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마약 전쟁사 – 1980년대 레이건의 마약 전쟁 |
보스톤코리아 2016-09-12, 11:43:44 |
“Just Say No” – 레이건 대통령 부인이었던 낸시 레이건 여사가 1982년 어느 날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소재 롱펠로우 초등학교를 방문했을 때, 한 여학생이 손을 들고 낸시 레이건 여사에게 질문했다. “누군가가 제게 마약을 권하면 어떻게 해야하죠?” 낸시 레이건 여사의 대답은 “그저 ‘아니’라고 말하세요 (Just Say No)”였고, 그녀의 “Just Say No”는 이후 남편인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주도했던 대대적 마약 퇴치 캠페인의 상징적인 캐치프레이즈가 되었다.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는 약 8년간 21억달러를 투자하는 대대적인 마약퇴치 정책을 펼쳤다. 천문학적인 예산뿐만 아니라 영부인인 낸시 레이건을 비롯해서 숱한 유명인사들도 마약퇴치 캠페인의 홍보에 참여했다. “마약과의 전쟁”은 닉슨 재임기에 시작했지만, 레이건이 펼친 마약과의 전쟁과 비교하자면 닉슨의 그것은 매우 온건했다. 레이건 재임기, 금지 약물 사용자들의 치료 및 재활 정책에 대한 관심은 사라져갔고, 강력한 처벌과 통제를 통해 마약의 확산을 금지하려는 ‘마약의 범죄화’ 정책이 뿌리내리게 되었다. 그러나 레이건 행정부가 쏟아부은 막대한 예산과 강경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80년대 마약과의 전쟁이 결과적으로는 효과적이었던 것 같지는 않다. 통계적으로 금지약물의 사용자 수 혹은 마약 연루 범죄가 줄어들지 않았고, 오히려 늘어났다는 점에서 레이건의 마약 전쟁은 예산만 낭비한 비효율적 정책으로 평가받게 된다. (진짜 여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돈, 성적 유희, 마약에 중독된 희대의 주식 사기꾼 조던 벨포트로 열연한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릿>에는 주인공과 친구들의 코카인 흡입 장면과 마약으로 범벅된 파티 장면이 수도 없이 등장하는데, 실화에 기반한 이 영화의 시작은 레이건의 마약전쟁이 절정기였던 1987년이다.) 사실 레이건의 대 마약 정책은 닉슨 재임기보다 훨씬 강도 높은 것이었다. 단적으로 레이건 대통령 재임기에 미의회를 통과한 反마약 법들은 십 여개 이상. 다시 말해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의 반마약법이 제정된 시기가 바로 레이건 대통령의 재임기였다. 1982년의 Department of Defense Authorization Act는 마약 밀매를 차단하기 위한 작전 등에 군사력이 실제로 동원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로써 레이건의 마약 전쟁은 은유를 넘어선 전쟁의 성격을 띄기 시작했다. (사실 레이건 이후의 마약 전쟁은 마약 공급 국가로 ‘찍힌’ 콜럼비아, 멕시코, 볼리비아 등의 국가에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하게 하는 명분이었다. 아이러니하게 들리겠지만, 이들 국가에 대한 미국의 직, 간접적인 군사개입을 위해서는 마약 카르텔이 건재할 필요가 있었기에, 미국은 해당 국가 내의 마약 카르텔을 음성적으로 지원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는다.) 또한 1984년 제정된 Comprehensive Crime Act는 사법부의 마약 범죄와 관련된 권한을 더욱 강화시켰다. 같은 해 제정된 Bail Reform Act는 마약 소지자의 보석 허가를 어렵게 했다. 레이건의 마약 퇴치 정책의 하이라이트는 1986년 제정된 Anti-Drug Abuse Act로, 과거 제정된 마약 관련 법들을 통합하고 처벌 기능을 강화한 것이었다. 1980년대 중반 레이건 집권 초기부터 전개된 반 마약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마약 사용자가 크게 늘었고, 미디어를 통해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거세졌던 것이Anti-Drug Abuse Act가 거의 만장일치로 의회를 통과할 수 있던 배경이다. 그런데 이 당시 약물 중독자가 증가했던 원인인 ‘크랙 코카인’이라는 마약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마약 중 하나인 코카인은 마약치고도 상당히 가격이 비싼 탓에 (벨포트 같은!) 부유한 백인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런데 1980년대 중반들어 코카인 가루와 베이킹 소다를 합성 후 가열해서 만든 ‘크랙’이라는 마약이 등장, 미국내 여러 대도시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하게 된다. 크랙 코카인은 코카인과 비슷한 환각효과를 가지지만 훨씬 싼 가격에 구할 수 있던 탓에 대도시 빈민가의 가난한 흑인들 사이에서 크랙 코카인의 이용자들이 빠르게 증가했다. 크랙의 문제는 매우 빠른 속도로 ‘사회문제’이자 국가 안보 상의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배경 속에 탄생한 1986년의Anti-Drug Abuse Act 가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의 불합리성과 인종차별적 함축이다. 가령 이 법은 최소형량제 (mandatory minimum sentence) 규정은 5g의 크랙 코카인 소지자는 감형 없이 최소 5년형을 받도록 하고 있다. 최소형량제는 결과적으로 비폭력 범죄 수감자의 수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더 흥미롭게도 일반 파우더 코카인의 경우 500g을 소지했을 경우 최소 5년형에 해당한다. 즉, 같은 불법 약물 중독자라 해도 마약 소지 법률 위반으로 수감될 확률은 대도시의 가난한 흑인들이 훨씬 커질 수 밖에 없다. 이 법은 결과적으로 흑인 중 비폭력 전과자의 수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켜 흑인들의 ‘대량 투옥’ 현상을 만들었다. 또한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다시피 대도시 흑인 빈민층이 전과로 인해 다시 빈곤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마약 관련 범죄에 연루되는 악순환을 가져오면서, 인종간의 사회적, 경제적인 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만드는 한 요인이 되었다. 결국, 뉴 짐크로우라고 불리는 오늘날의 빈곤층 흑인, 히스패닉의 대량 투옥 현상은 레이건의 마약전쟁에 상당한 원인제공을 한 셈이다. 보스톤코리아 칼럼리스트 소피아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의견목록 [의견수 : 0] |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 |
|
프리미엄 광고
161 Harvard Avenue, Suite 4D, Allston, MA 02134
Tel. 617-254-4654 | Fax. 617-254-4210 | Email. [email protected]
Copyright(C) 2006-2018 by BostonKorea.com All Rights Reserved.
Designed and Managed by Loopivo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