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순금 같이 되어...
신영의 세상 스케치 828회
보스톤코리아  2022-02-03, 11:59:51 
"그러나 내가 가는 길을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순금 
같이 되어 나오리라."
(욥기 23:10)

남편을 떠나보낸 지 10개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남편은 1963년생, 만 58살(한국나이 59살) 이었습니다. 저는 남편보다 한 살 아래입니다. 너무도 그립고 보고 싶고 '남편의 수다'가 너무도 그립습니다. 아이들을 생각하며 슬픔과 보고픔을 절제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주님, 이 마음을 아시니 저를 붙잡아 일으켜 주세요, 쓰러지지 않도록. 이 아픔과 슬픔의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돌보아 주세요. 저를 단련하신 후에는 저를 순금 같이 만들어 쓰소서.

매일 남편의 묘지에 다녀옵니다. 집에서 걸어서 45분이면 찾을 수 있는 곳이라 마음 편안히 다녀올 수 있어 감사합니다. 남편을 찾아가면 늘 감사하다는 얘기만 들려주다 옵니다. 착한 세 아이들을 내 곁에 두고 떠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각자의 길에서 성실히 그리고 열심히 '자리매김'하면서 살아서 고맙다고, 그렇게 든든한 세 아이와 며늘아이를 두고 가서 또 고맙다고, 남편에게 인사를 하고 옵니다.

남편의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그리고 멀리 타주로 떠났던 지인들도 보스턴에 다니러 왔다가 남편 묘지를 찾아주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습니다. 친구들과 지인들이 남편 묘지에 찾아왔던 발자국을 보면,
"어떻게 죽어서까지 나를 감동시키느냐고 또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옵니다. 다른 이들이 내게 들려주는 위로의 말이 그렇듯이...
"남편은 떠났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겠지 않겠느냐고." 들려주는 이 말이 참으로 싫었지만, 현실은 현실입니다.

남편은 1970년, 만 6살에 미국에 이민을 와 51년을 미국에서 살다가, 지난 2021년 3월 말에 하나님 나라로 갔습니다. 10여 년 전 지병은 있었지만, 비지니스를 하며 사는 데는 큰 지장이 없었습니다. 남편과 35년(1986년) 전 만나 2년을 연애하고 결혼 32주년을 보냈으니 너무도 편안하고 친구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세 아이에게 참 좋은 아빠였습니다. 아내인 제게는 친구 같은 좋은 남편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 1월 중순 면역성이 약한 가운데, 코로나에 걸렸습니다. 결국 병원 중환자실에서 2개월을 치료하다가 2021년 3월 28일에 하나님의 부름심을 받았습니다.

남편의 이름으로 되어 있던 모든 것이 제 이름으로 옮겨지고, 이제는 현실임을 깨닫습니다. 남편이 워낙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하고 똑똑한 사람인지라, 아내인 저를 혼자 남겨두고 떠날 것을 미리 염려하고 알았던지 경제적인 부분은 잘 관리를 해놓고 가서 또 감사했습니다. 세 아이들에게 엄마가 경제적인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되고, 세 아이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주지 않아도 될 만큼 남편이 준비해놓고 갔습니다.

이처럼, 남편이 곁에 없어 보고 싶고 서운하지만, 제 곁에 든든한 세 아이와 며늘아이가 있어 감사합니다. 남편의 빈 자리와 처음 맞는 생일과 명절(부활절, 땡스기빙, 크리스마스 등)날에, 아빠와 남편이 없음을 확인하는 처음의 자리가 참으로 버거웠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저를 주저앉지 않도록 붙들고 계셨습니다. 믿기지 않을 만큼 너무도 담대하고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글을 쓰는 사람이고, 사진을 담고, 걷기와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늘 기도하면서, 걸으면서, 글을 쓰면서 많이 치유를 얻었습니다.

주님, 이 어지럽고 혼돈스러운 세상에서 저를 무엇으로 쓰시려고, 이토록 도망치려 하면 다시 꼭 잡고 계시니 궁금합니다. 어느 길로 저를 인도하시려고, 무슨 뜻이 계획이 있으시길래 남편을 이토록 일찍 데려가셨나요? 말씀 해주소서! 주님, 이제는 듣겠나이다. 이제는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따르겠나이다. 주님, 오늘도 지켜주시니 감사합니다. 제 길 위에서 늘 함께 동행해주실 당신을 믿습니다.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며,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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