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얼굴을 신문에서 보았다.
보스톤코리아  2010-02-22, 14:13:08 
보스톤의 일기예보는 어렵지 않게 맞는줄 알았다. 겨울에 눈이 온다면 반드시 왔으며, 심지어 눈이 오기 시작하는 시간과 강설량 까지도 대충은 맞아 떨어 졌으니 하는 말이다. 헌데, 며칠전에는 이 예보가 완전히 잘못되었고, 눈이 비雨였으며, 오는둥 마는둥 물이되어 흘러 내렸다. 이건 봄이 오는 징조라 지레 짐작 했고, 올해에는 봄이 이르려나 멋대로 해석 했었다. 하지만, 이건 헛꿈과 헛물이며, 봄은 아직도 올 생각이 없는듯하다.

신문을 펴들면, 일단 훑어 넘긴다. 신영각 선생의 ‘人’의 제목을 먼저 보고, 읽기 위해 준비한다. 그리고, 차근 차근 다시 되돌가 가는게 나의 보스톤 코리아 읽는 방법이다. 헌데, 이 주週에는 나의 읽는 방법과 순서가 뒤엉켰다. 아내가 챙겨왔던 이번 호에는 무지 반가운 얼굴이 사진으로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사진을 먼저 보여주었고, “아이야, 이게 누군지 알지?” 라고 물었다. “로드아일랜드의 아빠 친구 아니냐.” 라고 말했다. 아이도 그가 누구인지 안다.

와우, 대단히 반가운 얼굴의 그가 여전한 모습으로 사진에 나와 있었다. 적당히 어울리는 ‘왓슨의 디엔에이’ 모델을 옆에 하고 말이다. 허름한 샤츠에 털털한 모습이 다름이 없다. 당연히 전화했다. 하긴, 지난 달에 전화에 그가 메시지를 남겨 놓았었다. 차일피일 미루던 차에 잘되었다 싶었고, 그에게 안부겸, 그의 사진을 신문에서 보았다고 이야기 하고 싶었던 거다.

통화가 쉽지 않았다만, 몇시간 후에 그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야, 나는 지금 산에 있다.” 오잉, 이겨울에 무슨 산 타령. 하긴, 이 친구 학교 다니면서, 산악반이었고 마른 햇빛에 텐트며, 등산장비를 말리는 모습을 자주 보기는 보았다.

로드아일랜드 대학에서 일하는 내 친구 조봉섭 교수다. 그가 히말라야에 갔었다고 했다.
“가족들은 잘있냐, 너는 어떠냐” 이런 저런, 어쩌구 저쩌구. 우린 여전히 야자 하는 사이이고,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그 모양이다. “다음에 우리 동문회 하면, 같이 가자. 야, 너도 한자 적어서 보내라.” 전화를 끊기 전에 그가 한마디 던졌다. “그래, 그래, 나도 한장 써서 보내마.” 서슴없이 대답했던 나의 대답에 스스로 막막하다. 하지만 약속은 했으니, 그럼 우리 친구 이야기로 그냥 몇자 적어 보내기로 했다. 안부 인사겸, 나이 들어 가는 중늙은이 얇팍한 푸념이다. 대신 그 친구 처럼, 커피이야기는 쓰지 않기로 했다. 이런건 전문가가 쓰는게 낫다.
하긴, 만났던 게 벌써 일년을 훨씬 넘겼다. 가까운데에 살면서도 한동안 뜸했었다.

봄이 오면,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이다. 하긴 나는 아직 청라언덕이 무얼 뜻하는지 알지 못한다. 푸른 언덕이지 싶고, 아지랑이 피는 그 나른한 봄날의 오후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 노래는 어린 시절 동무를 부르는 소리인 건 안다. 이 노래가 왜 갑자기 생각났는지 알수없다만, 콧노래로 부른다. 아직 보스톤의 봄은 멀었어도, 사우곡을 흥얼 거린다.

봄은 멀었건만 노래가 아련하다. 조봉섭이한테 다시 전화 해야 할까보다. 몇자 적어 보냈다고 말이다. 친구가 생각 나는 시절이다.

김화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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