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연의 휴먼스토리 2._3남매, 장애 아내 소리없이 보살핀 남편 최형철씨에게 아내가 쓴 에세이
보스톤코리아  2008-07-21, 18:00:48 
괴로움이란, 내가 못 걷는다는 '육체의 사실'이 아니라 '생각'에 있었다


'절망 속에서 희망 속으로'
가족의 따뜻한 헌신에도 불구하고 나의 상황을 극복할 수 없었다. 연속되는 저혈압으로 자주 쓰러졌고 욕창으로 휄체어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또 가려움은 혼을 쏙 빼 놓았다. 몸은 항상 추웠다. 그리고 물먹는 일이 제한되어 있어 물 한번 실컷 먹는 것이 소원 이었다. 갖고 싶으면 다가가서 가져오던 물건도 이제는 물건들이 나에게 다가와야 했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처럼 거꾸로 가는 시계를 탄 듯 그동안 나만 아는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가는 일은 쉽게 적응되지 않았다. 그 후 폐렴이 다시 찾아왔다. 가슴근육이 작동을 하지 않기에 기침을 하는 일은 천지가 요동하는 것 같았다. 이번 폐렴의 고생으로 그동안 회환과 함께 엮이어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도 나에겐 사치였다. 엄마라고 파고드는 아이들을 보면 나의 마음은 용암보다 더 뜨거운 덩어리가  솟아올랐다. 그리고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 같은 교통사고는 한층 나를 괴롭혔다. 뮈니뮈니 해도 정신적인 고통을 이길 수가 없었다. 나는 걷지 못한다는 생각은 커다란 괴로움으로 다가왔다. 세상은 분노였다. 어느 날 꿈을 꾸었다. 내가 누구에게  쫓기며 버스를 올라타려 하였다. 그러자 버스 속에서 누군가 손을 내밀어 잡아끌었다.

그러던 며칠 후 아는 분으로부터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이 책은  2000년까지 13개 언어로 번역 되어400만권이 팔린 허버트밴슨의 이완반응(The Relaxation Response)이라는 명상에 관한 책이었다. 명상은 한 곳에 집중하는 일이었다. 촛점 언어를 생각했고 이 음이 주는 진동음을 몸의 수억의 세포에 전달했다. 호수에 돌을 던지면 저 너머까지 가는 것처럼 , 나의 소리는 손상된 신경까지 전달되었다.

집중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집중하면 집중할수록 물 속에서 일어나는 때처럼 잡생각이 일어났다. 그러나 쉬지 하지 않고 여름에는 나무 밑에서 겨울에는 거미줄 쳐진 보일러실에서 열심히 하루에 4시간 이상 명상을 했다.  생각이란 참 이상했다. 커피란 내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나면 어디선가 슬그머니 나타나는 것처럼 괴로움 역시 괴로운 현상을 느끼면 슬그머니 나타났다 생각하지 않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렇다면 괴롭다는 생각을 하면 괴로워지는 '괴로움이란' 실제 한다고 할 수 있을까?

즉 내가 ‘괴로운 것’은 괴롭다는 생각을 하면 나타나고 내가 괴롭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나타나지 않았다. 정말 초점 언어에 집중하고 있는 동안에는 이 언어에만 몰입하므로  괴롭다는 생각이 전혀 나타나지 않아 괴롭지 않았다. 쉽고도 묘한 이치였다. 갑자기 괴로움의 비밀이 풀린 듯 느껴지자 나의 삶은 죽 늘어났다. 시간을 늘려 명상에 몰입 했다. 이렇게 10년을 보냈다. 남들이 공부를 하고 돈을 버는 시간을 나는 이렇게 보냈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자 생각을 흘려버릴 수 있었다.

우리는 평상시 수많은 생각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이 생각들은 수많은 세계를 만들어 낸다. 우리는 세계란 객관적으로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세계란 객관적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 내는 세계이다. 내가 달을 생각하면 달이 그려지듯이 괴로움도 인식 될 때 나타난다. 정녕 괴로움이란 내가 못 걷는 다는 ‘육체의 사실‘이 아니라 ‘생각’에 있었다. 이것은  논리적 이해가 아니라 경험을 통해 느낀 명증적 체험이었다. 그런데 믿기지 않게 7년씩 달고 다니던 욕창과 방광염등이 모두 사라지는 일이 생겼다. 그리고 아주 편안 해졌다. 내가 편해지자 가족들도 편안해졌다.

구소련 하바로프스크  치앙칸첸이 원격 무선 정보 전달 장치로 1991년 세계특허를 받은 생체장이론은 마치 나의 경우를 생각나게 한다. 이 실험은 오리 엄마가 품은 닭의 달걀에서 나온 새끼가 오리 모습을 한 실험이었다. 오리엄마의 마음이 유전자를 변이 시킨 것이다. 나의 '편안한 마음이란 생체자기장'은 가족들에게도 전달된 것일까? 명상은 나뿐만이 아니라 가족들도 변화시켰다. 그러나 이러기까지에는 10년 동안 밤잠 못자는 노력이 있었다. 사방으로 치솟는 생각을 붙잡는 일은 어떻게 해서든 아이들을 잘 키우겠다는  각오가 없었다면 하지 못했을 것이다. '괴로움'은 이렇게 나에게 인생을 가르쳤다. 남들은 나에게 핸디캡을 못 느끼겠다고 말한다. 이유는 내가 핸디캡 이라는 것을 느끼고 살지 않기 때문이다. 실로 10년의 명상의 힘이었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인생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인생은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 라고 말하고 싶다.

'보이지 않는 아빠'
아이들이 엄마를 위하여 도와야 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한 것은 아빠의 생활태도였을 것이다. 아이들이란 부모의 생활에 그대로 영향받기 마련이다. 불평없이 자신의 과제를 묵묵히 받아들여 엄마, 간호원, 아빠 역할을 해온 남편의 생활은 자체가 산 교육이었다. 아이들은 힘은 들지언정 불평 하지 않는 아빠의 모습속에서 불평이란 무엇인지 몰랐을지 모른다. 아이들이 보고 배운 것은 아빠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엄마를 돕는 일이 당연한 것으로 연결되었다. 당시 남편은 명예와 부가 보장된 한국의 S로 부터 높은 자리를 제공 받았다. 그러나 가지 않았다. 누군가 아이들을 열심히 보살펴 주더라도  엄마상항이 이러한데 아빠마저 부재라면 아이들이 정신공황을 맞이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빠의 결정은 옳았다. 아이들은 불평없고 긍정적이고 밝게 성장했다. 아이들을 잘 기르는 것은 멀리 있지 않았다. 바로 내가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주면되는 일이었다.
(다음호에 계속)

글 최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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