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아래에서 삼십 년을 살고 있으니... |
신영의 세상 스케치 685회 |
보스톤코리아 2019-03-11, 10:56:10 |
참 오랫동안 한 여자랑 한 남자가 함께 한 지붕 아래에서 살고 있다. 요즘처럼 사람이나 물건이나 빨리 고르고 빨리 결정하고 빨리 싫증을 내는 현대를 사는 요즘 시대에서 말이다. 연애를 2년 결혼을 30년 도합 32년을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그래도 살면서 작은 다툼은 하며 살았지만, 큰 싫증내지 않고 세 아이를 키우고 살았으니 감사하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 딸아이가 올해 만 스물아홉이 되었고, 큰 녀석이 스물여덟 그리고 막내 녀석이 칠월이면 스물일곱을 앞두고 있으니 세 아이를 보면서 빠르게 지난 시간과 흐른 세월을 가늠해보는 것이다. 1989년 3월 6일이 결혼식 날이었다. 참으로 손끝이 매섭도록 추운 날이었다. 그런데 결혼 30주년을 맞은 오늘도 그날과 비슷하게 쌀쌀한 날씨라 잠시 30년 전 결혼식 날을 떠올렸다. 오늘은 남편이 쉬는 날이라 밖에서 볼일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내게 전화를 넣었다. 점심시간이 되어가니 동네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함께하겠느냐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아직 점심 생각이 별로 없다고 답을 해주고 전화를 끓었다. 아뿔싸!! 오늘이 '결혼 기념일'인 것을 그만 깜빡 잊고 말았지 뭔가. 아니되겠다 싶어 얼른 남편에게 전화를 넣었다. 그 레스토랑으로 나도 가겠노라고. 사실, 우리 집 아이들과는 돌아오는 일요일 저녁에 함께 만나자는 약속을 해놓았었다. 큰 녀석은 플로리다에서 있으니 딸아이와 막내 녀석과 그리고 여자 친구와 함께 축하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 저녁은 친하게 지내는 친구 부부와 함께 저녁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점심시간에 대한 의미를 별로 부여하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어제저녁에는 교회에서 선교부 모임이 있었는데 연세 드신 권사님께서 맛난 콩떡을 해오셨다. 그 콩떡을 싸주셔서 집에 가져왔다가 오늘 아침에 맛있게 먹어 점심 생각이 별로 없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그래도 얼른 마음을 바꾸고 남편과 함께 점심을 할 수 있어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점심 생각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남편이랑 둘이 마주 앉아 먹는 내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맛나게 먹고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얼마 있으니 세 아이에게서 엄마가 좋아하는 '하얀 프리지아' 꽃박스가 꽃집에서 들리브리 되어온 것이다. 꽃을 꺼내 꽃병에 꽂는 내내 지금까지 잘 자라준 세 아이와 곁에서 묵묵히 후원자가 되어준 남편에 대한 고마움과 언제나 함께 걸어주신 하나님께 감사한 마음이 가득 차올랐다. 가족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며 감사를 더욱 느끼는 날이다. 특별하지 않은 일상에서의 특별함이란 이렇듯 평범함 속에서의 나눔일 것이다. 서로 남남이 만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한 가족의 일원이 되고, 서로의 모난 모서리에 부딪히면서 멍도 들고 상처도 생기고 그러다 보니 둥글둥글해졌던 것이 아닐까. 그래도 가만히 지난 시간을 생각해보면 그 어떤 일에서든 함께라서 견딜 수 있었고 기다릴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이렇듯 30년 정도 살을 맞대고 살고 한 지붕 아래에서 마주하면서 하나둘 늘어나는 흰 머리카락을 보면서 연민도 생기고 여기저기 쑤신다는 얘기에 안쓰럽고 측은지심이 가득 차오른다. 부부라는 관계는 그런가 싶다. 서로 믿어주는 마음의 '신뢰'가 제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남편은 아내를 신뢰해야 하고, 아내는 남편을 신뢰해야 그 가정이 한곳으로 모아지고 살아 움직인다는 것이다. 물론, 서로 존중해야 하고 존경할 수 있다면 더없이 복 받은 가정일 것이다. 존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존중과 신뢰가 밑바탕이 된다면 살면서 버거운 일이 생기고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일이 생기더라도 함께 의지하며 견딜 힘이 바로 서로에 대한 믿음인 까닭이다. 서로를 믿는 믿음의 '신뢰' 말이다. 그것이 바로 부모가 자식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이고 유산이지 않을까 싶다. 여행을 좋아하는 내게도 일주일 정도 남편과 떨어져 있으면 그런대로 괜찮은데 열흘이 되기 전에 보고 싶어지는 것이다. 여느 부부들도 그렇겠지만, 한국 방문을 하고 한참 동안 떨어졌다 만나면 '측은지심'보다는 고마움과 함께 새로운 느낌의 반가움이 삶의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결혼 30주년을 맞은 것처럼 앞으로의 30년도 서로 보듬어주고 든든한 버팀목과 그늘이 되어 살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서로에게 긴 인생 여정의 편안한 친구로 삶의 동지로 살고 싶다. 조금은 서로 배려하고 기다릴 줄 아는 소통할 수 있는 지혜로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간으로 마주하길 바란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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