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스케치
보스톤코리아  2006-10-11, 07:53:13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아련한 유년 시절의 추억이 있다. 공부를 잘해 우등상장을 타서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린 일은 없지만, 가끔은 그림 그리기 사생대회에서 상을 타서 행복했었던 일 그리고 부모님도 기뻐하시던 기억들이 새롭다. 손으로 만지는 것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좋아했다. 그림 그리기, 공작, 붓글씨, 뜨게 질, 엄마와 언니 몰래 배웠던 브라더 미싱인 재봉틀 질은 초등학교 3학년 때였으니 깜찍한 모습이었을 게다. 혹여 하다 들키면 혼날까봐 숨어서 몰래몰래 연습을 했었다.
그 어떤 생각들을 어딘가에 옮기려면 무작정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림을 그릴 때에도 머릿속의 생각들을 구상을 하고 커다란 도화지(캔버스)에 구도를 잡으며 또한 스케치(밑그림)를 시작하는 것이다. 어디 그 뿐일까. 삶을 살아가는 일도 어찌 생각 없이 무작정 살아지는 대로 살 수 있을까. 인생의 목표와 자신의 끊임없는 노력과 경험과 이해를 바탕으로 그림을 그려 가는 것이리라. 밑그림 없이 색깔을 칠할 수 없듯이 우리에게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서 있는 나 자신의 자리에서의 색깔을 칠하며 사는 것이다. 어떤 이는 저런 그림으로, 또 어떤 이는 이런 그림으로 그렇게들 모두가 각자의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기 위해 매일 조금씩, 조금씩 스케치를 하는 것이리라. 조금 빨리 완성하는 그림도 있을 테고, 그리다가 실증 나면 쉬었다가 다시 그리는 그림도 있다. 그런가 하면 미완성으로 남을 작품들도 있는 것이다.
그럼, 나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일까? 내 도화지(캔버스)에는 어떤 스케치(밑그림)가 그려져 있는 것일까. 가끔은 전체적인 그림의 색칠을 위해 멀리서도 바라볼 줄 알아야 할 것이리라. 구도는 제대로 잡혔는지 생각대로 잘 되어가고 있는지, 한참을 바라다보면 욕심이 생기기도 하고, 때로는 흐뭇한 마음이 되기도 한다. 한 마음에서 어찌 이리도 여러 가지 생각들이 오고가는 것인지 사뭇 내 자신의 마음에도 겁이 덜컥 난다. 어찌 보면 늘 두 마음 사이에서 서성이는 것은 아닐까. 행복하다고 느껴지는 기분 좋은 날은 세상이 모두가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내 마음이 불편하고 속상하면 세상이 갑자기 먹구름이 가득해 보이는 불행의 날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행복함도, 불행함도 한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일 것이다. 결국은 세상을 살면서 좋은 일, 나쁜 일이 어디 따로 있을까? 다만 내게 절실하고 가슴에 닿아오는 일이기에 기쁨도, 슬픔도, 행복도, 불행도 높낮이가 다를 뿐이고, 색깔과 빛깔이 다를 뿐일 것을 말이다. 가정을 이루고 살면서 늘 행복해지고 싶은 것은 모두들의 바램일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이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아니, 그 '행복'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며 살아가는 이들은 또한 얼마나 될까. '진정한 행복'의 참 의미를, 정의를 내린다면 뭐라 말할 수 있을까. "당신은 행복하십니까?"하고 묻는다면 그 대답을 자연스레 대답할 수 있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문득, '행복'이란 것에 대해 만나고, 느끼고 누리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궁금해지는 날이다.
모든 것들이 빠른 속도로 지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어쩌면 오감(五感)으로 느껴져야 할 것들을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감정이 메말라지면서 남의 일에 별 관심이 없다. 나 살아가기도 바쁜 세상이기에, 슬픔도, 기쁨도, 행복도, 불행도 그저 덤덤하게 맞고 보내는 것이다. 때로는 가족의 일마저도 먼 남의 일처럼 그렇게 바라다보며 지내는 것이다. 누구의 탓으로 돌릴 일은 더욱이 아니다. 현대생활이 그렇게 흐르고 있기에 우리는 아무런 생각 없이 따라 흘러가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가끔은 정신을 모으고, 왜 흘러가는지를 알아차릴 줄 알아야 할 것이다. 또한 이제부터는 무뎌진 오감(五感)을 깨울 수 있도록 자신의 노력도 필요하리란 생각이다.
이 세상에 '행복'을 원하는 이들은 많을 것이다. 하지만, 행복을 위해 해야할 일들에 대해 생각하는 이들은 또한 그리 많지 않다. '행복'이란 것은 이 오감(五感)-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의 다섯 감각의 만족을 느낄 때 더욱 깊은 행복감을 갖게 된다. 이 '행복'을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고, 행복을 위한 스케치(밑그림)가 필수인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행복이 있다고 하자, 정말 그 행복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을까. 기쁜 일만이 있어야 행복은 아닐 것이다. 물질적인 풍족함만이 행복을 말하지 않는 것처럼 우리는 곁에 있는 행복마저도 만나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행복 불감증'에 걸린 환자들인지도 모른다. 느끼기 위해서는 먼저 만나야 하고 그리고 느끼고 누리는 것이다. 가까이는 부부간에, 부모와 자식간에, 가족간의 그 사이를 이어주는 관심이 바로 행복의 시작인 '행복 스케치'인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모델이 되어주는 것이 행복을 그려갈 '행복 스케치'란 생각을 해보면서...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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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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