한국 중학교 국어교과서에도 실려 있다고 했다. 압박감때문에 아이들의 자살이 많기에 방지용으로 아파트옥상에 일부러 민들레를 심었다 했던가. 

소설중 한 대목이다.‘비싼 보석반지가 엄마를 행복하게 하는건 보석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단지 보석이 진짜라는 보석장사의 보증때문이다.’ 민들레는 보석마냥 화려하지 않고 비싸지도 않다. 그저 그런 풀꽃이다. 그러나 민들레가 아름다운건 질긴 생명력 때문일 게다. 

내 그리 살폈으나 기어이 가는구나 (김왕로, 꽃지는 날중에서). 한국 시조시인의 시조중 첫구절인데, 꽃이 지면서 봄날은 기어이 간다. 곧 여름이 떼로 몰려온다. 민들레꽃은 또 돋아날 것이다. 
이젠 민들레를 솎아내는데 귀찮아 하지 않는다. 

그 생명을 보존하게 하라 (창세기 6:20)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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