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자유 (2) 젱어판결, 펜타곤 페이퍼, 그리고 … |
보스톤코리아 2015-06-15, 11:35:16 |
지난주에 등장했던 뉴욕타임즈 대 설리번 판결이 언론의 자유에 대한 판결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지만, “전무후무”한 판결은 아니다. 수정헌법 제 1조에 종교, 집회 및 결사, 표현의 자유와 함께 나란히 등장한 “언론의 자유”에는 영국 식민지 시절 판결 중 하나였던 젱어 판결 Zenger Case의 역할이 크다. 젱어 판결 (Zenger Case, 1735) 영국 식민지 시절이던 1734년 어느날, 존 피터 젱어(John Peter Zenger)라는 출판업자가 구속 수감되었다. 젱어는 18세기 초반 독일에서 식민지 뉴욕으로 이주해 온 인물로, 인쇄소 등에서 일하다가 후에 뉴욕 위클리 저널 (New York Weekly Journal)의 설립자이자 발행인이 된 인물이다. 뉴욕 위클리 저널이 창간되기 전의 뉴욕 언론은 언론이라기보다는 식민지 총독을 위한 일종의 ‘기관지’ 역할을 할 뿐이었다. 이에 젱어가 1732년 창간한 뉴욕 위클리 저널은 식민지 정부에 대한“신선한 조언자”의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그러나 당시 식민지 총독 윌리엄 코스비 (William Cosby)는 “난폭하고, 짜증나며, 예의라곤 없는”덕에 인기 없는 인물이었기에, 코스비의 정치적 반대자들은 젱어를 금전적으로 후원했고 뉴욕 위클리 저널의 지면에 코스비의 무능과 부패 등을 조롱하고 질타하는 기사들을 기고했다. 젱어가 체포된 이유는 바로 젱어가 발간하는 뉴욕 위클리 저널에 게재된 그 기사들 때문이었다. 총독 코스비는 이 기사들이 자신에 대한 명예훼손이며, 따라서 당시 영국 식민지에 적용되던 선동금지법 (Sedition Act)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젱어를 구금했다. 이 당시 선동금지법은 식민지 총독을 비방하는 것은 그 내용이 사실이건 거짓이건 상관없이 명예훼손에 의한 선동, 즉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젱어를 처벌함으로써 코스비 대한 비난여론을 잠재우고자했던 의도가 다분했을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자면 젱어에게 불리하기 짝이 없는 재판이었으나, 놀랍게도 배심원단은 젱어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코스비의 정적들이 고용한 변호사 앤드류 해밀턴 (Andrew Hamilton) 등이 “문제의 기사들은 사실에 기반한 것으로 명예훼손으로 간주할 수 없다. 누구도 정부에 대한 진실하고 공정한 비판을 이유로 처벌받아서는 안된다”는 논리로 배심원단을 설득했던 것. 뉴욕타임즈의 펜타곤 페이퍼 (Pentagon Papers) 젱어 판결은 미국사에서 언론의 자유가 법정에서 승리한 첫번째 케이스로 기억되고 있으며, 수정헌법 제 1조가 언론의 자유를 못박게 된 배경이된 사건이기도 하다. 물론 젱어 이후 대법원 판결이 항상 언론의 자유를 옹호하지는 않았다. 가령, 1919년의 쉥크 판결 (Charles Sche-nck v. United States, 1919)은 “수정헌법 제 1조에도 불구하고,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clear and present danger)가 있을 경우 언론의 자유는 제한받을 수 있다”고 판결함으로써, 1차 대전 참전에 반대하는 미국 사회당 인사들에게 1918년 선동금지법에 기반하여 유죄를 판결했던 법원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 점에서 보자면 일명 “펜타곤 페이퍼 판결”로 불리는 뉴욕타임즈 대 미국 판결 (New York Times v. U.S., 1971)이 언론의 자유 확대에 기여한 공이 결코 작지 않다. 1971년 뉴욕타임즈는 <미국이 베트남전 참전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숨은 이야기들>이라는 제하에, 베트남전에 참전과 관련하여 미국의 추악한 민낯을 드러내는 기사를 내보냈다. 국방부의 핵심 브레인 역할을 하는 산하 연구기관의 연구원으로 일하던 다니엘 엘스버그 (Daniel Ellsberg)가 유출시킨 문건에 바탕한 이 기사가 사실상 정부의 베트남전에 대한 반전여론을 확산시켰다. 펜타곤 페이퍼는 베트남전에 대한 미국의 개입이 1964년보다 훨씬 이전에 정교하게 기획된 것이었으며, 미국의 군사적 개입에 대한 여론의 지지를 얻기 위하여 통킨만 사건을 ‘조작’했던 사실, 베트콩에 대한 보급로를 차단하기 위해 라오스를 폭격했던 사실 등 민감한 기밀들을 폭로했다. 집권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뉴욕타임즈의 펜타곤 페이퍼가 전달한 진실은 국익에 반대하는 것이었다. 닉슨 행정부는 “국익에 반한다”는 이유로 펜타곤 페이퍼를 개제하지 못하도록 요청하였다. 그러나 연방 대법원 판결에서 뉴욕타임즈는 6:3으로 승소했다. 언론의 자유와 언론의 방종 한국이건 미국이건 언론의 자유는 소중하다. 언론은 부족한 자질의 지도자가 저지르는 무능과 부패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젱어 판결), 공권력이 남용되는 현실에 눈감지 않도록 (설리반 판결), 그리고 국익이라는 이름의 국가의 과오를 가리지 않도록 (펜타곤 판결) 하는 등등의 이유로 자유를 부여받았을게다. 미국의 대법원 판결은 항상 정의이고 진리라는 식의 결론을 내리고 싶지는 않지만, 그리고 언론은 항상 옳다는 결론을 주입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설리반 판결 (1960), 젱어 판결 (1735), 펜타곤 판결 (1971)과 같은 역사적 사건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가장 핵심적인 자유 중의 하나로서의 언론의 자유에 대한 묵직한 생각을 하게 해준다. 덧붙여-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부여받은 언론의 자유를 방종의 도구로 사용하는 일명 기레기 언론의 존재 덕에 오늘 칼럼은 어쩐지 무거운 마음으로 마감하고 있다. 보스톤코리아 컬럼니스트 소피아 칼럼과 관련하여 궁금하신 점은 WisePrep 소피아선생님 (617-600-4777, [email protected])에게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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