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사람, 나도 사람
보스톤코리아  2008-10-17, 01:32:46 
저 들가의 풀 한 포기도 꽃 한 송이도 지나는 나그네의 눈짓에 하나의 존재로 피고 지는 것이다. 집에서 기르는 작은 강아지나 고양이를 보아도 사랑받고 있을 때의 모습은 활기가 넘치고 씩씩한 모습이다. 그러니 만물의 영장이라 일컫는 사람이야 그 무슨 말이 필요할까 말이다. 자신이 믿고 따르고 존경하고 좋아하는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것은 인간 본연의 모습일 것이다. 자신이 그 어떤 자리에 있든 간에 그 충분한 사랑을 그리워하는 것일 게다.

어제는 느닷없는 한국의 뉴스에서 깜짝 놀라운 기사를 접했다. 한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야무지고 깍쟁이 같았던 이미지의 연기자가 '자살'을 했다는 보도의 기사였다. 참으로 순간 당혹스러웠다. 얼마 전에도 그런 일이 있어 새로운 시각으로 삶을 들여다보고 있는 참이었는데 또 이렇게 삶이라는 것을 쉬이 놓을 수 있단 말인가 싶어 가슴이 아려왔다. 물론, 스타라는 자리에 있기에 기사도 빠른 시간에 전달되겠지만 보도되지 않은 요즘 보통 사람들이 사는 삶의 한 모습일 거라는 생각으로 일축하니 가슴이 더욱 아팠다. 자식이 둘이 있는 엄마로서 죽음을 선택했을 때의 그 절박함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요즘 초고속화 시대에 살아가는 현대인의 단면을 보는 듯싶어 참으로 안타깝고 서글픈 현실에 깊은 생각의 하루를 만난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지내는 것이 심신에 좋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사람들이라도 같이 있으면 곧 싫증이 나고 주의가 산만해진다. 나는 고독만큼 친해지기 쉬운 벗을 아직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대개 방 안에 홀로 있을 때보다 밖에 나가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닐 때 더 고독하다. 사색하는 사람이나 일하는 사람은 어디에 있든지 항상 혼자이다. 고독은 한 사람과 그의 동료들 사이에 놓은 거리로 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바드 대학의 혼잡한 교실에서도 정말 공부에 몰두해 있는 학생은 사막의 수도승만큼이나 홀로인 것이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Henry David Thoreau) , 월든(Walden) 中에서.

하버드 대학을 졸업했으나 부와 명성을 마다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자연 속에서 글을 쓰며 일생을 보냈던 소로우의 생활을 엿보면 참으로 우리의 깊은 영혼의 소리가 그립다는 생각을 해본다. 소로우의 생활을 따라가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와 함께 숲 속을 걷기도 한다. 이처럼 현대인들의 생활은 바쁘다는 핑계를 이유 삼아 자신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무엇인가에 쫓기며 하루를 살고 있다. 그러다 문득, 멈춘 자리에서 공허(空虛)와 혼돈(混沌)이라는 허탈함과 중압감에 눌려 자신의 블랙홀(black hole)에 빠져 허우적거리기 쉽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지금의 현실을 외면하면 그뿐일까. 이렇게 주변에서 '자살'이라는 이름으로 떠나는 사람들을 안타까운 마음의 며칠이면 그만일까. 더욱 두려운 것은 더 많은 이들이 그토록 무서운 선택을 할까 싶은 염려가 가득하다.

바깥으로 표면화된 신앙의 모습이 '종교'라고 한다면 내면에 깊이 뿌리내린 신앙의 모습은 神(창조주)이 창조한 자연과 사람과의 합일이라는 생각이다. 그 누구도 자연과 있는 시간 동안에는 욕심을 갖지 않는다. 바라보는 것으로도 충분한 감사와 은혜가 넘치는 것이다. 들에 핀 꽃을 보며 어찌 창조주를 잊을 수 있겠으며 보살피지 않아도 자라는 저 들풀과 들꽃과 자연을 보면서 어찌 보살핌의 손길을 느낄 수 없을까 말이다. '어찌 이리 아름다운지요?'하고 고백을 하는 것이리라. 요즘의 보도되는 이토록 무서운 '자살'의 뉴스를 보면서 바라보는 우리는 아무런 책임도 없을까. 나의 일이 아니라고 무관심으로 지나치면 그뿐일까. 그토록 소로우가 자연예찬론을 펼친 이유를 요즘에서야 많이 깨닫곤 한다. 세상에서 얻은 지식이나 부나 명성은 사람의 겉은 채워줄 수 있으나 영혼 깊은 속은 채워줄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엇이 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을까. 그 화려했던 시간의 무대에서 왜 그들은 모두를 버리고 떠났을까. 어쩌면 그 화려함이 그들을 죽음으로 몰았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기에 욕심은 또 다른 커다란 욕심을 꿈꾸기 때문이다. 이런 욕심이 마음에서 일렁거리는 순간을 느낄 때가 있다. 이런 시간에는 자연을 찾아 깊은 묵상(명상)의 시간을 가지면 자연과 내가 함께 공명하는 하나의 순간을 느낄 것이다. 가슴에 가득했던 울분과 욕심과 욕정을 식혀버리고 평안해지는 시간을 누릴 수 있다. 사람들이 모인 곳은 어디나 시끄럽다. 화합으로 가기 위한 종교인들이 모인 장소도 별다를 게 없다. 다만, 너도 사람이고 나도 사람인 이유일 것이다. 서로 부족한 우리의 모습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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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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