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변화라는 말 없이 변하는 중”
보스톤코리아  2007-10-29, 15:49:00 
▲ 케네디 스쿨에서 강연하고 있는 문정인 교수  

남북 정상회담 수행원 문정인 교수 하버드 케네디 스쿨 강연
이번 회담 2000년에 비해 구체적이고 실리적 성과 도출 평가


“북한을 방문할 때마다 북한이 변화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북한은 ‘변화’라는 단어없이 변화하는 중”이라고 이번 정상회담 수행원으로 북한을 보고온 문정인 교수가 밝혔다.
지난 24일 하버드 케네디 스쿨 벨퍼 센터 도서관(The Belfer Center Library)에서 2007 남북정상회담 수행원이었던 문정인 연세대학교 교수 겸 외교통상부 국제안보 대사의 강연회가 열렸다. <북한에서의 3일: 2007년 정상회담 직접 참가자의 이야기>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강연회에는 좌석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참가해 북한문제와 남북관계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문 교수는 유일하게 2000년과 2007년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에 모두 참가한 수행원. 그는 이번 정상회담이 2000년 정상회담에 비해 구체적이고 실리적인 성과를 이끌어 냈다며 높게 평가했다. 즉, 단지 5개 항목에서 일반적 합의를 이끌어 낸 2000년 6·15 공동선언 보다 2007년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은 구체적 항목에까지 합의를 이끌어 낸 한 단계 더 나아간 회담이었던 것.
문 교수는 점심 만찬 자리에 참석한 북한 고위급 인사를 보더라도 두 정상회담의 차이를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00년에는 북한 정권에 상징적으로 중요한 사람이 만찬장에서 주요 좌석을 점했다면, 2007년에는 실제 남북의 정치 경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사람이 중요한 위치에 배치되었다고 한다. 문 교수는 북한 사회가 위계질서가 강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만찬에서 좌석 배치만 보더라도 북측이 얼마나 이번 회담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회담에 임하는지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문 교수는 이번 회담 내용은 ▲한반도 평화 ▲ 공동번영 ▲통일과 화해의 3개 주요항목으로 정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선 한반도 평화와 관련하여 문 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을 위해 6자 회담에서 미국의 요구조건을 모두 받아들였다"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발언을 인용하며, 이번 회담이 북한의 핵시설 불능이라는 중요한 사건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고 밝혔다. 종전선언 역시 급조된 평화조항이 아닌 한미정상회담 및 여러 국제정서를 고려하여 나온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문 교수는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공리공영 유무상통'이라는 기본원리하에 다양한 남북경제협력 안이 논의되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문 교수는 "양국이 모두 이익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는 남북이 모두 합의했다고 밝혔다. 예를 들면 북한에 대한 쌀 원조도 자선의 시각에서 볼 것이 아니라 상업적인 이익이라는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즉 일정시간 동안 지급유예기간을 북측에 준 이후에 남측이 이에 대한 보상을 받을 계획이라고 문 교수는 주장했다.
통일과 화해라는 항목에 대해서도 문 교수는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이번 회담이 구체적인 합의사항이 없다는 비판에 대해, 문 교수는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방문과 비교할 때 이번 회담은 남북 간의 교류를 구체적으로 규정했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서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문 교수는 이는 1992년 남북의 합의사항에 따라 노 대통령이 언급할 수 없었던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강연의 끝 부분에서 문 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의 어려웠던 측면들을 제시하기도 했다. 우선 남북한 신뢰의 문제가 있었다고 문 교수는 말했다. 회담 초기 노무현 대통령은 남북 간의 불신의 벽을 느꼈지만, 동시에 '역지사지' 즉 북한의 입장에 자신을 놓아 봄으로 회담 기간 중 신뢰를 쌓아가게 되었다고.
게다가 노 대통령은 북한의 주체 개념이 '나 홀로 주체'라는 측면이 있다고 김정일 국방 위원장에게 주장하기도 했다고. 즉 노 대통령은 남북한이 연대하여 자체적으로 일을 해 나간다 할지라도, 국제사회와의 연대 없는 주체는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문 교수는 북한은 현재 "변화라는 단어 없어 변화"하는 중이라고 강연의 끝을 맺었다. 즉 북측이 '변화'를 공식적으로 내세우고 있지는 않지만, 북한을 방문할 때마다 북한이  변화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예를 들어 북한의 공장을 방문하면 "사회주의적 경쟁을 위하여"라는 구호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한다. 북한이 '사회주의적 평등'이 아닌 '사회주의적 경쟁'을 내세운다는 것 자체가 북한이 소리 없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문 교수는 강조했다.

김진혁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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