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인연을 위해서
보스톤코리아  2008-06-17, 00:15:02 
살다 보니 이제는 보스턴이 고향이 되었다. 결혼 전에 뉴욕에서 2여 년 정도 살다 결혼을 하고 보스턴에서 20년을 살고 있으니 제 2의 고향인 셈이다. 이제는 한국에서의 생활보다 더 길어진 미국 생활이 세월을 말해주는가 싶다. 그 세월동안 많은 사람도 만나고 헤어지는 일을 반복하면서 기쁘고 즐겁던 일과 슬프고 괴롭던 일들도 함께 오버랩 되어 스쳐 지난다. 그래, 이런 삶의 작은 조각들이 또 하나의 그림을 채워가는 모자이크일 것이다. 이 작은 일들이 때로는 비바람에 씻기고 햇살에 반짝거리는 특별하지 않은 일상에서의 특별함이 되어버린 일 말이다.

주변에 친구들이 몇 있다. 그중에는 오래된 어릴 적 친구도 있고 결혼 후 만난 동네 친구들도 몇 있다. 사람을 그리 많이 사귀는 성격이 아닌 터라 만나는 친구들은 세월의 덮개에 오래된 내음이 베일 정도다. 살다 보면 쉬 버려지지 않는 좋아하는 물건처럼 그렇게 사람도 오랜 세월에 묻혀 묵은 향이 좋다. 평생을 살면서 제대로 된 친구 하나 있다면 그 인생은 '성공한 인생'이라 하지 않던가. 가끔 오랜 친구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 더 부릴 욕심을 잊어버린다. 언제나 편안하고 넉넉한 그 사람 냄새에 취해버려서일까. 그저, 말없이도 행복하다는 말을 곁에 좋은 친구 있는 사람들은 알리라.

어느 시인(유안진 님의 시/지란지교를 꿈꾸며)의 시편을 빌리지 않더라도 중년이라는 이름이 붙여질 때쯤, 그 시인에게서 느꼈던 감정을 우리의 무뎌진 감성에도 떨림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래, 바쁜 생활이라는 이유를 달며 얼마를 달려왔을까. 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남편과 아이를 핑계 삼아 계절과 계절 사이에서 눈물겹도록 아름다웠던 풍경들마저도 외면한 채 달려오지 않았던가. 이제야 한참을 잊었다 다가오는 얼굴과 이름 석 자가 하나 둘 밤하늘을 몰고 내려오는 저녁별 틈새에서 아른거린다. 그래, 너무도 바삐 달려온 탓에 제대로 낮의 푸른 하늘도 밤의 별빛 가득한 하늘도 한 번 바라보지 못했는데….

좋은 인연이 어디 따로 있을까. 서로에게 진실한 마음이 통하는 길 외에 또 무엇이 좋은 인연이 되어 만나질까. 바로 서로 믿는 믿음이란 생각이다. 오랜 어릴 적 친구는 가까이 살면서도 바쁜 생활(비지니스)에 자주 만나지 못한다. 하지만, 서로의 마음을 잘 알기에 조급해하거나 불안해 하지 않는다. "잘 지내고 있겠거니?"하면서 가끔 떠오르면 마음의 기도를 서로 나눈다. 아마도 이런 일상에서의 마음의 나눔이 믿음이란 생각을 한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귀에 들리지 않아도 그 사람을 알아차리는 일 말이다. 굳이 말이 아니어도 마음이 통하는 이들의 아름다운 만남이 좋은 인연이 아닐까. 조급하게 달려가지 않아도 보채지 않아도 서로 만나 나눌 수 있는 여유로운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좋은 인연일 게다.

그 어떤 중요한 것에 있어서든 가진 것보다는 오래도록 보관하고 간직하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간에 상하고 변하지 않도록 주인이 잘 관리를 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 것이다. 오래도록 간직하려면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란 생각이다. 좋은 인연을 위해서는 서로에게 무리하지 않는 안전거리의 유지가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서로 밀고 당기고 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서로 너무 달려가면 부딪히기 쉽고 서로 멀리 달아나면 잊힐까 두렵기 때문이다. 모두 각자의 생활이 있으니 그에 맞춰 서로 좋은 인연을 잇고자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서로에게 맑고 밝게 비춰주는 거울이 될 수 있다면 좋은 인연이고 좋은 친구이리라.

변화와 간직을 꿈꾸는 계절마다 자연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특별히 나무들이 자라는 모습은 삶에 큰 지혜를 주기도 한다. 겨울의 혹한을 견딘 나무는 이른 봄 새순을 내고 꽃을 피우고 여름이면 푸른 잎을 자랑한다. 그리고 가을이면 열매를 맺고 겨울을 위해 준비한다. 나무가 잘 자라려면 햇볕과 영양분과 정성이 필요한 것처럼 좋은 관계를 위해서도 따뜻한 사랑과 정성이 필요하다. 또한, 튼실한 나무로 키우려면 가지치기도 잊지 말아야 한다. 사람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서로에게 진실한 친구라면 사랑의 마음으로 상대방에게 필요한 조언이나 충고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조언이나 충고에는 항상 '진실한 사랑'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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