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뒤집은 캐나다 민심…고전하던 집권당 역전드라마
자유당, 지지율 20%p 우위 보수당 맞서 3개월만에 뒤집기로 재집권
카니 총리 '트럼프 대항마' 부각…각국서 대미 공조 염두 환영 메시지
과반 의석 확보해야 국정운영 부담 줄어…NYT 트럼프 반대 투표 의미도
??????  2025-04-29, 11:48:55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뉴욕·서울=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신재우 기자 = 28일(현지시간) 치러진 캐나다 총선에서 마크 카니(60)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유당이 승리한 것은 선진국 정치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단기간의 극적인 지지율 대반전에 의한 역전드라마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과정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캐나다인의 반미정서를 자극하면서 인기가 곤두박질쳤던 자유당의 지지율을 급반등시킨 가장 큰 동력을 제공했다.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캐나다의 차기 총리는 보수당의 피에르 포일리에브르 대표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각종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보수당은 1년 넘게 자유당을 20%포인트 이상 앞섰다.

2015년부터 9년 넘게 캐나다를 이끌어온 당시 트뤼도 총리는 갈수록 인기가 추락하고 있었다.

고물가와 주택가격 상승, 이민자 문제 등으로 인한 불만의 화살은 고스란히 당시 집권하고 있던 트뤼도 총리를 향했다.

작년 말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캐나다를 상대로 '관세 폭탄'을 예고하면서 트뤼도 총리의 리더십은 더욱 궁지에 몰렸다.

관세 위협 직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의 트럼프 대통령의 사저를 찾아간 트뤼도 당시 총리는 재임 1기 때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던 트럼프 당선인으로부터 '총리' 대신 '주지사'로 호칭되며 "미국의 51번째 주(州)가 되라"는 굴욕적인 말을 들었다.

이어 당시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트럼프 관세' 대응 문제 등을 두고 트뤼도 총리와 충돌하며 12월 전격 사임했고, 당내에서도 트뤼도 총리에 대한 사퇴 압박이 거세졌다.

나아가 정책 연합을 맺어왔던 신민주당(NDP)마저 트뤼도 총리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내각 불신임안 제출을 예고했다.

정치적 사면초가에 몰린 트뤼도 총리는 결국 지난 1월 초 사임 발표를 할 수밖에 없었다.

반전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트뤼도 총리의 사임 발표로 반등하기 시작한 자유당의 지지율은 후임 당대표로 카니 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가 선출되면서 극적으로 튀어 올랐고, 얼마 뒤에는 보수당 지지율을 추월했다.

관세 압박과 더불어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야 한다며 캐나다의 주권을 짓밟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되풀이된 게 캐나다인들의 반트럼프 감정, 반미정서를 부추긴 게 판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야당인 보수당 대표인 포일리에브르는 선거 기간 내내 "나는 트럼프와 다르다"며 거리두기를 해왔음에도 그동안 만들어진 '캐나다의 트럼프'라는 이미지가 무역전쟁 국면에서 포일리에브르의 발목을 잡으며 정치적 입지를 약화시켰다.

45세의 젊은 야당 당수 포일리에브르는 트뤼도 정부의 '워크'(woke·진보적 가치를 강요하는 행위에 대한 비판적 용어) 정책과 이민 정책, 기후변화 정책이 캐나다를 망쳤다고 외쳐왔고, 캐나다 유권자들에게는 여러 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떠올리게 했다.

그가 외친 '캐나다 우선'(Canada First) 슬로건이나 포퓰리즘적 화법 역시 많은 유권자에게 트럼프 대통령을 연상케 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에서 낙선하면서 캐나다 정가에 큰 충격을 안겼다. 그는 2004년 오타와주 칼턴에서 처음 당선된 이후 지금까지 의원직을 유지해왔으나, 이번에 자유당 후보에게 의석을 내줬다.

반면 '경제통'인 카니는 정치 경력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경제전문가로서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대응할 안정적인 적임자임을 자임하며 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 캐나다 중앙은행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기간 영국 중앙은행을 이끌며 경제위기 대응에 경험을 갖췄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여론조사기관인 앵거스 리드 연구소의 샤치 컬 소장은 "반(反)보수당 정서, 트럼프 관세, 트뤼도의 사임 등의 요인이 중도 좌파 성향 유권자와 전통적인 자유당 지지당들을 결집시켰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자유당 앞에 꽃길이 놓인 것은 아니다. 최종 선거 결과는 아직이지만, 자유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면 카니는 의회의 지지를 유지하면서 트럼프와 새로운 경제 및 안보 협상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뉴욕타임스(NYT)도 "원내 소수파인 여당은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다른 정당의 지지가 필요하며 다수당보다 약하고 덜 안정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NYT는 카니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할 수 없는 태도에 맞서 무역과 안보 등 난제들을 논의해야 하는 한편 캐나다의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 능력도 증명해야 한다면서 '험로'를 예상했다.

이번 선거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독일에 이어 두번째로 실시된 주요국 선거로, 대미 관계 파열에 대한 캐나다의 대처를 엿본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시선을 끌었다.

카니 총리의 집권당 승리에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영국, 프랑스 등에서는 트럼프 대응 공조를 염두한 듯 환영 메시지가 잇따랐다.

NYT는 "이날 캐나다의 선택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그리고 그가 동맹국과 무역 파트너를 대하는 방식에 대한 일종의 반대 투표로도 해석된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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