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253회
보스톤코리아  2010-06-21, 12:39:35 
"목사님의 인상은?"
"목사님의 연세는?"
"그리고 사모님 인상은?" 하고 묻는 이와 그 물음에 답하는 이의 대화가 바로 세상 사는 일 중의 하나이다. 교회라고 다른 곳하고 별반 다를 것이 있을까. 모두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인 것을 말이다. 특별히 한 교회의 목회자가 떠나고 또 다른 목회자를 모셔야 하는 시점에서 교인들이 궁금증이 이는 일이다. 서로 서먹해서 머뭇거리다 몇 년이 흐르고 이제는 무엇인가 조금은 알 듯 싶어지는 때쯤, 정이 들 때쯤이면 모두들 그렇게 떠나고 만다.

8여 년 전 부임한 목사님을 처음 만났을 때도 똑같은 질문이 오갔다. 그리고 시간과 공간의 틈새마다 남은 서로의 정과 아쉬움 그리고 섭섭함이 뒤범벅되어 쌓인 시간이 세월의 인연을 말하게 되었다. 한 교회의 목사가 그 많은 교인들의 마음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겠으며 모두에게 어찌 칭찬만 들을 수 있을까. 그것을 원한다면 그 또한 욕심일 게다. 사람들의 생김새만큼이나 자라온 환경과 교육 정도 그리고 지금의 생활 환경이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맞춰 '눈높이'를 정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특별히 이민목회는 더욱 힘들다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가정 안에서 신앙이 기본 바탕이 된 것이 아니라 타국에서 서로의 필요에 의해 시작되는 '교회 생활'인 경우가 많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시작된 신앙이 나중에는 더욱 굳건하고 단단한 믿음 생활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한국처럼 목사나 사모가 교인들로부터 후한 대접을 받는 것도 아니며 또한, 넉넉한 보수를 받는 것은 더욱이 아니기에 이민 목회자들의 어려움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일이다.

가깝게 지내는 친구 중에 사모가 몇 있다. 가끔 남들에게 내놓지 못하는 사모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다 보면 목회자 보다 더 어려운 것이 사모의 역할임을 새삼 느끼곤 한다. '사모의 자리'라는 것이 그 무엇하나 쉬운 것이 없기 때문이리라. 사모의 자리는 똑똑하면 똑똑한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바라보는 이의 잣대에 따라 '탓'을 비켜갈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저 묵묵히 기다리는 일밖에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은 속이 상하고 섭섭하기도 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면 그 세월만큼이나 묵은 침묵의 값은 오르기도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곳이 교회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곳이 바로 교회가 아닐까 싶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에서 어찌 고요만 있을까 말이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생각들을 내어놓고 마주하다 보면 소리도 높아지고 엇갈린 의견에 화가 치밀어 울그락불그락거리는 것이다. 때로는 시끄럽기는 하겠지만, 그래야 발전이 있지 않겠는가. 8여 년 전의 우리 교회의 모습도 그랬었다. 다행히도 8여 년 사이 무엇인가 변했다는 느낌이 든다. 서로 화합하고 기다림을 배워버린 성숙한 어른이 된 느낌.

목사님은 목사니 그렇다 치고 사모님은 말없이 늘 뒷전에서 침묵으로 있다. 다른 교회 사모님은 교인들의 성경공부도 안내한다는데 우리 교회 사모님은 목사님과 가정의 일만 보시니 답답해 보이던 때가 있었다. 그렇게 몇 년을 지내며 사모님의 '침묵의 시간'이 우리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말없이 목사님의 뒷전에서 늘 수고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회 내에서 각 부서의 모임이 있을 때마다 손수 만들어 주시는 '맛 나는 찐빵'은 먹어보지 못한 사람은 말 할수 없을 만큼의 '참 맛'이다. 사랑과 정성이 만들어 낸 순수한 '사모님의 찐빵'이다.

성도와 사모라는 사이가 그러하듯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하게 된다. 비슷한 연배에 있으니 친구 같으면서도 왠지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것은 사모나 성도나 같은 마음일 게다. 이렇게 8여 년의 세월을 한 교회에서 지내고 다른 곳으로 떠나신다니 섭섭하기 그지없다. 모두가 이렇게 만나고 헤어지고 또 만나지는 것이 우리들의 인연인 까닭에 서운하지만, 또 다른 만남을 위해 보내드리는 것이다. 아마도 '목사님의 설교 말씀'이 그리워질 때쯤이면 그보다 먼저 김이 모락거리는 '사모님의 찐빵'이 더욱 생각날 것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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