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맛은 전문가들조차도 전혀 구분하지 못한다. 이 결과는 프랑스의 Brochet의 2001년도 박사학위 논문에서 밝혀졌는데 그는 세가지 방법으로 과연 사람들이 와인 맛을 구분할 수 있는가를 테스트 했다. 이 논문은 십만건 이상의 와인 평을 모아 분석해 쓴 것으로 와인계의 거장 필립 그린스펀(Philip Greenspun)과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의 평도 9천개가 포함되어 있었다. 참고로 파커(Robert Parker)는 그의 평 하나로 와인 가격이 15%가 왔다갔다할 정도이다. 두 번째로 전문가를 대상으로 와인 맛을 테스트했으며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와인을 맛보고 있을때의 뇌를 MRI로 스캔하였다.
   전문가들의 평을 분석한 결과, 그들의 평가는 일관성이 전혀 없었고 대단히 자의적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Brochet은 전문가들을 모아 와인 맛 테스트로 화이트 와인과 레드와인을 내놓았다. 와인을 맛 본 그들은 화이트와인을 "fresh", "dry", "honeyed",  레드와인을 "deep" "intense spicy"이라고 평가했다. 이 단어들은 화이트와인이나 레드와인을 평가할 때 사용되는 전형적인 단어들이다. 하지만 사실 두 종류의 와인은 같은 화이트 와인이었다. 레드와인 처럼 보였던 것은 화이트와인을 아무 맛도 나지않는 식용색소로 빨갛게 물을 들였기 때문이다.
   다른 실험결과도 황당했다. 그는 중급 보르도(Bordeaux) 와인을 두 종류의 병에 담은 채로 52명의 전문가들에게 두병의 와인을 내놓았는데, 하나는 최고급인 그랑크뤼(Grand Cru)급이었고 또 하나는 일반 마켓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싸구려 와인이었다. 이번에도 전문가들은 두 병의 내용물이 똑같다는 것을 모르고 그랑크뤼 병에 담긴 와인은“agreeable", "woody", "complex", "balanced and rounded"라는 평가를, 싸구려 와인병에 들은 와인은 ”weak", "short", "light", "faulty"라는 혹평을 내렸다. 그중 12명만이 싸구려 와인병에 들은 와인도 마실 만하다고 평가를 내렸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해 작성한 Brochet의 논문을 많은 곳에서 기사화 했다. 런던타임즈의 아담 세이지 (Adam Sage) 기자는“전문가들도 우리만큼 모르고 있다”고 했으며, 같은 신문의 케잇 무이어 (Kate Muir)는 파커와 그와 비슷한 레벨의 전문가들 이름을 언급해 그들의 평가가 모두 거짓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Brochet의 연구 이후에도 비슷한 실험이 계속되었는데 이 실험들은 Brochet의 연구결과를 지지해주고 있다. 이 결과들을 본다면 결국 보통사람이나 전문가나 와인 맛을 구분 못하기는 마찬가지인데 우리는 와인 맛을 구별할 줄 아는듯 행동한다. 왜 그럴까? 이유는 바로 브랜드와 뇌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은 특정한 브랜드의 와인을 마시면 그러한 맛이 들 것이라고 기대하기 마련이고, 또 그러한 기대 대로 뇌가 반응해주는 것이다. 와인을 혀가 아니라 뇌로 맛보고 있는 것이다. Brochet에 의하면 인구의 2~3% 정도만이 정말로 맛을 분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세라김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