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578회
보스톤코리아  2017-01-09, 15:08:47 
정유년 새해를 맞아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에 군주민수(君舟民水)이다. '강물은 배를 뜨게도 하지만 뒤집을 수도 있다.'라는 뜻이다. 지난 2016년 후반기를 떠올리면 미국이나 한국이나 안팎으로 정신없는 병신년의 한 해를 마무리하고 말았다. 생각을 거듭할수록 참으로 이해할 수 없고 어이없는 일이었지만, 대통령은 무능했고 국민들은 그의 행적에 책임을 물었다. 여기저기서 촛불로 모인 민심은 결국 탄핵 가결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냈으며, 군주민수(君舟民水)의 사자성어처럼 국민들은 지도자를 세우기도 하지만 심판하고 끌어내릴 수도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즈는 1월 3일 날짜 1면에 정유라씨 체포 소식과 함께 정유라씨가 2일 덴마크 올보르 지방법원에서 예비심리를 마친 뒤 나오는 모습을 사진 기사로 보도했다. 뉴욕타임즈는 사진 설명에서 "정씨가 삼성으로부터 승마 훈련 지원을 받은 것은 한국의 스캔들(박근혜·최순실 게이트)과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의혹으로 남았던 일들이 확실해지는 일들 앞에 할 말을 잊고 만다. 타국 멀리에서 지금의 처한 내 조국의 시끄럽고 혼란스런 상황들을 바라보며 가슴이 답답할 뿐이다. 많은 국민이 든 촛불의 간절한 염원이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다시 헌법재판소가 헌정의 중심에 섰다. '광화문 촛불'로 상징되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한 온 국민의 열망이 헌재의 심판에 맡겨진 것이다. 국민의 관심이 헌재의 일거수일투족에 모아지고 있다. 평소 헌법재판관이 누구인지 관심조차 없던 국민들도 그들의 퇴임일자를 꿰고 있을 정도가 됐다. 헌법재판관 한 사람의 공백이 탄핵 반대로 간주되고, 재판관 3명이 공석이면 헌재가 활동정지 상태에 빠진다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됐다. 헌재가 어떻게, 무슨 결정을 내리는지에 따라 민주공화국의 명운이 달린 셈이다."

요즘은 다른 일을 미루고서라도 내 조국의 일어나는 상황뉴스와 보도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것은 남의 일이 아닌 까닭이다. 무엇보다도 한국 교육의 최고의 자리에 있는 교육자(교수와 총장과 학장 등)들이 증인으로 출석해 법정에 앉아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위증을 반복하는 모습은 차마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현실의 교육실정을 보고 어린 학생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부모들은 또 무슨 생각을 할까. 진실을 외면하고 왜곡한 한국 정치와 교육의 미래는 진정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자신이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잘잘못을 하고 산다. 하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 어린 사과와 그에 따른 죗값을 치를 때 누구보다도 자신의 양심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중요한 때를 놓치면 기회는 오기 힘들다. 그 후에 그 어떤 후회의 말이나 행동마저도 그것은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고 이미 신뢰를 잃어버린 까닭이다.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남의 탓으로 돌리면 그것은 끝이 없는 일이며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진정한 용기는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고 용서를 받는 일이다.

군주민수(君舟民水)의 사자성어를 다시 들어보자. 강물은 촛불을 든 국민이라고 보고 배는 이 나라의 지도자인 대통령이라고 보자. 물은 부드러움의 상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물은 부드러운 성질 너머에 무서운 성난 파도로 있기도 한 것이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부드러움이 때로는 무서움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의 촛불을 치켜든 국민들의 마음이 바로 성난 파도로 출렁이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강물이 부드러울 때 배의 닻을 오르내리며 안전을 위해 조절하는 것은 선장의 몫이다. 거칠어진 파도 그 후의 안전은 어려운 것이다.

새해를 맞으며 지금의 현 시국으로 볼 때 조기 선거가 치러질 전망이 크다. 그러니 더욱 군주민수(君舟民水)의 사자성어는 우리 모두에게 가까이에 다가온 글귀다. 진정 백성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대통령이면 좋겠다. 또한, 물(백성의 민심)을 무서워할 줄 아는 지혜로운 선장(대통령)이길 바라는 것이다.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 공약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무엇보다도 진실을 말로 하지 않고 진실을 실천하는 대통령이길 간절히 소망하는 것이다. 자신의 삶에서 진실을 살고 진실을 사는 대통령이길 기도한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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