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매료시킨 한인 건축가 팀 SsD
보스톤코리아  2007-09-11, 23:15:39 
▲ (상)싱글 스피드 디자인(SsD)의 공동대표 박진희 씨
▲ (중,하)싱글 스피드 디자인이 처음으로 디자인해서 건축한 발렌타인 하우스. 건축계 전문잡지 드웰에 소개됐다.

하버드 디자인 스쿨 출신 ‘한인 건축가들’
친환경 건축으로 건축관련 각종상 휩쓸어



캠브리지 소재 한인 건축회사가 미국내 유명 언론들과 전문 건축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어 화제다. The New Yorker, Business Week, New York Times, Boston Globe 등의 주요 언론과  Architectural Record, Metropolis, Dwell 등의 전문 건축잡지가 소개한 이 건축회사의 이름은 싱글 스피드 디자인(SINGLEspeedDESIGN).
이들은 현재 뉴욕, 보스톤, 광주, 프라하 등의 현대 도시를 더욱 세련되게 바꿔주고 있는 건축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다. 미국내 수많은 건축분야 상을 휩쓸며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이 회사의 오너는 바로 하버드 디자인 스쿨 출신의 두 한국인 박진희(35), 존홍(38)이다.
싱글 스피드 디자인의 오너인 박진희씨의 말도 건축회사의 화려한 경력 못지않게 감동적이다. 소탈하면서 뽐내는 것이 전혀 없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아무리 건축에 문외한 사람일지라도 건축디자인이 쉽고 재미있게 느껴진다. 싱글 스피드 디자인의 건물들은 친환경적이다. 그들의 건축에는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한다. 박진희씨는 “자연과 인간의 양극성 사이에서 나올 수 있는 새로운 창조적 공간에 대한 끝없는 노력이 타 건축회사들과 차별화되는 이유”라고 한다. 이는 성공의 원인이기도 하다.

싱글 스피드 디자인의 독창성과 잠재력은 The Architectural League of New York 에서 주어진 2007 Young Architects Forum Award로 증명되었다. 이 상의 대표적 수상자로는 스티븐 홀과 타드 윌리엄즈 등의 유명 건축가들. 이들 역시 이 상을 발판으로 본격적인 건축가의 궤도에 올라갔음을 감안할때, 미국의 주류 건축계가 이들에게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싱글 스피드 디자인이라는 회사 이름을 얻게 된 동기가 흥미롭다. 프로젝트를 맡기 위해서는 회사 이름이 정식 등록되어 있어야 해 급조한 이름이라 한다. 두 오너가 하버드 디자인 스쿨(GSD)에 재학하던 시절 기어 없는 자전거(Single Speed Bike)를 타고 통학하는 친구들에게서 이름의 영감을 얻었다. 디자인 회사이니만큼 이름 짓기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급하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고. 박진희 씨는 “이후 새로운 이름으로 바꾸려고 마음을 먹었을 때,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의 성향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고 한다. 군더더기를 싫어하고 기능성을 중시하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싱글 스피드 디자인을 대체할 만한 더 좋은 이름을 찾기는 불가능했던 것이다.

회사 직원은 보통 7명이며 지금 현재는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건축가들이 없어 4명이 일하고 있다. 박진희씨와 존 홍 씨가 공동 사장으로 건축회사를 함께 이끌어 나가고 있다. 이 둘은 하버드 디자인 스쿨 출신의 친구로서, 뜻이 맞아 싱글 스피드 디자인 회사를 공동 설립했다. 보통 디자인 의뢰가 들어오면 그들은 함께 리서치를 하고 현장에도 함께 간 후 세 개 정도의 디자인을 구상해 낸다. 샘플 디자인 중 고객이 선택한 쪽으로 디자인을 발전 시킨후 프로젝트에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내거나 애착을 가지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프로젝트를 리드해 나간다.
왜 유명 건축 전문가들과 수많은 대중들은 싱글 스피드 디자인의 작품에 애착을 가지게 될까? 건축가 중에도 자신의 작품을 하나의 상품으로만 생각하고 소비자에게 보란듯이 득의에 찬 얼굴로 내미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의 눈을 만족시키는 작품은 많을지 모르지만, 눈길은 가도 마음을 뒤흔드는 작품철학이 없으면 뇌리에서 곧 잊혀지고 만다. 예술품과 상품의 경계선이 어디쯤에서 그어지는지는 설명할 수 없다지만 둘의 차이가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박진희 씨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그 경계가 무엇인지 알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것은 바로 새로운 것들을 무조건 쫓기보다는 기존의 건물과 건축재료에서 새로운 기능과 디자인을 재발견하는 것이다.

