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와크족들이 보유하던 금 장식품들은 멕시코로부터 유입된 것일 뿐 히스파뇰라섬에는 금이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페인 침입자들은 원주민들에게 일정량의 금을 주기적으로 갖다 바칠 것을 강요하였다. 초기에는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던 금들을 갖다 바쳤지만 더 이상 금을 구할 수 없게 된 원주민들에게는 잔인하기 짝이 없는 형벌이 가해졌다. 원주민들의 손목을 잘라 버렸고, 손목이 잘린 인디언들은 서서히 죽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벌어졌던 것이다. 콜럼버스와 그의 부하들의 만행이 두려워 카사바라는 독성식물을 먹고 자살을 선택하는 원주민들도 많았다. 용케 살아남은 사람들도 노예로 끌려가서 혹독한 노동에 시달리다가 사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스페인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만행은 2차 항해에 이어 콜럼버스의 3차와 4차 항해를 포함하여 초기 식민지 건설 기간 동안 내내 계속되었다. 이러한 만행들에 관하여 라스 카사스는 생생한 기록을 남겼으며 드브라이는 매우 사실적인 그림을 그려서 후세에 전하였다. 라스 카사스의 기록에는 콜럼버스가 예쁜 원주민 여자들을 납치하여 선원들에게 성노리개로 선물하였다는 사실도 포함돼 있다. 스페인인들은 자신의 칼의 성능을 시험한다면서 살아 있는 인디언의 몸을 토막 내는 잔인하기 짝이 없는 짓까지 서슴치 않았다고 기록은 전하고 있다. 1494년에 라스 카사스가 처음 왔을 때에는 300만 명이 넘던 아라와크족의 인구가 1508년에 다시 왔을 때에는 6만 명 정도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고 한다.

영국 왕 헨리 7세의 후원으로 이탈리아 출신 탐험가 캐봇(John Cabot)이 1497년 캐나다 뉴펀들랜드 지역을 탐험한 것을 유럽인이 북아메리카 대륙 본토에 처음 도착한 시점으로 보고 있다. 물론 최근의 고고학적 발견에 의하면 이보다 약 500년 앞서서 바이킹족인 에릭슨(Leif Ericson)이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를 발판으로 하여 유럽인으로서는 최초로 정착촌을 건설한 사실이 밝혀지기는 하였으나 이곳에서의 거주가 그 후로 계속되지 못하였기 때문에 역사 속으로 묻히고 말았다. L'Anse aux Meadows 라는 이름의 이 고고학 발굴 유적지는 1978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미국 본토에 처음 발을 들여 놓은 사람은 스페인 탐험가 Ponce de León이다. 그는 세 척의 배와 200명 이상의 부하들을 거느리고 1513년 푸에르토리코(Puerto Rico)를 떠나 플로리다에 도착한 적이 있다. 본격적인 본토 침입은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1528년부터 시작되었다. 그 해 4월 12일 히스파뇰라섬(Hispanola)의 산토도밍고(Santo Domin- go)를 출발한 나르바에즈(Pánfilo de Narváez) 원정부대가 플로리다의 탬파베이에 도착하였다. 원정대는 육로로 9월에 아팔라치만(Apalachee Bay)까지 북진한 후 다시 배를 타고 해안선을 따라 서쪽으로 진행하여 미시시피 강 입구를 지나쳐 11월에 텍사스의 갈베스턴(Galveston)에 이르렀다. 원정부대와 원주민간에 몇 차례 무력 충돌이 발생하였는데 이는 미국 본토에서의 첫 교전이 되는 셈이다. 원정대의 원래 규모는 약 600명이었으나 식량부족, 전염병, 인디언의 공격 등으로 아팔라치만을 떠날 무렵에 그 숫자는 242명으로 줄어들었고 갈베스턴 인근에서는 허리케인을 만나서 거의 다 사망하고 단지 80명만 살아남았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텍사스 내륙을 통과하여 멕시코로 출발하였다. 천신만고 끝에 단지 네 사람만 살아남아서 1536년에 멕시코 시티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은 내륙 깊숙이 7개의 황금의 도시가 있다는 이야기를 원주민으로부터 들었다고 황당한 보고를 하였다. 이 허황된 말에 현혹되어 몇 년 뒤 스페인의 두 정복자(Conquistador)가 대규모 병력을 이끌고 미국 남부를 다시 침입하게 된다.

원주민에 대한 가혹행위는 미국 본토 사정도 서인도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스페인 탐험가 에르난도 데 소토(Hernando de Soto)가 1539년 5월  9척의 배를 이끌고 오늘날 플로리다 주 탬파베이에 도착하였다. 이 때 600여명의 사람과 200여두의 말도 함께 왔다. 그의 일행은 플로리다와 조지아를 지나 북쪽으로 사우스캐롤라이나와 노스캐롤라이나까지 가서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테네시 주를 거쳐 앨라배마 주로 남하했다. 이곳 앨라배마 남부의 마빌라(Mabila)에서 원주민과 큰 전투를 벌였다. 9시간 정도의 싸움에서 스페인군은 약 200명이 사망하고 장비의 대부분을 상실했다. 말하자면 스페인 부대는 상처뿐인 승리를 얻은 셈이 됐다. 원주민은 스페인보다 훨씬 피해가 커 2000~6000명이 목숨을 잃고 마을은 불에 타 없어져 버렸다. 아마도 단일 전투의 사상자 규모만을 기준으로 할 경우에는 마빌라 전투가 북미대륙 최대의 전투가 된다.

(다음 호에 계속)

김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