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조지타운 대 교수 하버드 김구 포럼 강연 요약
보스톤코리아  2008-02-24, 08:25:25 
▲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가 하버드 김구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국제 스포츠는 동아시아 정치학의 중요 요소


지난 14일 목요일 하버드 김구 포럼에서는 조지타운대 빅터 차(Victor D. Cha) 교수의 동아시아 지역 정치에 관련된 강연이 있었다. 강의 내용을 요약식으로 간단히 정리했다.
‘중국, 한국, 그리고 올림픽의 국제 정치학(China, Korea, and the International Politics of the Olympics)’이라는 주제로 열린 강의는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을 앞두고 스포츠와 국제정치의 관계를 재조명하는 시간이 되었다.

차 교수는 스포츠와 정치의 관계에 있어 ▲ 양자가 전혀 관계가 없다는 '순수주의(purist)'의 입장과 ▲ '국제 스포츠는 곧 정치'라는 두 입장이 있다고 소개했다. 두 입장 중 그는 스포츠가 대결의 형태를 가진다는 점, 국가간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 테러의 목표가 된다는 점, 자유주의의 이상을 실현한다는 점, 국가 선전 수단으로 쓰인다는 점 등의 이유를 제시하며 스포츠가 정치적 함의를 지닐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흥미롭게도 차 교수는 동아시아에서 스포츠는 독특한 정치적 색깔을 가진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구상 어느 다른 지역보다 아시아에서 스포츠는 더욱 정치적이다"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유치하려는 아시아 국가들의 열의가 높다는 점,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가 일본에 대한 적대감을 스포츠를 통해 표출한다는 점, 그리고 급격한 경제 발전에 따른 스포츠의 정치 상징화가 이루어졌다는 점 등이 제시됐다. 그 대표적 예가 1988년 서울 올림픽과 2002년 한·일 월드컵이다. 전자가 냉전시대의 막이 내려가는 역사적 배경 속에서 대한민국의 이름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면, 후자는 아시아를 뒤흔든 외환위기 후에 열린 아시아 최초의 국제 스포츠 행사로써 의미를 지닌다.

스포츠와 국제정치의 관계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 차 교수는 정체성(identity), 외교(diplomacy), 변화(change)의 세 개념을 소개했다. 즉, 그는 스포츠가 ▲국가 정체성을 다양하게 보여주고 ▲국가간의 외교를 촉진시키고 ▲변화를 이끌어 낸다는 점에서 국제 정치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첫째, 스포츠 경기에서의 승패는 국가 혹은 민족의 자부심과 밀접히 연관되었다는 점에서 스포츠는 국가 정체성의 표현이다. 따라서 스포츠는 국가형성에 있어 상징으로 사용될 수 있으며, 위기 시 국가 정체성을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심지어 스포츠는 무력과 군사력 대신 문화와 예술, 과학기술 등을 통해 권력을 획득하고 행사하도록 하는 소프트 파워(soft power)의 한 형태로까지 발전되어 있다. 그 예로 오스트리아는 '국제 시민(global citizen)'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움으로써 유력 올림픽 유치 후보지였던 중국을 제치고 2000년도 하계 올림픽을 수도 시드니에 유치할 수 있었다.

둘째, 스포츠 자체를 외교와 동일시 할 수는 없지만 외교관계를 가속화 하고 수월하게 한다는 점에서 스포츠는 현대정치의 한 요소가 되어있다. 특히, 일반적 외교 통로로는 껄끄럽기만 한 국제 관계가 스포츠라는 윤활유를 통해 부드럽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미국과 중국간의 외교적 다리를 놓았던 핑퐁외교, 적대관계에 있던 미국과 소련을 한 자리에 불러 모은 88서울 올림픽 등은 스포츠의 외교적 성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셋째, 스포츠는 정치적·물질적 변화를 불러 일으킨다는 점에서도 정치적 함의를 가진다. 차 교수는 "국제 스포츠 경기는 전략적(tactical)인 면 그리고 관념적(ideational)인 면, 이렇게 두 가지 형태로 변화의 압박을 가져온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권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는 2008 베이징 올림픽의 예를 들었다. 즉, 수많은 관광객과 기자가 중국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점을 전 세계로 전하게 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중국이 겪어야 할 변화가 '전략적 변화'라면, 올림픽이 가지고 있는 화합과 자유, 평화 등의 이상이 개최국을 압박함으로써 생겨나는 변화가 '관념적 변화'이다.

이 날 차 교수의 강의는 동아시아 정치학에서 스포츠가 가지는 중요성과 2008 북경 올림픽이 가지는 역사적 중요성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틀을 제공해 주었다. 그러나 강의 후 질의응답 시간이 본 강연 내용 보다는 북핵 문제에 대한 차 교수의 의견을 물어보는 질문만 일관되게 제기되는 역설적 현상도 일어났다.

빅터 차 교수는 미국의 컬럼비아 대를 졸업한 후 영국의 옥스포드 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미국의 컬럼비아 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지타운 대 교수로 재직하다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국장으로 임명되기도 한 그는 대북문제 및 동아시아 문제에 있어서는 미국 내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NSC를 떠난 그는 현재 조지타운대 정치학과 교수로 활동 중이다.                                  

김진혁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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