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의 악몽…도미노처럼 넘어져 160여명 사망
인파 한꺼번에 몰리며 순식간에 참사…도로 바닥서 심폐소생술
울음·비명 뒤섞여 아비규환…현장 목격한 시민들 충격에 울음 터뜨려
보스톤코리아  2022-10-29, 22:12:38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이해 인파가 몰리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이날 사고 난 현장의 사고 전 상황으로 사람들이 밀려다닐 정도로 밀집된 모습이다.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이해 인파가 몰리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이날 사고 난 현장의 사고 전 상황으로 사람들이 밀려다닐 정도로 밀집된 모습이다.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핼러윈을 앞둔 토요일인 29일 밤 축제 분위기로 한껏 들떴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도로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압사 참사가 난 이태원세계음식거리 해밀톤호텔 옆 경사진 좁은 골목엔 환자와 시민, 소방관, 경찰 등이 뒤엉켜 아수라장이 됐다.

긴급 출동한 소방관들은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여기저기 쓰러진 사람을 하나씩 구조해 큰 도로로 옮긴 뒤 사활을 다해 심폐소생술(CPR)을 했다.

그 주변으로 구조대원과 경찰이 무전기 송수신을 하며 긴박하게 움직였다.

소방관과 경찰뿐 아니라 환자의 친구와 시민까지 의식을 잃은 사람들의 가슴에 심폐소생술을 하고 팔다리를 주무르며 멎은 숨을 돌아오게 하려 안간힘을 쏟았다.

모포나 옷가지 등으로 이미 얼굴까지 덮인 사람들도 있었다. 이를 본 시민들은 '설마'하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일부 시민은 친구나 일행으로 보이는 환자의 손을 붙들고 울부짖었다. 얼굴이 가려져 이미 숨이 멎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을 떠나지 못하고 머리를 쓸어넘기고 손을 붙잡는 이도 있었다.

한 남성은 누군가에게 전화로 사고 소식을 전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과 울음,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에 거리로 흘러나오는 빠른 음악 소리가 뒤섞여 이태원의 핼러윈 주말 밤은 악몽이 현실로 살아난 듯했다.

호주인 네이슨씨는 "밤 10시가 넘어 해밀톤호텔 옆 좁은 골목길을 지나던 누군가가 넘어졌고, 뒤를 따르던 사람들도 차례로 넘어져 겹겹이 쌓였다"며 "바로 옆에 클럽에 사람들이 몸을 피하려 했지만, 주인이 들어오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한 20대 여성은 "해밀톤호텔 근처에서 친구와 헤어진 후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소방관과 경찰들이 현장 접근을 못 하게 해 생사도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지난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아 인파가 몰려 대규모 인명사고가 발생, 부상자들이 이송되고 있다


인파를 뚫고 현장에 가까스로 도착한 구급차는 응급 환자를 부리나케 싣고 병원으로 내달렸다. 이곳저곳에서 울려 퍼지는 구급차의 높은 사이렌 소리가 귀청을 찢는 듯했다.

구조대원들이 위급한 환자를 먼저 옮기느라 일부 환자는 인도에 앉아 병원 이송을 기다려야 했다.

다친 다리를 응급처치받은 20대 남성 김모 씨는 "밤 10시 30분쯤부터 사람이 밀려나기 시작하다가 10시 40분부터 앞쪽에서부터 차례로 사람이 넘어지면서 5∼6겹으로 쌓였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그는 "골목 양쪽의 술집이나 클럽에 있는 사람들의 핼러윈 복장을 구경하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고, 또 어떤 사람들은 지나가려고 하다 보니 서로서로 부딪히며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바로 눈앞에서 사고를 목격하거나 도로에서 수십 명이 CPR을 받는 모습을 본 시민들은 충격을 받은 나머지 발걸음도 떼지 못했다.

현장에 있던 한 20대 여성은 "사람들이 층층이 쌓여 마치 무덤처럼 보였다. 어떤 사람들은 서서히 의식을 잃었고 몇몇은 이미 숨진 것처럼 보였다"며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이 여성의 친구도 "주변 사람들이 안간힘을 다해서 제일 밑에 있던 사람부터 빼냈지만, 워낙 위에 쌓인 사람이 많아서 구조가 제대로 안 된 것 같다"며 "벽을 타고 위로 올라가 살아남은 사람들도 있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20대 남성 공모 씨는 "오후 8시부터 사고가 난 길에 사람이 몰려 친구와 몸을 피해 술집에 들어왔다. 오후 10시 30∼40분쯤 창가로 보니 사람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져 쌓이기 시작했다"고 당시의 참혹한 순간을 묘사했다.

직장인 오모(29) 씨도 "태어나서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 사람들이 옷을 반쯤 벗은 채 길가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누워 있었고 여러 명이 들러붙어 심폐소생술을 하는 모습을 봤다"고 목격담을 전했다.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은 이태원로 인근에서 소리를 지르며 지휘봉으로 시민들을 통제하려고 하고 있지만, 인파가 너무 몰려 한동안 제대로 통제되지 않았다.

통행을 막으려는 경찰과 지나가려는 사람들 간에 고성이 오가다 몸싸움 직전까지 번지며 험악한 상황이 목격되기도 했다.

몇몇 외국인 남성은 자신의 신분증을 보여주며 "우리 집이 저긴데 왜 못 지나가게 하는 것이냐"며 소리를 지르다가 경찰에 제지당하기도 했다.

주변 상인들은 이날 낮부터 사람이 몰리기 시작해 밤이 되면서 적어도 수만 명의 인파가 좁은 이태원 일대 도로를 메웠다고 했다.

경찰은 30일 오전 1시부터 참사 현장 주변의 술집, 음식점의 영업을 종료시켰다.

구조대원들은 오전 3시가 가까운 시각까지 수색 작업에 총력을 기울였다. 현장에서 뒤늦게 발견된 생존 환자 혹은 시신을 들것에 싣고 나오는 모습도 목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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