싱글 스피드 디자인은 단순히 멋진 건축 디자인만을 우선시 하는 회사는 아니다. 그들은 건축의 사회적 역할에도 늘 관심을 기울인다. 그들은 건축의 중요한 사회적 역할로 친환경성(sustainability)을 내세운다. 박진희 씨는 “한번 세워진 건축물은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그만큼 주변환경에 영향력도 강하고 건축가로서 책임감의 무게도 있다.”고 말한다. 비록 환경보존을 사람들에게 강요하진 않지만, 친환경적 건축은 삶 속에서 에너지 절약과 환경 보존을 몸소 실천하게 해준다. 철학이 담긴 건축을 통해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살게될때 인간의 삶은 예전보다 더 행복하고 풍요로워 질수 있다.
싱글 스피드 디자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빅 딕(Big Dig) 빌딩이 있다. 이 빌딩은 보스톤 빅 딕 프로젝트(보스톤시내를 관통하는 고가 고속도로를 지하 고속도로로 대체하는 건축 프로젝트)에서 나온 산업 폐기물을 재활용한 24가구 주택단지 계획안이다. 수많은 자동차들이 도심을 가로지르게 해주던 오랜 고가도로가 싱글 스피드 디자인의 손을 거쳐 수많은 사람들이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친환경적 주택 단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비쥬얼이 강한 건물이니 만큼 벽돌 소재의 건물보다 에너지, 돈, 그리고 세금을 절약할 수 있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빅 딕 프로젝트에 참여해 전문적인 건축기술을 몸에 익힌 전문 인부들을 빅 딕 빌딩 건축에 재투입하여 불필요한 노동력 손실을 줄이고자 하는 노동력 리사이클 계획도 이들만의 창조적인 발상이다. 물자뿐만 아니라 인력도 재활용하는 포괄적 친환경성(sustainability)을 싱글 스피드 디자인은 추구하고 있는 셈이다. 처음부터 빅 딕 빌딩의 아이디어와 잠재적인 가능성을 인식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공사전 땅 소유주의 죽음으로 중간에 무산이 되어버린 싱글 스피드 디자인의 계획안은 이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지난 3년전 유명 건축잡지인 Metropolis에서 'Next Generation Prize'라는 영예로운 상을, 그리고 환경친화적인 프로젝트에 수상되는 Holcim Award를 받았다.
사실상 이러한 현대 디자인을 추구하기에는 보스턴이 이상적인 곳은 아니다. 보스턴의 오래된 주거지는 현대적인 건축 디자인과 어울리기 힘들며, 빨간 벽돌 일색의 도심지에 새로운 건축자재를 도입한다는것 자체도 대부분의 건물주들 입장에서는 큰 도전인 셈이다. 대체적으로 보스턴은 빅토리안풍의 고풍스러운 주거지들과 대학건물이 주류를 이루는 도시다. 이러한 전통적인 건물을 보존하려는 노력은 존중할만 하지만 새롭게 짓는 건물도 전통적인 건물과 비슷하게 지으려다 보니 하나의 어설픈 모조품밖에 안 된다고. 박진희씨는 "파리라는 도시가 아름다운 이유는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라고 설명하면서, 세계적인 영국 건축가인 놀만 포스터(Norman Foster)의 보스턴 미술관(Museum of Fine Arts) 확장과 레노베이션을 전통을 보존하면서도 현대적 요소를 성공적으로 가미한 보스턴건축의 대표적 예로 뽑는다. 그러나 과거와 현대를 조화롭게 배치하지 못한 예가 더 많다고.

젊은 건축가가 처음 일을 시작할때는 작은 스케일의 건물인 주거건물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보스턴은 건축허가를 받기 힘들어 허가를 받기까지는 최고 1년의 시간이 소모된다. 이런 상황속에서 건축가가 타협 또는 포기에 익숙해지다보면 자연히 하고 싶은것과 해야하는것이 달라지게 된다. 결국 일에 대한 열정이 사라져 다른 주로 이사하는 경우도 있으며 또 해야하는 것에만 몰두하다보면 실속없이 규모만 커진 건축회사가 되기도 한다. 최고의 건축 프로그램이 많은 곳이니 만큼 해마다 많은 인재들을 배출하는 보스턴. 아이러니컬 하게도 그들은 졸업후 진정한 건축가로서 재능을 발휘할 장을 찾지 못함으로 이곳을 벗어나 뉴욕이나 엘에이, 심지어는 해외로 이동하는 예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글 스피드 디자인은 왜 보스턴을 근거로 하고 있을까? 그들은 보스턴의 많은 한계들을 자신들의 재능을 시험해 볼수 있는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싱글 스피드 디자인은 이러한 까다로움과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이를 발전의 계기로 삼을줄 아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그래서 그들은 건축가로서 한걸음 더 나갈 수 있었고 사람들의 눈길도 끌어당길 수 있었다. 그들은 디자인의 견고함이 사라지고 가건물화가 만연하는 현대 건축의 흐름에 당당히 맞서고 있다.

박진희씨가 건축에 열정을 담고 바쁘게 살아온지 거의 10년째. 건축가의 길을 선택하기 이전 그녀는 한국에서 산업 디자인 분야 일을 했다. “건축과 산업 디자인 둘다 같은 디자인 계통이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고객에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산업 디자인은 데이타 중심으로 일을 하고 대량 생산을 추구하여 고객과의 개인적 관계를 맺기가 힘들지만, 건축은 산업 디자인에 비해 고객과의 긴밀한 인간적 관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최고의 건축은 고객의 역할이 1/3을 차지하고 있다고 하니 건축가와 고객의 관계가 얼마나 밀접한지 알 수 있다.
그녀는 건축의 큰 규모도 마음에 들었지만 디자인에 있어서 고객의 역할이 중요하며 그들의 입장도 디자인에 반영이 된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건축 디자인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싱글 스피드 디자인은 현재 Massachusetts College of Art 의 로비를 새단장하고 있으며 뉴저지에서도 프로젝트를 진행중에 있다. 그 외에도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동시에 맡고 있다. 각 개인이 자신의 공간처럼 편하고 자유롭게 사용할수 있는 공공건물을 디자인하는 것을 추구하는 싱글 스피드 디자인은 도서관이나 문화센터와 같은 공공성이 높은 건물들을 앞으로 더 많이 디자인하고 싶다고 한다. 이들이 원하는 것 처럼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친환경성과 공공성이 조화되는 건물들이 우리 삶의 환경을 더욱 아름답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길 기대한다.

세라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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