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표본실의 청개구리 |
보스톤코리아 2017-12-18, 14:24:40 |
그곳에선 쏘는 냄새가 났다. 냄새는 콧속을 후비고 달겨들었는데, 코는 무방비였다. 포르말린냄새라고 선생은 말했다. 해골과 인체 전신뼈 모형은 무서웠다. 날카로운 냄새와 더불어 소름을 부채질 했던 거다. 그 방은 사시사철 서늘했고 먼지만 쌓여갔지 싶다. 누구도 자주 드나들지 않았으니 말이다. 표본실 이다. 표본실의 청개구리. 염상섭의 소설제목이다. 소설에선 표본실 청개구리가 묘사되었던가. 기억이 가물거린다. 표본실에 청개구리뿐만이 아닐 것이다. 기생충도 맑은 포르말린용액에 담겨져 표본이 되었을 것이다. 그건 오래된 진열장 속에 인삼주 마냥 그렇게 놓여 있었다. 회충을 비롯한 기생충이 창궐할 적이다. 해마다 봄이면, 산토닌을 나눠줬다. 한 웅큼씩 먹고 삼켜야 했다. 잘 죽지 않는 기생충을 박멸해야 했던거다. 원기소 먹듯 삼키고 나면, 하늘이 노랗게 변했다. 덕분에 어린아이들은 휘청였다. 어지러웠고, 입안은 말라갔고, 현기증이 일어났던 거다. 판문점을 통해 남으로 내려온 병사가 수술을 받았다. 총상이 심했는데, 수술은 잘 끝나 살아났다. 그의 목숨을 건 자유를 향한 용기가 가상하다. 곧 건강을 회복하기 빈다. 회복된 건강 위에 사라진 위험 위에 회상 없는 희망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 자유여. (폴 엘뤼아르) 수술을 맡았던 집도의가 말했다. 환자의 뱃속에서 많은 기생충이 발견되었다. 기생충때문에 수술하는데 지장이 있었다. 신문기자들에게는 가십으로 알맞춤이었다. 한국신문에 대서특필되었다. 한편에선, 이걸 동네방네 떠들어도 되는지. 환자의 신상에 관한 감추고 싶은 이야기는 아니었는지? 논란이 되었던 모양이다. 어디 기생충기사 뿐이랴. 전직 대통령과 대그룹 총수의 감옥생활까지 일일히 신문에 싣는다.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이 수술환자가 표본실의 청개구리 되었다고 생각치 않는다. 다만, 궁금해 하는 시민들에게 사실을 전해줬을 뿐이라고 믿는다. 환자가 깨어난 후, 동의도 얻었을 것이다. 기생충이 자랑은 아닌바, 그렇다고 대단히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약 몇알이면 다 없어 질테니 말이다. 왕년엔 우리도 몸속에 몇마리씩 키우고 있었다. 기생충 전문가들 요새 호황일 것이다. 남쪽에선 기생충이 완전박멸 되었다 하는데, 전문가들 그동안 심심했겠다. 이젠 이북에 회충약 보내야 하지 않겠나. 받지 않겠다 할게 틀림없고, 현찰로 내놓으라 할 것이다. 나는 벌레요 사람이 아니라 (시편 22:6)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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