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228회
보스톤코리아  2009-12-21, 14:41:35 
요즘 미국이나 한국이나 평범하지 않은 특별한 삶을 살아가는 스타(방송인, 연예인, 프로운동선수 등)들의 얘기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얼마 전 한국의 모 방송국 프로그램에서 한 젊은 여성이 쉽게 던진 말 한 마디의 '루저(loser)논란으로 한바탕 시끌시끌했었다. 요즘 한국의 많은 젊은 여성들이 그 무엇보다도 외모로 평가하는 사회에서 진정 그들은 무엇을 먼저 생각하고 무엇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을까. 그들은 어쩌면 자신의 삶을 저당잡히고만 희생자들인지도 모를 일이다.

인생에 있어 젊은 양심과 꿈으로 자신의 삶의 가치관을 차근차근 배우고 익히며 쌓아가야 할 귀중한 시기에 이들은 자신의 가치관의 혼란을 겪게 되는 것이다. 그 무엇보다도 눈에 보이는 신체적인 조건(키가 크고 날씬하고 예뻐야 대접받는 사회)이 최고라는 사회구조와 인식 속에서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고 평가받는 어처구니 없는 일 앞에 허탈함이 인다. 그렇다고 그 사회 밖으로 빠져나온들 별도리가 없다는 것이 어쩌면 더욱 서글픈 개인적인 이유이고 요즘 한국사회에 깊게 뿌리박힌 암(癌)의 요소는 아닐까 싶다.

젊고 발랄한 꿈과 열정과 지식과 지혜보다는 눈에 보이는 신체적인 외모에 따라 평가되어 가는 사회의 모순 앞에 그들은 자신의 삶의 가치기준에 대한 혼란을 겪는 것이다. 그것도 한 TV 프로그램에서 '루저'라는 이유를 들추며 키가 180cm가 안되면 루저라느니, 키 작은 남자가 폭력을 쓰는 남자보다 더 싫다느니, 키가 작으면 오만정이 다 떨어진다느니, 여자는 남자친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 투자하느라 부대비용이 많이 드니만큼 데이트 비용은 남자가 내야 한다느니 하는 식의 표현은 참으로 듣는 이들을 난감하게 한 것이다.

루저(loser)란 말을 살펴보면 몇 가지 뜻이 있는데 실패자, 패자, 전과자, 전혀 쓸모가 없는 것(사람) 등을 일컬어 한 말이다. 그런데 다름 아닌 이런 루저가 사람의 신체에 비유해 180cm가 안되면 루저라는 이해할 수 없는 말 앞에 더 할 말을 잊은 것이다. 그렇다면 180cm 미만의 키를 가진 남자는 다 패배자고 낙오자란 말인가. 참으로 어처구니 없지 않은가. 그 프로그램이 방송을 타고 나간 뒤 키 작은아들을 가진 부모들이 발끈했다는 뒷얘기도 전해지고 있다. 가만히 생각하니 우리 집 남자(남편, 두 아들)들도 모두가 루저?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다. 그 어떤 상대로부터 자존심이 상하고 상처받는 일 중에 다름 아닌 신체 조건을 들먹이는 일이다. 자신이 바꿀 수 있는 것들은 몇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젊은 여성들이 요즘 흔히 생각하는 성형은 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타고난 키를 인위적으로 늘리는 일은 그리 쉽지 않은 일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요즘은 성장기에 필요한 영양을 섭취하여 키를 크게 할 수 있고 성장호르몬을 투여해 키를 자라게 할 수 있다고 광고를 하고 있다. 요즘은 신고 있으면 키가 큰다는 신발이 청소년들에게 인기도 있다고 한다.

이 세상에 모든 남자가 키 큰 남자들뿐 이라면 무엇인가 빠진 듯싶어 싱겁지 않겠는가. 우리는 자연을 보면서 잠시 잊었던 새로운 사실을 깨달을 때가 있다. 우거진 숲을 들여다보면 나무들의 키의 높낮이가 모두가 다르고 들가의 꽃들을 보면 크고 작은 키가 섞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듯 크고 작은 것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만들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신체적인 루저(loser)를 들춰 잠시 시끌시끌하게 했던 그 젊은 여성의 루저는 바로 이 세상의 아름다움은 '올록볼록' 하고 '알록달록' 하고 '울퉁불퉁' 하다는 것을 몰랐다는 사실이다.

모두가 잘난 세상은 삭막하고 답답할 것 같은 생각은 어쩌면 더 많은 사람이 속한 잘나지 못해 서운한 루저(loser)들에게 행복이라는 선물일지 않을까 싶다. 세상을 살면서 가끔 내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에서 더욱 열심으로 노력하고 시간을 들일 때가 있다. 그것은 나 자신에게 있는 '루저'를 알기 때문에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리라. 어쩌면 그것마저도 욕심일 것이다. 하지만, 내게 있는 그 루저(loser)를 나 자신이 먼저 인정하기만 하면 더 깊고, 더 높고, 더 넓은 또 다른 심오한 행복을 누리지 않을까 싶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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