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정지에도 꿈쩍않는 전공의…대학들은 2천명 이상 증원 |
증원 무더기 면허정지 예고…'대전협 집행부·각 수련병원 대표' 첫 타깃 예상 긴급상황실 개소해 전원 컨트롤타워 역할·PA 간호사 지침 보완 등 '장기화 대비' 인턴 임용 포기 현실화, 전임의 이탈 움직임… |
보스톤코리아 2024-03-04, 07:09:26 |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고유선 김수현 김잔디 서혜림 기자 = 정부가 4일 엄정대응 방침을 재차 강조하면서 집단행동 중인 의사들에 대한 면허정지 절차에 돌입, 의료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의 복귀가 미미한 가운데, 새로 들어와야 할 인턴과 레지던트 1년차마저 대거 임용을 포기하면서 집단행동을 하는 의사들의 몸집이 더 커지고 있다. 집단행동이 장기화하면서 일부 병원은 "내출혈 환자도 부분 수용하겠다"고 고지할 정도로 의료 공백이 커지고 있다. 대학들은 이날 마감하는 수요조사에서 정부에 증원폭으로 2천명 이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여 정부와 의사 사이 갈등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전공의 7천명 면허정지 절차 돌입"…'핵심관계자부터 처벌' 방침 복지부는 이날 진료 현장을 벗어난 전공의들에 대해 무더기 면허정지 처분을 할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복지부는 복귀 시한으로 지난달 29일을 제시했는데, 이날은 시한이 지난 뒤 첫 평일 업무일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는 현장을 점검해 위반사항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며 "특히 의료 현장의 혼란을 초래한 집단행동의 핵심 관계자에 대해서는 엄정하고 신속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는 처분이 '불가역적'이라고 강조하면서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이 불가피한데, 전공의 수련 기간을 충족하지 못해 전문의 자격취득 시기가 1년 이상 늦춰진다"고 경고했다. 복지부는 당장 이날부터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에 대해 현장확인 절차를 거쳐 면허정지 처분을 시작할 계획이다. 첫 타깃은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송달(고지)했던 대한전공의협회(대전협) 비대위 지도부와 각 수련병원 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오전 11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8천945명(전체의 72%)으로, 이 중 7천854명이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뒤 불이행한 사실이 확인됐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 역시 이날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불법적인 집단행동에 대한 정부의 대응 원칙은 변함이 없다"며 "오늘부터 미복귀한 전공의 확인을 위해 현장 점검을 실시해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지난달 29일을 처벌을 면하는 데드라인으로 제시했지만, 지난 3.1절 연휴 중 혹은 이날 현장 점검 중 복귀한 사례에 대해서는 처분 시 정상참작을 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엄정 대응이라는 강경책을 쓰면서도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해 비상의료체계를 정비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부터 전국 4개 권역의 응급환자 전원을 지원하는 긴급상황실을 개소해 응급환자가 적시에 치료받도록 기관 간 전원을 종합적으로 조정하는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하도록 했다. 대체인력 채용을 위한 재정 지원과 진료지원 인력의 법적 불안감 해소를 위한 업무지침 보완도 신속히 추진할 계획이다. ◇ 신규 인턴·레지던트 "우리도 병원 안 간다"…전임의 이탈 움직임도 각 병원에서 전공의들의 본격적인 복귀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는 가운데, 집단행동의 규모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새로 들어와야 할 인턴이 대거 임용을 포기하고, 그동안 의료 현장을 지키던 전임의들 사이에서도 이탈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인턴과 레지던트 1년차 모두 이달 1일자로 각 병원에 신규 인력으로 수혈돼야 하지만,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한 후 이들마저 병원으로 오지 않으면서 의료 공백이 커지고 있다. 이미 레지던트 1년차로 임용 예정이었던 인턴이나 인턴 예정이었던 의대 졸업생들의 90% 이상이 임용 포기 의사를 밝힌 바 있는데, 이날 임용일에도 임용 포기 의사를 철회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수련교육부는 서울성모병원 등 산하 수련병원에 임용 예정이었던 전공의들에 이날 '선생님께서는 3.1부 임용 발령되었음을 안내드린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전공의 과정을 마친 젊은 의사들인 '전임의'(펠로)들의 이탈도 시작됐다. 3월부터 새 계약기간이 시작되는데, 지방을 중심으로 계약 연장을 하지 않거나 임용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전남대병원은 52명 신규 전임의 임용 대상자 중 21명이 최종 임용을 포기해 전임의 정원 40%가 한꺼번에 비게 됐다. 조선대병원도 정원 19명 전임의 중 13명이 임용을 포기하면서 6명만 근무하게 됐다. 천안 단국대병원도 3월부터 근무해야 하는 전임의 10명 중 5명만 계약했다. 대전성모병원도 전임의 7명의 계약 갱신일이 도래했지만, 일부가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빅5' 병원에 속하는 서울성모병원의 경우 계약하려고 했던 전임의의 절반 정도가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서울 지역의 다른 병원에서는 아직 비슷한 움직임은 뜸한 편이다. 전임의들이 그동안 교수들과 함께 전공의들이 떠난 병원을 지켜온 만큼 이들마저 병원을 떠나면 의료 공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의료 현장의 혼란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칠곡경북대병원 응급실은 정형외과, 성형외과, 피부과 등의 응급진료가 중단됐으며, 계명대 동산병원 응급실도 의료진이 부족해 호흡곤란 및 호흡기계 감염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아산병원은 현재 응급실에서 내과계 중환자실(MICU) 환자를 더는 수용할 수 없다고 공지했고, 세브란스병원은 심근경색과 뇌출혈 등 응급환자마저도 부분적으로만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 전국 의대 '2천명 이상' 신청…'現정원 2배 이상' 잇따라 정부가 이날 마감하는 전국 40개 대학 대상 의대 정원 수요조사에는 증원 신청 총규모가 정부가 앞서 늘리겠다고 밝힌 2천명을 넘어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정원의 2배 또는 그 이상의 정원을 신청한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성민 교육부 기획조정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대학들의 수요 신청 규모와 관련해 "작년 수요조사(최소 2천151명, 최대 2천847명)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사안의 중대성과 민감성 때문에 고심 끝에 밤늦게 신청서를 제출하는 대학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 정확한 신청 규모는 5일이 지나야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물론 대학가에서도 전체 신청 규모가 정부가 앞서 증원하겠다고 발표한 '2천명' 수준과 비슷하거나 이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1998년을 마지막으로 26년간 의대 증원·신설이 없었던데다, 최근 의료계의 집단행동에서 볼 수 있듯 의대 증원이 수시로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학가에서 의대 증원은 "이번이 아니면 언제가 될지 모른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청하지 않았다가 자칫 증원을 신청해 의대 규모를 키우는 다른 대학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할 것이라는 얘기다. 의료계는 연일 대학 총장들에게 증원 신청을 자제해달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교육부가 "신청하지 않은 대학은 임의로 증원해주지 않겠다"고 못 박은 만큼 거의 모든 대학이 증원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의대생들은 10명 중 3명꼴로 휴학계를 제출하며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반대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지난 3일 오후 6시까지 휴학 신청을 한 의대생은 5천387명이다. 지난해 4월 기준 전국 의대 재학생(1만8천793명)의 28.7% 수준이다.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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