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얼떠리우스의 어리바리 (실패한) 꿀벌 이야기(4) - 뉴햄프셔에서
보스톤코리아  2020-03-23, 11:52:53 
5) 벌통들이 나에게 오다.
회의도 다 마치고 2017년 5월 말에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6월 중순에 갑자기 집에 큰 것들이 배달이 되기 시작했다. 아들이 인터넷으로 벌통을 구매한 것이다. 아무 것도 모르고 나는 얼떨결에 벌통을 받아서 벌집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조건 시작했다. 페인트를 사다가 페인트칠을 하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림과 사진을 보면서 마치 가구 조립하듯이 조립했다. 뭘 모르니까 접착제로 붙이고, 못질하고 난리였다.
  그런데 접착제도 필요 없다. 왜냐하면 벌들이 틈새를 자신들이 메꾼다. 얼마나 단단한지 못질보다, 접착제보다 더 단단하다. 벌들이 벌통들을 서로 붙였기 때문에 벌통을 옮길 때마다 서로 붙은 벌통들을 떼어놓으려고 엄청나게 고생한다. 

6) 벌들을 만나다.
나중에 알았지만, 한국은 벌을 분양받는다. 돈을 지불하지 않고, 국가기관에 신청을 해서 받으면 된다. 미국은 돈을 지불하고 벌 무리를 사야한다. 벌 한 무리는, 여왕벌 하나에 수벌, 일벌과 꿀로 이루어져 있다. 첫 해인 2017년에는 한 무리 당 160불씩 320불이 들었다. 2018년에는 165불씩 330불이 들었다. 아침 일찍 벌을 가지러 가야한다. 낮에는 가져갈 수 없다고 한다. 벌들이 잠에서 깨어나서 활동하기 때문에 산소 공급이 필요한데, 환기와 통풍을 위해 많이 열어 놓으면 벌들이 나와서 공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이 틀 무렵에 가서 벌을 가져와야 했다. 그리고 2 마일 이상 떨어진 곳이어야 했다. 2 마일을 벗어나지 않으면 벌들은 자신들이 살던 집으로 돌아간다. 나는 무서웠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일단 집에 가져와서 벌을 벌통에 집어넣으려고 하는데, 대부분의 벌들은 들어갔는데 몇 몇 벌들은 들어가지 않았다.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서 그냥 내버려뒀다. 그리고 다음 날 봤더니 벌들이 다 벌통에 들어갔다. 묻어 있던 꿀들도 다 사라졌다. 다 벌통으로 가져갔다.
  벌 무리는 반드시 2무리를 키워야 한다. 그래야 어떻게 하면 벌이 강한 무리가 되고 약한 무리가 되는 지 알 수 있다. 이 부분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저도 키워보니 한 무리보다는 다른 무리보다 더 잘 수확하고 더 많은 벌들이 있는 것을 보고, 그것을 따라 하다 보니 배우게 되었다.

실수 3. 설탕물
벌을 분양받고 준비한 벌통에 벌들을 집어넣었다. 그리곤 벌을 가져온 벌통을 되돌려주러 갔다. 벌에게 설탕물을 주었냐고 묻기에 아니라고 답했다. 설탕물을 안주면 굶어 죽는다고 해서 집에 와서 설탕물을 타서 줬다. 그리곤 계속 설탕물을 주었다. 주라고 해서 주어야만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겨울에는 설탕물을 주면 안 된다. 벌들이 차가운 설탕물을 먹고 배탈이 나서 죽는다. 이걸 몰랐다. 그래서 겨울철에도 설탕물을 주었다. 그리곤 날씨가 추워서 얼어 죽을까봐 보온 막을 사다가 외부에 싸 발라 줬다. 그리고 봄에 보니 두 무리 모두 다 죽어 있었다. 여름부터 만들어 놓은 꿀은 그대로 둔 채.

그리고 아직도 설탕물의 비율을 잘 모른다. 무슨 말인고 하니 설탕물의 비율이 설탕 : 물이 ①1:1 ②1.5:1 ③2:1 이다. ①은 벌이 신경질이 난다. 즉 죽 같아서 힘이 달린다. ②는 가장 좋은 비율이다. ③은 벌들이 배불리 먹어서 꿀을 따러나가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이 비율이 무게를 의미하는 것인지 부피를 의미하는 것인지 아직도 모른다. 그래서 식품점에서 설탕을 사서 무게와 부피 둘 다 물과 함께 계산해 봤다. 그랬더니 동일했다. 설탕과 물의 무게와 부피가 동일했다. 그래서 그냥 무시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Costco(코스트코)에서 25 파운드(pound)짜리 설탕을 샀다. 그랬더니 이상하게 잘 맞지 않았다. 무게와 부피를 재 봤더니 이 설탕은 또 달랐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설탕물을 안 주니까 아예 관심도 없다. 하지만 만약 양봉을 처음 시작하신다면 처음에는 설탕물을 줘서 벌들을 살려 놓아야 한다. 제가 있는 지역은 꿀을 많이 배출하는 지역인 것 같다. 또한 우리가 먹는 호박, 깻잎 등등이 꿀을 많이 채취하는 작물에 속한다. 하지만 처음 시작하는 곳은 주변 상황이 어떤지 모르기 때문에 시작하는 첫 해와 두 번째 해에는 꿀과 기타 수확물(화분, 로열 젤리 등)을 채취하지 말 것을 권한다. 세 번째 해부터 꿀과 기타 수확물들을 결실로 얻기를 권해 드립니다. 저도 정식으로 얻은 꿀 수확은 3년째인 작년(2019) 가을이 처음이다.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공적부조 (PUBLIC CHARGE) 개정안 시행에 대하여 (1) 2020.03.23
I. 배경과 연방대법원의 판결지난해 8월14일에 미 국토부(DHS산하 USCIS)는 그동안 우려했던 “정부보조 수혜자 입국금지안”을 내놓았고, 그에 반하는 줄소송..
COVID-19 전염력에 대항하는 법 2020.03.23
세계 전쟁을 겪지 않은 미국인 세대는 백이면 백, 지금 COVID-19 사태로 벌어지는 이런 일은 태어나 처음 겪어본다고 이야기 한다. 지난 주, 주지사 베이커가..
좌충우돌 얼떠리우스의 어리바리 (실패한) 꿀벌 이야기(4) - 뉴햄프셔에서 2020.03.23
5) 벌통들이 나에게 오다.회의도 다 마치고 2017년 5월 말에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6월 중순에 갑자기 집에 큰 것들이 배달이 되기 시작했다. 아들이 인터넷..
무릎 꿇은 나무 2020.03.23
문득 '소리와 공명'에 대해 생각해 본다. 소리라는 것이 귀에 울리는 울림이라면 어쩌면 공명은 마음에서 울리는 울림이리라. 번잡한 도시에서 바삐 움직이는 발걸..
한담객설閑談客說: 구보씨의 일일 2020.03.23
지난 정월 초하룻 날이다. 떡국을 먹고 아이와 보스톤 다운타운에 내려갔다. 해마다 하는 행사아닌 행사였기 때문이다. 날은 쌀쌀한듯 했다만 걸을 수는 있었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