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시니스(Truthiness)' 시대 우리는 무엇을 믿고 있는가
신영의 세상 스케치 1002회
??????  2025-12-03, 11:54:10 
우리는 지금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클릭 한 번이면 뉴스가 쏟아지고, 알림 한 번이면 누군가의 의견이 내 생각 속으로 흘로들어온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방대한 정보의 시대에 오히려 사실이 약해지고 감정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여기서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미국의 코미디언, 방송 진행자이자 작가, 배우인 스티븐 콜베어 그는 특히 ‘풍자(satir)’와 정치.사회 이슈를 유머로 풀어내는 캐릭터로 유명한 그가 던진 신조어, ‘트루시니스(Truthiness)’이다. 

2025년 ‘올해의 단어 선정’(메리엄-웹스터)에 ‘트루시니스’가 올랐다. 진짜 진실은 아니지만 진실처럼 느껴지는 것을 말한다. 확증 편향이 주는 자기 만족에 속아 넘어가 잘못된 뉴스를 더 믿게 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알고리즘으로 원하는 정보에 갇히는 현상 심화, 확증 편향이 더 강화됨을 말한다. 트루니스는 “증거가 있어서가 아니라 참이라고 믿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사실보다 ‘내가 느끼는 진실‘ 이 더 중요해지는 현상이다. 논리보다 직관, 데이터보다 확신, 근거보다 감정이 앞서는 태도라 할 수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단어는 풍자에서 시작되었지만 오늘의 사회를 정확히 비추는 거울이 되었다. 정치적 주장도, 사회적 논쟁도, 심지어 개인적 판단조차도 팩트보다는 ‘내가 보고 싶은 것’을 중심으로 굴러간다.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은 우리의 취향을 강화하고, 확증편향은 낯선 정보보다 익숙한 정보를 선택하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새 진실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믿음의 진실을 만들어내는 존재가 되어간다.

트루시니스의 무서움은 그것이 거짓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사람의 마음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숫자보다 느낌이 더 그럴듯해 보이고, 연구 결과보다 ‘내 주변 사람들의 경험’이 더 현실적이며, 불편한 진실보다 편안한 믿음이 더 달콤하다. 이렇게 형성된 확신은 설득이나 논쟁을 통해 쉽게 수정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 정체성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하나로 귀결된다. 우리는 무엇을 근거로 믿고 있는가? 자료인가, 감정인가? 검증인가, 확신인가? 사실인가, 혹은 ‘그럴 것 같은 느낌’인가?

진실은 때때로 불편하지만, 불편함을 견디는 사람만이 진실에 이를 수 있다. 트루시니스는 우리를 편안하게 만들지만, 편안함 속에서 우리는 방향 감각을 잃게된다. 사실 차갑지만, 그 차가움이 우리를 맑게 한다.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가장 필요한 능력은 더 많이 아는 능력이 아니라, 내가 왜 그렇게 믿는지를 점검하는 능력일지 모른다. 오늘 우리가 붙잡고 있는 믿음은 사실에서 온 것인가, 아니면 느낌에서 온 것인가? 차이는 미세하지만, 결과는 전혀 다르다.

트루시니스가 사회를 설명하는 언어였다면, 이제 우리는 그 영향이 신앙과 진리, 그리고 리더십에 어떤 흔적을 남기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트루시니스는 단순한 정보 해석 방식이 아니라, 사람이 무엇을 따르고 누구를 신뢰하는가라는 깊은 차원의 문제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오늘 많은 리더들은 확신을 가진 사람을 강한 리더로 착각한다. 하지만 확신은 언제나 리더십의 증거가 아니다. 트루시니형 리더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느끼기에 이것이 맞다.”, “사람이 원하니까 이것이 진실이다.”, “우리가 믿는 것이 곧 사실이다.”라고 말이다.

그러나 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결론은, 신앙은 위안을 넘어 진리의 견고함을 회복해야 하고, 진리는 추상적 관념이 아니라 삶을 비추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리더십은 카리스마가 아니라 ‘정직한 성찰’ 위에 세워져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기초에는 한 가지 질문이 놓여 있다. 진리가 기반인 리더자는 이렇게 말한다.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듣기 불편한 소리도 포함해야 한다.”, “내가 틀릴 수 있다.”라고 말이다. 트루시니스는 잠시 우리를 만족시키지만, 신앙.진리.리더십은 우리를 변하게 하며 변화시킨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칼럼니스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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