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사람이여!!
신영의 세상 스케치 655회
보스톤코리아  2018-07-30, 10:26:26 
아쉬운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다. 한국의 친구가 카카오톡에 메모를 남겼다. 노회찬 의원이 자살했다는 비보를 말이다. 특별히 어느 당의 어느 정치인을 좋다 나쁘다는 아니더라도 한국 정치인들의 활동과 행보를 보면서 아무래도 나는 진보 성향의 정치인들이 마음에 무척 들어와 있다. 그래서 이번 정의당 원내대표인 노회찬 의원의 갑작스러운 비보는 내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생각하니 더욱 안타깝고 슬픈 마음을 감출 길 없다. 그 누구보다도 노동자들과 약자들의 편에 서서 젊은 시절의 피 끓는 열정과 헌신으로 정치를 시작했기에 더욱 안타까운 것이다.

노회찬 의원 그는 진보정치의 상징이고 아이콘이었기에 더욱이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유서에 따르면 2016년 3월 경공모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4000만 원을 받았다.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다수 회원들의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마땅히 정상적인 후원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참으로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 책임을 져야한다"고 그는 유서에 그렇게 썼다. 그는 양심적인 성격과 시각의 소유자였기에 자신 스스로가 만든 법에 자신 스스로가 용서되지 않았던 것이다.

"특검 수사와 노 의원의 유서를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경공모 계좌에서 인출돼 현금으로 전달된 이 돈은 법적으로 '정치자금'에 해당한다. 정치자금법 제3조는 정치자금의 종류를 규정하고 있다. 제3조 제1호 바목엔 "공직선거법에 따른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 후보자, 정당간부 등에게 제공되는 금전이나 유가증권 또는 물건"이 모두 "정치자금"에 해당한다고 돼 있다. 노 의원은 정당 간부이면서 공직 후보자로 계속 출마했던 '직업 정치인'이다. 따라서 그가 현역 국회의원이던 시절은 물론 대법원의 '삼성 X파일 사건' 유죄 확정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시기를 포함해 언제든 타인(민법상 친족제외)이 그에게 돈을 건넨다면 '정치자금'이 된다."

이 '정치자금'은 정치자금법(정자법)에서 허용한 방법으로만 주고받아야 '적법'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 돈을 두고 '후원금'이란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법적 의미에선 틀린 말이다. '후원금'은 정자법 규정에 의해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후원회'에 기부되는 금전, 유가증권 등을 말한단다. 따라서 후원회를 통하지 않고 노 의원에게 전달된 돈을 '후원금'이라 부르는 것은 법적으론 맞지 않다는 것이다. '후원금'이 되려면 노 의원이 선관위에 등록한 후원회 계좌에 입금되는 식으로 공식 절차를 거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그는 유서에 남긴 글처럼 자신의 선택이 참으로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고 했다. 참으로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다. 잠깐의 실수가 이렇게 커다란 짐을 지게 했고 결국 되돌릴 수 없는 자리에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나고 만 것이다. 그는 곧은 성격의 소유자였기에 자신의 잘못된 선택에 대한 후회와 자책에서 깊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더 많은 검은 것들을 주고받으며 국민을 속이고 부인하는 많은 사람 속에서 노 의원은 자신 스스로가 용서할 수 없어 견디지 못해 스스로 마지막 선택을 하고 만 것이다.

'촌철살인의 정치인' 참으로 아까운 사람을 잃고 말았다. 가끔 한국 뉴스를 보다가 어수선하고 몰상식한 정치판의 세상을 보며 얼른 채널을 돌려 다른 프로그램을 볼 때가 있다. 이런 정치 세계에서 그래도 노회찬 의원의 차분하지만 따끔한 일침은 보고 듣는이로 하여금 속이 훅~ 뚫리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는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별명만큼이나 누구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당당하고 떳떳하게 풀어놓는 그의 말들이 그랬다. 그는 누구의 높낮이를 의식하지 않고 삶이 정치가 되고 경험이 정치가 되어 그대로 현실의 삶을 나누고 실천했던 곧은 정치인이었다. 

사람은 살아있을 때보다 죽음을 맞고 난 후에 그 사람을 더욱 진실하게 알게 되는가 싶다. 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장례 사흘째인 날에도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생전에 고인이 늘 사회적 약자 편에 서온 만큼 일반 시민들이 대거 빈소를 찾으면서 조문객 수는 만 명을 넘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인은 이 세상을 떠나 서운하고 섭섭하고 안타까운데 이 세상에 남은 우리는 떠난 고인을 생각하며 깊은 생각과 마주할 수 있어 감사하다. 너무 슬퍼서 아름다운 사람이여,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사람이여!!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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