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추고 싶었으리라, 사랑하는 아들(딸)을 숨기고 싶었으리라. 차마, 버릴 수 없는 어미의 그 사랑. 어머니 탯속에 열 달 힘들게 품에 안고 기다렸을 자식이었다. 그 아들(딸)은 어머니의 아픔과 고통의 산고를 겪고 마주한 사랑스러운 아들(딸)이었다. 세상에 내어 놓고 자랑하던 내 아들(딸)이었다. 동네방네 자랑하던 '내 아들(딸)'이었다. 팔순을 넘긴 어머니를 두고 세상을 먼저 떠난 동네에 가깝게 지내던 친구가 있었다. 처음에는 그 친구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주변에서도 몰랐었다.
그 친구보다는 그의 형과 형수와 가까이 지냈던 우리 부부이다. 언제나 성격이 맑고 밝은 형제 많은 집 막내아들이었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고 늦은 막내로 자란 탓일까. 형제들 틈에서는 늘 '걱정거리의 대상'이었다. 팔순 노모의 안쓰러운 사랑에 철없던 친구였으니 말이다. 나이 40이 다 되도록 결혼을 하지 않는 한 남자로, 동네 친구로 보았을 뿐이었다. 그야말로 그가 '커밍아웃' 하기 전까지는 그랬었다. 그가 처음 가족들의 곁에서 자리를 잡기까지는 타 주에서 직장을 가지고 오가는 정도였으니 자세한 내막을 알 수가 없었다.
그는 가족들과 가까운 곳에서 자리를 잡고 그의 친구를 데리고 왔다. 그의 친구는 말수도 적고 조용하고 깨끗한 한 미국 남자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그 친구의 애인이었다. 처음에는 가까이 지내던 친구들이 조금 당황했었다. 그러다가 차츰 그를 보게 되면서 새로운 것들을 만나게 되었다. 세상에서 정말, '맞았다, 틀렸다' 하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나 자신에게 질문하게 되었다. 저 사람들도 자기네 방식의 삶의 한 모습일진데…. 쳐다보기조차 싫어하는 또 다른 방식의 사람들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래, '옳다, 그르다' 이전에 나와 다른 또 다른 사람들이 우리 속에 함께 살고 있구나! 하고 바라다 봐주는 아량은 없을까. 왜, 늘 내 방식, 내 방법만이 옳은 것처럼 그 외의 것들은 업신여기고 치부해버리는 것일까. 한 생명으로 태어나 이 세상에서 사랑받고 사랑하며 살 권리는 있지 않을까. 그 어떤 식으로든 그들을 무조건적으로 '옳다, 그르다' 하는 것은 하나의 편견은 아닐까 싶다. 일단, 그들이 한 인간으로 세상을 살아갈 권리는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그들을 무조건적인 편견의 적대시보다는 한 번쯤 '내 자식이라면, 내 형제라면….' 하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지금까지 지내오면서 동성애자들에 대한 내 생각을 말하자면 그렇다. 후천적이 예는 조금 미루어 생각해 보더라도, 선천적인 예를 들어보자. 자신도 원하지 않았는데 내가 되어 있는 모습에 협오감이 들 정도로 다른 사람의 모습이라면 어떻겠는가. "넓은 세상의 밖에 나가서 나라는 정체성을 찾을 수 없는 '남자와 여자'의 확실하지 않은 모습에 있는 나는 어떻겠는가." 세상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눈초리에 찢기고 찢긴 상처받은 가슴과 상처 난 자국에 또다시 콕콕 찌르는 아픔과 고통을 겪는 그들을 우리가 어찌 알까.
세상 사람들은 그렇다 하더라도 부모 형제들 사이에서도 대접받지 못하고 숨겨진 사람으로 죄인의 모습으로 살았을 그 사람의 마음을 우리가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던가. 또한, 그들(동성애자) 부모의 마음을 생각해본 일이 있는가. 그들의 간절했던 '어머니의 마음'을 단 한 번이라도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가. 세상의 어떤 부모가 자식이 세상 사람들의 손가락질 대상이길 바라는 부모가 단 한 사람이라도 있었겠는가. 그 누구도 선택할 수 없는 선천적인 아픔과 고통이라면 차라리 그들의 자리에서 떳떳하게 삶을 꾸려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리의 몫은 아닐까.
그들도 한 생명으로 태어난 '존귀한 존재'이다. 이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가 분명히 있는 것이다. 얼마나 세상이 원망스러웠을까. 세상에 대해서, 사람에 대해서 얼마나 깊은 상처가 멍이 되었을까. 모두가 함께 공존하는 이 세상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질타에 가슴의 상처는 깊어지고 곱지 않은 시선에 얼마나 깊은 멍이 들었을까. 이제는 그들의 삶을 지켜볼 수 있는 마음이면 좋겠다. 선천적으로 원하지 않았던 몸으로 태어난 그들에게 손가락질보다는, 낯선 시선보다는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세상 속에 함께 걸어가는 '그냥 사람'으로….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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