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와 클래식의 리얼 버라이어티
보스톤코리아  2011-07-18, 14:30:56 
최근 우리나라 음악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것 같습니다.
파리에서의 K-팝도 그렇고, 세시봉에 이어 ‘나는 가수다(나가수)’ 역시 실력파 뮤지션들이 가창력 뿐 아니라 편곡의 묘미, 춤과 퍼포먼스 등 비주얼을 가미하여 대중이 음악을 경험하는 폭을 넓혔더군요. 음악의 서열화니 혹은 ‘감상이라기 보다 관전’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모처럼 ‘가수들의 진면목’을 본다는 호평이 주류인 것도 사실이구요.

클래식에서 이런 버라이어티의 선구자는 당연 바그너입니다.
1830년대 베토벤과 슈베르트 사후, 유럽 음악계가 이렇다 할 스타(?)를 배출하지 못한 가운데 나타난 이들이 바그너와 브람스인데, 바그너가 '개혁파' 작곡가였다면, 브람스는 앞 세대 바흐-베토벤-슈베르트-슈만 노선을 철저히 뒤따라간 '보수파'로 19세기 후반 클래식의 양대산맥을 이루며 낭만파음악을 꽃피웁니다.
음악 자체(요즘으로 말하면 가창력)가 독립적인 예술의 완성이라고 주장한 브람스와 달리, 바그너는 음악을 종합예술의 한 부분으로 보고 음악에 춤과 연극 등 비주얼을 더하는 오페라(요즘으로 말하면 리얼 버라이어티)작곡에 몰두하지요. 바그너의 오페라 ‘뉘른베르크의 명가수’는 노래경연대회(나가수 처럼)를 다루는데 당시에는 생각하기 어려운 대중의 평가를 도입합니다. 음악 전문가인 심사위원의 평가로만 순위를 정하는 대신 오히려 음악을 직접 듣고 즐기는 청중의 반응이 더 중요하다는 것인데 요즘 청중들이 순위를 매기는 음악프로그램의 모태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발레음악도 비슷한 논리랍니다. 듣기만 하는 클래식의 지루함을 선이 고운 안무로 커버한 발레음악의 대표는 당연 차이콥스키(보스톤과 음악가_8 참조)인데,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 ‘호두까기 인형’ 등 단 세 곡으로 발레음악의 대표주자가 된 것입니다. 차이콥스키는 특히 한국인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음악가로 보답이라도 하듯 이번에 우리를 선택해 주었더군요.
무슨 말이냐구요?
지난 5월15일-30일, 4년마다 열리는 세계 최고 권위 차이콥스키 콩쿠르(제14회)에서 ‘코리안 클래식 키즈“가 주최국 러시아를 제치고 최다 수상자를 냈다지요. 정명훈-장영주-장한나에 이은 클래식 신인류로 모스크바가, 아니 세계가 놀랐더군요.

차이콥스키는 ‘지젤’ 작곡가 아돌프 아당(프랑스 작곡가)의 영향을 받아 발레곡을 작곡하였는데, 지난 ‘2011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가 쇼트프로그램으로 지젤을 선택한 것도 발레의 나라 러시아에서 열린 대회인 만큼 좋은 시도였다는 평가지요. 일단 ‘죽음의 무도’나 ‘007’에 비해 대중적 임팩트가 덜하긴 했지만 발레 ‘지젤’의 스토리를 이해한 후라면 보는 것이 달라졌을 것입니다. 어째든 김연아가 2014년 러시아 소치올림픽 때까지 절정의 기량을 유지해 올림픽 2연패 달성을 기대합니다.

“2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 러시아 발레단이 양태영의 ‘보스톤과 음악가 12’에 나온다는 건 커다란 영광입니다.....”로 시작하는 개그 콘서트의 ‘발레리NO' .... 맞습니다, 발레는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었지만 250년 전, 1780년 볼쇼이 발레단이 차이콥스키 작품을 공연하면서 러시아가 세계발레의 주도권을 잡습니다.
보통 여자는 ‘발레리나’, 남자는 ‘발레리노’ 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남녀 제1무용수를 그렇게 부르고 발레 전공자들은 자신을 소개할 때 '발레무용수'라고 한다는군요. 즉, 정식으로는 '프리마 발레리나'라고 불러야 하며, 말하자면 오페라의 프리마 돈나에 해당하지요.

보스톤에서 일요일 아침(한국시간으로 일요일 밤)에 제가 꼭 했던 일은 방금 전 한국에서 방영된 개그콘서트를 다운 받는 것입니다. 대부분 미국 인터넷은 한국처럼 광케이블이 아니고 전화선을 이용한 모뎀이기 때문에 한 시간 분량의 개콘을 6-7시간 다운받아 현지시간 일요일 저녁 애들과 함께 개콘을 보며 즐거워했습니다. 7월3일, 600회 맞은 개그콘서트 축하해요.

지난 6월15일, 해남병원 인공신장실 개설 8주년 기념행사를 호남의 대표 록밴드 ‘디노’와 함께 리얼 버라이어티로 하였으며, 5월26일엔 ‘광주전남 내과학술대회’에서 제가 ‘클래식음악가의 사망원인’을 강의하였고, 오는 7월9일 보스톤에서 함께 연수했던 경북대 김찬덕교수, 고려대 김선미 교수, LG 박재홍차장 가족을 해남으로 초청하였습니다. 보스톤에서 주말에 함께 바비큐 파티했던 추억을 되살려 보려고 숙소도 바비큐를 할 수 있는 해남 대흥사 앞 전통가옥으로 정했구요.

해남종합병원 내과의
양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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