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라스카
보스톤코리아  2014-11-03, 15:54:21 
2014-07-18

조봉섭 (Bongsup Cho)

로드아일랜드 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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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라스카는 미국의 50주 중 하나이지만 본토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거의 다른 나라에 가는 것과 같다.  “최후의 프론티어”라는 속칭이 잘 어울리는 주이다.  재미나는 것은 앨라스카를 묘사할 때 로드아일랜드와 많이 비교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앨라스카는 미국에서 가장 큰 주인데 그 넓이가 가장 작은 로드아일랜드주의  429배이다. 하지만 인구 밀도로 보면 로드아일랜드가 705배나 더 높다.  

앵커리지에 도착하던  날은 하루종일  해가 지지 않는, 일년 중 낮이 가장 긴 날이었다. 호텔방 창문에 어둡고 짙은 커튼이 항상 닫혀져 있었는데, 과연  새벽 2-3시에도 대낮 같이 밝았다.  하루종일 해를 받으니 당연히 이곳에서 자라는 꽃이나 야채들이 유달리 큰 것도 이해할만 한 일이었다. 한 2주 정도 데날리 (Denali) 와 케나이 (Kenai) 국립공원을 다녀왔다.  산악 클럽의  친구들이 80년도 초에  데날리에 있는 멕킨리 (McKinley) 산을 등정하였고 또 나 나름대로 이 산에 대한 관심이 많아 대충은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보니 그 크기나 웅장함이 상상을 초월하였다.  데날리 공원 자체만도 매사츄세츠 주보다 크고, 멕킨리 산의 바닥부터 정상만을 따지면 에베레스트보다 더 높다고 한다. 멕킨리 산을 제대로 둘러보려면 국립공원 안내소에 주차를 하고 한 7시간 정도 90여 마일 거리에있는 Kantishna라는 오지의 옛 탄광 타운에까지 들어가야한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의 경치가 일품이었다.

  곰을 비롯한 야생동물들도  볼 수 있었다.  개인은 차를 못 가지고 들어가는데, 물론 안전을 위한 것도 있지만 환경보존의 목적이 크다.  여행을 많이 다녀 보았지만 이렇게 자연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는 국립공원은 또 처음이었던 것 같다.   Kantishna근처에 있는 툰드라 동산에서 본 멕킨리 산의 위용, 하늘을 꿰뚫는 듯한 웅장함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조용한 이 동네의 무서운 모기들의 극성(?) 또한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이틀에 걸쳐 데날리 공원을 나와 Talkeetna라는 곳에 가서 경비행기를 타고 멕킨리산 정상 근처를 돌았다.

  다행히 날씨가 좋아서 정상 주변에 있는 눈으로 덮힌 산들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었다.  옛날에는 멕킨리 산을 등반하려면 4-5개월 정도가 걸렸다고 하는데 요즘은 경비행기로 베이스 캠프까지 쉽게 가기때문에 2-3주면 가능하다고 한다.  앨라스카에서는 경비행기가 아주 중요한 운송수단이어서 비행기 면허 가진 사람이 로드아일랜드보다 9배나 많다고 한다.   멕킨리산을 뒤로 하고 남쪽으로 슈어드 (Seward)에 있는 케나이 공원으로 향했다.  앵커리지에서 슈어드로가는 길는 세계에서 가장 가볼만한 하이웨이로 꼽힐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울창한 여름 숲 속에 우뚝 솟은 하얀 빙하산, 그리고 빙하를 삼킬 것 같은 검고 거칠은 바다가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첫날은 빙하를 자세히 보기 위해 보트에 올랐다.  앨라스카이기에 이런 장관을 쉽게 볼 수 있는것이다.  빙하가 녹는 광경이 거대한 오케스트라를 보는 것과 같이 그 속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다음날 근처에 있는 Exit Glacier 라는 곳에 하이킹을 하러 갔는데, 지난 100여년 동안  급격하게 변한 빙하의  꼬리위치 표식을 보면서 지구 온난화가 얼마나 가속되고 있는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온난화의  원인이나 대책은 저마다 의견이 다를지 몰라도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아마 아무도 부인할 수가 없을 것이다.  도시에 살면서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경험이었다. Exit Glacier 에서 시작하여 빙하를 옆으로 끼고 걷는  8마일 정도 왕복길은 그 경치가 일품이라하여, 우리는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잡았다.  아침 일찍  들른 휴게소에서 유럽에서 온 한 부부를 만났는데 그들은 벌써 다녀왔다면서 경치가 기가 막히다고 강력히 추천하였다. 다만 한가지, 흑곰을 만났는데 자기네는 괜찮았지만 아직 그곳에 있는것 같으니 부디 조심하라고 이야기 해줬다.  조금 찜찜한 감이 있기는 했지만 오랜기간동안 기다려온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어 용감하게 감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잠깐이었다. 얼음 사이에 갓 피어난 봄꽃 길을 시작으로 나중에는 겨울 산행을 방불케하는 끝이 보이지 않는 흰눈 벌판을 걸었다.  날씨도 변화무쌍하여 참으로 흥미진진한 산행이었다.  아마도 내가 지금까지 해본 하이킹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기억에 남는 산행이 아니가 싶다.    

힘든 하이킹을 자축하기 위해 지친 몸을 이끌고 항구 근처의 해물식당에 갔다.  앨라스카에 왔으니 당연히 킹크랩이 아닌가 싶어 종업원에게 물었다, 얼마나 싱싱하냐고.  대답이 아주 신통치는 않았다. 즉, 이곳에서 직접 잡은 것은 아니고 냉동된 것이라고.  집사람은 좀 회의적이었지만 나는 그래도  뭔가 다르겠지 싶어 좀 비싸기는 했지만 주문했다.  결과는 완전 실패작이었다. 짜고 건조하고, 앨라스카에 와서 다른 것은 다 좋았는데 음식은 비싸기만 하고 영 입맛에 맞지 않았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 집 근처 마켓에서 세일하는 킹크랩을 구입했는데  앨라스카에서 먹었던 것보다 훨씬 싸고 맛도 좋았다.  아직도 알래스카를 떠올리면 이 ‘킹크랩사건’으로 집사람에게 시달리고 있다.

여름 휴가철이다.  미국은 참 가볼 곳이 많은 자연적으로 복 받은 나라이다.  나는 그 중에서도 단연 앨라스카를 권유하고 싶다.  크루즈를 타는 것보다 가능하면 렌트카로 드라이브를 하는 것이 자유롭게 구경할 수가 있을 것 같다. 앨라스카는 미국에서 제일 큰 주이기는하나 하이웨이가 그리 많지는 않다.  재미있게도 앨라스카의 수도 쥬노 (Juneau)는 로드아일랜드주 보다 훨씬 큰데 차로 운전해서 갈 수 있는 도로가 없고 보트나 비행기로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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