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부는 반세계화 바람 |
보스톤코리아 2008-02-10, 11:04:16 |
세계 수출1위국이 세계화에 반대하는 이유는?
지구촌의 많은 이들이 독일만큼 '세계화(globalization)'에 큰 혜택을 입은 나라도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고급 승용차에서부터 공업용 중장비까지 독일 상품은 세계 곳곳에서 많은 신뢰와 사랑을 받고 있으며, 이를 반영하듯 독일은 명실상부한 세계 제1의 수출 대국이다. 또한, '세계화' 하면 떠오르는 '공격적인 구조조정'과 '과감한 합병정책'은 위기에 처해있던 독일 금융계에 내실을 가져다주었다. 세계 시장에 잘 적응한 대가로 얻은 독일의 경제적 번영은 작년에 4년 만에 처음으로 실업률을 10% 이하로 떨어뜨렸다. 많은 경제전문가는 좌 ·우파 대연정을 기반으로 일어선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정부의 중도 실용주의 경제정책은 독일 경제의 부활에 큰 이바지를 하였다고 분석한다. 실제, 메르켈 정부의 실용주의 정책은 높은 실업률과 저성장으로 고통받던 독일 경제에 회생의 기미를 불어 넣었고, 독일은 최근 두 해 연속으로 2.5%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시사주간지 타임은 “독일 국민 대부분에게 세계화란 더러운 단어이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한다. 수출 중심 독일의 경제구조와 최근의 경기호황을 보여주는 통계치를 고려할 때 독일인들의 세계화에 대한 반감은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러나 여론조사기관인 알렌스바흐(Allensbach)에 의하면 10년 전 세계화를 지지하는 독일인과 반대하는 독일인의 수가 거의 50:50이었다면, 최근에는 세계화를 '위험(risks)'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세계화가 '기회(opportunities)'라고 인식하는 이의 두 배를 넘어섰다. '세계화의 혜택을 부자만 누린다'라는 의견도 1998년 32%에서 2006년에는 50%로 급증했다. 또한 독일 국민 83%는 경제 회복의 혜택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인플레이션과 세금을 감안한 실제 소득수준도 1980년대와 비교해 나아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듯 독일에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고용 불안정과 부의 불평등을 키웠다는 반감이 커지면서 세계화에 반대하는 좌파정당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좌·우파간 대연정으로 이룩한 현 정부의 중도 실용주의 정책도 세계화에 대한 불신 때문에 연일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 1월 27일 치러진 독일 헤센 주의회 선거는 세계화에 대한 독일인의 불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독일의 금융 수도 프랑크푸르트가 있는 헤센 주는 메르켈 총리 주도의 기독교민주당(Christian Democratic Union, CDU)이 전통적으로 강한 지지를 받는 지역이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사회정의와 최저임금 등의 공약을 내세운 사회민주당(Social Democratic Party, SPD)이 36.7%의 표를 얻었다. 헤센 주와 로워 섹소니 주에서는 동독의 구 공산당에 뿌리를 둔 극좌파 당도 7%의 지지를 획득, 창당 1년 만에 의회에 진출하는 성과도 거뒀다. 좌파정당의 디트마 바트쉬(Dietmar Bartsch) 사무총장은 "오늘 우리는 독일 연방 공화국의 문화와 정치의 지각을 바꾸었다"라며 자축했다. 헤센 주 사회민주당 지도부의 안드레아 입실란티(Andrea Ypsilanti) 역시 선거 결과에 고무되어 "사회 민주주의가 다시 돌아왔다"라고 외쳤다. 이러한 좌파세력 선전의 이면에는 현 정부의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불신이 깔렸다는 평가다. 2009년 독일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세계화에 비판적이고 부의 재분배를 강조하는 좌파당이 구 동독지역을 중심으로 성장한다는 사실은 독일 정치계에 작지 않은 파장을 던져주고 있다. 창당 초기의 마르크스 주의 입장을 버리고 중도노선에 서 있던 사민당도 이러한 시대적 기류에 맞추어 좌파의 목소리를 서서히 되찾고 있으며, 독일 내 우파로 인식되던 메르켈 총리마저 미국식 체제를 모방해 근로자 복지제도를 축소한 기업주에게 공개적으로 항의하기도 했다. 타임스는 보수적인 메르켈 총리의 성향에 비추어 이러한 공개 항의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독일의 반세계화 움직임과 좌파 세력의 득세에 대해 독일 내외에서 다양한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베를린 자유대학의 게로 노이게바우어(Gero Neugebauer) 정치학 교수는 "독일인들이 세계화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으며 정치인들이 이를 인식하기 시작했다"라며, "(이러한 좌향좌 현상은) 베를린 정치계의 대연정에 대한 새로운 긴장을 형성할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반면, 영국 런던에서 활동 중인 경제학자 엘가 바취(Elga Bartsch)는 독일 정부가 세계화에 맞춰 더욱 적극적으로 경제개혁을 하지 못하는 것은 근시안적이라고 비판하며, "독일의 정치인들은 세계가 실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국민에게) 설명하는 데 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번 타임스 기사는 미국식 세계화의 위기를 반영하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증언들과 보조를 같이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사에서는 통일 이후 독일의 복잡한 정치경제적 상황과 근대 자본주의를 비판하던 독일의 오랜 철학적 전통에 대한 성찰이 부족한 점이 아쉽다. 그리고 현상적 좌파세력의 득세와 여론조사 결과를 반세계화의 주요 증거로 제시한 점은 이 기사가 가진 미국식 시각의 한계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김진혁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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