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울음이 타는 강
보스톤코리아  2021-03-29, 11:52:31 
울음은 웃음에 앞선다. 아이들이 태여날 적에 울지 않던가. 웃으면서 세상에 나오는 아이는 없다. 나역시 그러했을 것이다. 

울음과 웃음은 극과 극이다. 단지 받침만 다를 뿐인데 말이다. ㄹ과 ㅅ의 간격은 넓기만 하고, 슬플적에 웃음은 있을 수없다. 기쁠적 역시 웃음대신 울음은 없다. 눈시울이 촉촉해 질 수는 있겠다.

그럼 울음과 웃음은 출발선은 같을 것인가.  연구자들이 말하는 바, 웃는 것과 우는 일은 동질이며 공존의 감정 이란다. 글쎄, 생리학적으로는 같을 수는 있겠다. 그러나 웃음은 머리에서 올것 이고, 울음은 가슴에서 우러나는지도 모르겠다. 

웃음에는 종류가 여럿이다. 폭소로 시작해, 함박웃음과 미소가 있을 게다. 울음 또한 여러 종류가 있다. 대성통곡을 포함해, 삼키는 울음까지 있는 거다. 이런걸 곡哭이며, 읍泣이고, 호號라 하던가. 곡은 눈물을 흘리며 소리내어 우는 것이다, 읍은 눈물을 흘리는데 소리내지 않는 울음일적에, 호는 눈물은 없으나 소리만 내는  울음이라 했다. 

웃음은 머금을 적엔, 울음은 삼킨다고 한다. 웃음은 삼킬 수없어 입안에 머물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한편 울음은 아예 꿀떡 삼키는 거다. 목구멍에서 치밀어 올라오는 걸 다시 밀어 넣은다는 말이다. 

시인이 읊었다. 울음이 타는 강. 울음을 태운다 했는데, 시인의 발상이 놀랍다. 읍泣은 읍일 테니, 삼킬 수없어 차라리 태우는 모양이다. 가을햇빛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강江을 보것네. (박재삼, 울음이 타는 강)

이런 봄날이면 시인의 이 시에서 더 가슴 절인다. 울음보다는 한숨섞인 그리움이 먼저 일테니 말이다. 

한 없이 그리운 것을 어쩔꼬
엊저녁에는 문득
남의 아내가 되어 있는
그대 생각에
잠을 설쳤는데.
(박재삼, 암뙨 사랑)

우리집 강아지 송이는 웃지 않는다. 꼬리만 흔든다. 분명 울음은 있을 텐데, 송이에게도 그리움이 있을 것인가. 

웃음만 가득한 세상을 기다린다. 눈물이 찔금 새어나올 환한 폭소이고 큰 웃음 말이다.  과연 그런 세상이 오기나 할까? 웃음이 타는 강. 

웃음을 네 입에, 네 입술에 채우시리니 (욥기 8:21)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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