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조건이 아닌 선택 - 신영의 세상 스케치 ( 234회) |
보스톤코리아 2010-02-08, 12:15:54 |
한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나 한 가정의 부모 밑에서 정성어린 사랑과 가정교육을 받고 자라지만, 세 아이의 얼굴 생김새가 다른 만큼이나 성격도 언행도 모두가 다르다. 세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이 어릴 때는 경험이 부족한 탓에 혹여 다른 집 아이가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고 독불장군처럼 고집이 세거나 차분하지 않고 극성스움이 지나치거나 다른 아이들에게 싸움을 자주 걸면 그 아이를 보면서 그 어머니를 먼저 떠올린 때가 있었다. 세 아이를 키우며 아이마다 모두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서는 그런 생각은 아예 거두고 말았다.
세 아이를 키우며 모르고 지내던 또 다른 세상을 아이들을 통해서 많이 들여다 볼 수 있었고 큰 공부가 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아마도 아이들이 중학교 때쯤의 일이었다는 생각이다. 모두가 연년생이니 삼남매가 매일 학교를 같이 다니고 집에 함께 오고 학교 행사나 그 외의 활동을 서로 잘 아는 처지였다. 어떻게 보면 서로 너무도 잘 알아서 무엇인가 부모님께 감추고 싶어도 서로 눈치가 빤하기에 학교생활이나 그 외의 생활을 숨길래야 숨길 수 없는 단점이 되기도 했다. 하루는 학교에서 성적표(Report card)를 받아오게 되었다. 학교를 마칠 시간에 세 아이를 데리러 가면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얼굴 표정에 따라 '아이의 성적'을 미리 알아차릴 수 있었다. 딸아이는 첫째라 그런지 공부를 꾸준히 노력하는 편이었다. 곁에 있는 친구를 샘을 내거나 욕심을 부리지 않고 제 몫만큼만 했다는 생각이다. 둘째인 큰 녀석은 욕심도 누나보다는 많았지만, 성적표를 받으면 그 성적으로 인해 한참을 고민하고 속상해하는 성격이다. 또한, 우리 집 막내 녀석은 공부보다는 운동을 더 좋아하는 편이었다. 막내라는 이유로 이 녀석은 자연스럽게 자유를 누리고 즐기며 자란 녀석이다. 딸아이는 성적이 떨어졌으면 제 몫만큼 혼자 열심히 공부하고 생활을 즐겁게 보내는 편이었다. 큰 녀석은 떨어진 성적으로 말미암아 속상한 마음이 다음 성적표를 가져올 때까지 머무는 편이었다. 하지만, 막내 녀석은 지난 번의 성적이 잘했든 못했든 엉망이었든 간에 지난번보다 성적이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면 행복해 하는 것이었다. 세 아이를 보면서 도대체 '행복이란 무엇일까?' 하고 깊이 생각에 머물기도 했었다. 큰 녀석을 보면서 동생보다 공부를 잘하는 편이었지만, 자신이 세운 목표(욕심)만큼 채워지지 않으면 속이 상했던 것이다. 막내 녀석은 어려서부터 막내둥이고 개구쟁이라 엄마가 누나나 형보다는 닦달하거나 보채지 않고 넉넉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키운 녀석이다. 이 녀석은 공부보다는 운동(ice hockey, football, baseball, diving)을 더욱 좋아해 주말이면 항상 운동 연습과 게임이 있어 한국학교에도 보내지 못했다. 학교 공부는 누나와 형보다 조금은 뒤떨어지지만, 자라며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친구들과의 생활이 늘 즐거워 보였으며 행복해 하는 녀석이다. 특별히 불만 없이 늘 행복해 하는 이 녀석을 보면 '행복'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우리 집 막내 녀석을 보면서 '행복은 조건이 아닌 선택'이라는 생각을 했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자신이 마음의 선택을 한 것이다. 성적의 기준이 밖에서 바라본 조건의 수치라면 행복의 기준은 자신의 마음에서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개구쟁이 녀석이 올가을에 대학 입학을 위해 누나가 다니는 시라큐스 대학(Syracuse University)에 early decision으로 application을 넣었는데 지난 12월에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이 녀석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항상 조급하지 않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사는 것이 '행복'을 부르는 열쇠가 아닐까 싶었다. 어찌 아이들의 행복뿐일까. 어른들의 행복은 조건이든, 선택이든 간에 더욱 미묘하고 복잡하고 알쏭달쏭하다. 사실, 행복은 아주 단순하지 않던가. 언제나 가까이에서 말없이 기다리고 있는데 멀리에서만 찾으려는 어른들의 욕심이 그 행복을 밀어내는 것이리라. '행복은 조건이 아닌 선택'이라고 또 일러준다. 인생 여정에서 마음에 있는 욕심을 조금씩 덜어내면 그 자리에 행복이 채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삶 속에서 쉽지 않지만, 진정한 행복을 원한다면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여는 연습과 덜어내고 씻어내는 훈련이 필요하리란 생각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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