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541회 |
보스톤코리아 2016-04-13, 11:46:28 |
내가 아는 지인 중에 한 분은 한국에서 심리학 교수이고, 다른 한 분은 미국에서 수학 교수로 있다. 내 관점에서 두 분의 공통점은 기해생 돼지띠로 나이가 갑장이라는 것이다. 물론 두 분은 서로 모르는 관계이다. 두 분과 내가 알고 지낸 지는 벌써 10년이 다 되었다. 참 세월이 이렇게 빠르다는 것을 새삼 또 실감하며 산다. 가끔은 비교까지는 아니더라도 서로 다른 캐릭터를 한둘 모아 보며 그들만의 성격 차이를 나누고 장단점의 포인트를 나눠보는 버릇이 내게 있다. 그 버릇이 이제 꽤 오래되었다. 지극히 주관적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그룹을 형성해 통계를 뽑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물론 거기에는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 다른 사람이 아닌 내 남편이다. 그 남자의 캐릭터도 개성이 강한 편이니 이쪽저쪽에 끼워 넣어 보면 다른 이들의 캐릭터 설정에 꽤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남편에게 미안해하거나 거리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장 사랑하고 가장 잘 아는 캐릭터이기에 편안하고 내 머릿속에 입력된 것들이 가장 많은 이유이고 까닭이다. 여하튼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인가를 고민하고 그렇게 살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정립하고 수정하고 바꿔가며 사는 것이 좋을까 하는 관점에서의 시작이고 과정일 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엇보다도 '돈'이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물질의 풍요로 편안하고 넉넉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로 인해 잃어버린 것도 얼마나 많은지 현대를 사는 우리의 각처에서 만나지 않던가 말이다. 돈이 행복의 조건이 아님을 일찍이 알 수 있다면 조금 더 삶을 더 깊이 그리고 넓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그때는 몰랐는데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어리석음을 어찌할까. 그마저도 더 늦지 않아 깨달을 수 있다면 복된 삶인 게다. 행복의 가치가 돈에 있지 않음을 깨달은 자만이 '참 행복의 주인'이 될 수 있음을 이제야 알아 간다. 이렇듯 내가 아는 두 지인을 잠시 떠올려 보았다. 한국에 계신 지인은 심성이 답답하리만치 고지식한 성격의 소유자다. 몇 년 전 일로 인해 만나 저녁 식사를 함께하게 되었다. 맛있는 고깃집이라고 안내해 주신 곳이 겉보기에도 썩 괜찮아 보이는 곳이었다. 안내를 받으며 들어간 곳은 더욱이 근사했고 정말 맛난 갈비를 시켜 먹게 되었다. 맛난 갈비에 소주 한 잔이 빠진다면 애주가가 아니더라도 조금은 섭섭한 일이다. 술을 못하시고 얼렁뚱땅 못하시는 고지식한 분 덕에 아쉬운 고기 맛을 보았지만, 그보다 더 귀한 사람 맛을 더 깊이 느낄 수 있어 감사했다. 그분을 오래도록 알고 지내며 참으로 성정이 곧고 맑은 분이라는 것을 더욱 느끼게 되었다. 언제나 차분하신 덕에 이제는 인생의 멘토처럼 의논 거리가 있으면 여쭙기도 하게 되었다. 세상 사람들처럼 돈은 넉넉치 않으시지만 교육자로서 학자로서 당당하게 사시는 모습에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것이다. 사람은 외모가 아니라 그 사람의 삶이 그 사람을 그대로 나타내주는 것이다. 옛말처럼 향 싼 종이에서는 향내가 나고 뭐 싼 종이에서는 뭐 냄새만 난다 하지 않던가. 언제 뵈어도 편안하고 삶의 향기가 가득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늘 행복을 선물해 주는 것이다. 미국에 계신 분은 수학자이지만, 글을 쓰시는 덕에 언제나 소년같으신 분이다. 그분의 동시를 만나면 어느샌가 나도 어린아이가 되어 까르르 웃음을 짓게 되는 것이다. 짤막한 글 속에서 뱃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일에 더욱 행복한 사람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인 것이다. 그래 이렇듯 내가 몇 비슷한 캐릭터를 모아 통계를 내어보는 버릇이 '악취미'인 것만은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나도 또 다른 그 누군가에게 한 사람과 한 삶의 통계 자료에 쓰일지 누가 알까 말이다. 모두가 자신의 색깔과 모양과 소리대로 살면 제일 행복한 삶이라는 생각을 한다. 두 분의 공통점에서 보듯 성별이 같고 나이가 같으며 학자라는 직업도 같다. 그리고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그리 부자는 아니라는 공통점 또한 같다. 그런데 두 분의 색깔은 아주 다르다. 한 분은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이고, 다른 한 분은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격을 가진 분이다. 하지만 이 두 분의 진정한 공통점을 찾아보자면 맑다는 것이다. 곧 맑다는 것은 사심이 적다는 것이다. 사심이 적다는 것은 욕심이 적다는 것을 말함이다. 욕심이 적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 결국 젊게 늙어가는 비결은 늘 맑고 밝은 생각과 마음으로 사는 것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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