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기(甕器)같은 사람...
신영의 세상 스케치 636회
보스톤코리아  2018-03-12, 13:37:28 
그릇은 각각의 크기와 모양 질이 다 다르다. 어디에 어떻게 무엇을 담는가에 따라 그 그릇의 이름이 붙여지기도 한다. 요즘이야 보기에 예쁘고 편리한 그릇들이 얼마나 많은가. 가정을 꾸려 가는 주부들이라면 어찌 그릇에 욕심이 없을까. 가족들과 함께 샤핑을 하다가 눈길이 먼저 가는 곳은 여자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릇들이 모여진 진열장이다. 맑고 투명한 크리스탈부터 본 차이나, 도자기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종류의 그릇에 그만 매료되고 만다.

그 옛날 우리 선조들은 어찌 그리도 지혜로웠을까. 이 그릇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바로 그 속에 삶의 철학이, 생활 철학이 들어있음을 깨닫고 만다. 맛과 멋을 알았던 '풍류와 예술'을 삶 속에서 만나고 느끼고 누렸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또한 건강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을 우리 옛 선조들의 옹기(甕器)들은 가히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릇을 만들기 위해 질흙을 사용하고 뜨거운 온도의 불가마에서 굽기를 몇 번을 해야 제구실을 할 수 있으니 어찌 이 속에 철학이 없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이렇듯 옹기(甕器)를 만들기 위해서는 섭씨 1200도라는 고열의 불로 구워내며, 뜨거운 불 속을 몇 번을 드나들어야 단단하고 견고한 그릇이 되는 것이다. 옹기(甕器)가 다른 자기나 도기들에 비해 "옹기의 장점은 통기성(通氣性)에 있다. 물은 통과하지 못하지만 공기는 통과되는 그릇이 바로 옹기(甕器)의 장점이다. 주변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점이 옹기(甕器)의 위대한 점이다. 호흡할 수 있기 때문에 발효식품을 저장할 수 있는 것이다." 듣고 들어도 어찌 이리도 귀한 말씀일까. 우리 선조들의 그 깊은 지혜와 해박한 생활철학에 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그래, 하물며 그릇 하나에도 이렇듯 귀하고 심오함이 들어있는데, 이 온 우주의 대자연과 인간이 생명으로 숨 쉬는 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창조주의 섭리를 그대로 느끼는 것이리라. 옹기(甕器) 하나하나에도 쓰일 목적이 있듯이 우리들 삶의 길에도 맡겨진 목적이 분명 있는 것이다. 때로는 살면서 힘겨운 일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당할 때도 많다. 어찌 나만 홀로 있는 것 같이 외로움이 밀려들고 삶이 고단할 때가 있다. 남들은 모두가 '행복'의 얼굴을 하고 있는데, 내게서만 그 '행복'이 비껴가는 것 같은 심정일 때가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달이 차면 기울고, 기울면 다시 또 오르는 이치를 생각한다면 오늘의 힘겨운 일들이 내일의 기쁨의 행복의 일들로 이어짐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 쉬이 얻어지는 것이 어디 있을까. 어느 단체든 단체장이 있기 마련이다. 그 단체를 이끌어가는 일이 어찌 그리 쉬울까. 단체를 이끌다보면 이러쿵 저러쿵 말들도 많고 탈들도 많은 것이 사람 사는 곳이며 모인 곳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곁에서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은 더욱 따뜻해지는 것이다. 내가 못하는 것을 저렇게 잘하고 있으니 누가 뭐라 탓할 일인가. 곁에서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이 미안할 다름인 것을 말이다. 그 어떤 일이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말없이 헌신으로 봉사하는 이가 있어 그 단체는 더욱 단단해지고 든든해지고 빛나는 것일 게다.

이렇듯 불통인 곳에 소통을 이끌어내는 리더가 있다면 더없을 축복이라는 생각을 한다. 다른 사람의 작은 소리에 귀기울일 줄 알고 아픈 이들과 고통에 있는 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고 안아줄 수 있는 그런 단체이고 리더이면 좋겠다. 그것이 크게는 뉴잉글랜드의 한이들을 아우르는 총영사관과 총영사님 그 외의 영사님들이 될 수도 있고, 한인회와 한인회장이 될 수도 있고 그 외의 각 한인단체의 단체장과 임원들이 된다면 좋겠다. 서로 함께 호흡하고 화합하며 소통할 수 있는 우리면 좋겠다. 네 탓보다는 내 탓이라 여기는 그런 여유로운 마음이면 좋겠다.

봄, 봄이 오고 있다. 긴 혹한의 시리고 언땅을 뚫고 오르는 생명들의 꿈틀거림을 보며 우리도 꿈을 꾸워보는 것이다. 사람의 꿈을 꾸워보는 것이다. 답답한 숨을 훅~ 뚫어줄 수 있는 그런 옹기(甕器)같은 소통의 사람을 꿈꾸워 본다. 이 봄에는 온기 따뜻하고 숨구멍 열어줄 그런 사람을 기다려 보는 것이다. 진정한 질흙으로 빚어 뜨거운 불에 달구어진 옹기(甕器)같은 사람이길 마음으로 빌어본다. 주변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통기성(通氣性)을 가진 옹기(甕器)처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사람을 기다려 본다. 지혜롭고 여유로운 멋과 맛을 누릴 줄 아는 풍류의 사람을.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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