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사랑해
보스톤코리아  2008-01-27, 10:32:30 
요즘 바쁜 시간을 더 바쁘게 하는 일 중에는 한국의 한 방송사에서 진행하는 '부부솔루션 미안해 사랑해'라는 좋은 프로그램에 푹 빠졌기 때문이다. 남성 변호사와 여성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부부 갈등 다큐멘터리의 이 프로는 가정의 부부 문제와 자녀 간의 문제 고부간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우리 삶의 가장 민감한 부분이기도 하고 그렇기에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더욱 서로에게 깊은 상처와 가정의 불화로 남을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5부작으로 다뤄지는 이 프로그램이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그 가정을 직접 찾아가 며칠 동안 취재를 하고 무엇이 문제인지 서로의 장단점을 시청자들도 직접 바라봄으로써 그것이 꼭 다른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내 가정의 내 문제일 수도 있겠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귀한 프로그램이었다. 서로 간의 이해라는 것은 찾아볼 수도 없을 만큼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던지는 부부들이 등을 돌리고 앉아있다.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있는데 어찌 마음을 나눌 수 있으며 서로 교감할 수 있을까.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조금씩 화해의 문이 열리고 그 틈을 통해 사랑을 싹 틔우는 아름다운 얘기들이 담겨있다.
요즘은 ‘부부의 생활과 문제’에 대한 많은 관심을 두기도 한다. 결혼 19주년을 맞이하는 입장에서 이제는 살아온 경험과 부족했던 나를 돌아보며 앞으로는 더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부부’가 되길 소망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세상을 조금은 알 것 같은 불혹의 정상에 올랐다. 아직은 어렴풋하지만 상대방의 어투와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면 그 사람의 생활을 조금은 엿볼 수 있는 직관이 생겼다. '선무당이 사람잡는다'라는 옛말이 있듯이 때로는 그 직관력을 따르다 낭패를 보는 일도 종종 있기도 하다. 하지만 어쩌랴 사람마다 주신 선물이 있다는데 아마도 내게는 그런 느낌을 빨리 알아차리는 '직관력'의 선물을 주신 모양이다.
주변에 가까이 지내는 부부들이 가끔 모여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기도 한다. 모두 오랜 친구들이기에 편안하고 서로 장단점을 알기에 아끼며 지내는 편이다. 하지만, 여럿이 모였을 때의 편안하고 좋은 사람과는 달리, 부부의 가정생활을 들여다보면 나름대로 말하지 못하는 부부간의 갈등이 만만치 않음을 느낀다. 너무 가까운 처지이니 잘 들어줄 수 있을 법도 한데, 쉽지 않은 문제이기도 하다. 가끔은 나이 어린 사람들이 상담 아닌 상담을 해오는 일도 있다. 아무래도 세상을 조금은 더 오래 살았고 경험이 있어 물어보고 싶은 마음일 게다. 내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느꼈던 일들과 부족했던 나 자신의 얘기를 들려주는 것뿐이다. 때로는 그 상담을 해온 젊은 주부에게는 속 시원한 대답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가깝게 지내는 경우는 그 두 사람을 너무도 속속들이 잘 알기에 들어주기보다는 지적하려는 나 자신을 보았기에 선뜻 시간을 내려 하지 않는 편이다.
남의 가정사에 끼어든다는 것은 때로는 어리석은 일인지도 모른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옛 속담처럼 섣불리 친구라고 관여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부부싸움을 하고 쳐다보기도 싫을 만큼 밉고 당장에 이혼이라도 할 것 같이 난리가 났던 부부도 며칠 후에 보면 어찌 그리도 다정다감한지 말이다. 그만 그 모습을 바라보는 우리가 놀라고 만다. 그럼, 그렇게 한바탕 무서운 폭풍이 지나고 맑은 하늘처럼 가정의 웃음꽃이 피면 해결 방법일까. 그것보다는 실질적인 원인을 찾아 서로의 감정에 쌓인 것들을 거둬내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요즘은 이런 '부부의 갈등과 부부의 문제 그리고 그 문제의 해결 방법'에 대해 깊은 관심이 있으니 자료를 찾게 되고 많은 시간을 기울이게 된다. 이 부부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그 가정의 자녀도 바람직하게 자라는데 악영향을 미치기에 전문가의 상담을 통해 문제 원인을 파악하고 치료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잠깐 반짝하는 해결 방법은 그리 오래가지 않아 또 더 큰 문제를 만들어 서로 깊은 상처만 남길 뿐이다. 다른 부부들의 경우만이 아니라, 우리 집 부부의 문제를 살펴보면 언제나 싸움은 커다란 곳에서 발생하지 않는다. 싸움의 발단은 늘 작은 것에서 시작되어 큰 싸움이 되는 것이다.
부부라는 것이 그 누구의 구속이나 소유에 있지 않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서로 버팀목이 되어주지 못하면 어쩌면 더욱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남을지도 모른다. 나 자신의 소중함과 더불어 저 사람 존재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해줄 수 있어야 '부부간의 대화'는 시작이 되는 것이다. 서로 상한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것은 우선 '대화의 장'이 마련되어야 할 일이다. 또한, 대화를 통해서 서로의 깊은 마음을 헤아리고 이해하는 마음이 열리면 서로를 보듬어줄 수 있는 깊은 뿌리에서의 사랑이 오를 것이다. 처음 연애하던 시절을 떠올려 보면 사실 나이가 들었다는 말은 '핑계'이지 않을까. 아직도 남은 열정과 뜨거운 불씨가 살아 있음을 느낄 것이다. 그 사랑을 찾아가는 열쇠는 바로 '부부간의 대화'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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