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륙 인디언의 역사 : 1. 인디언의 고대 문명 (2)
보스톤코리아  2015-04-27, 11:52:20 
아나사지(Anasazi)문명
아나사지란 나바호족이 현재 살고 있는 이른바 Four-Corners(유타, 콜로라도, 애리조나, 뉴멕시코 주가 만나는 지역) 주위에서 기원전 12세기 무렵부터 살기 시작한 고대 종족 또는 그들이 일군 문명을 일컫는 말이다. 아나사지라는 말은 나바호어에서 나왔는데 ‘옛 사람들’, ‘옛 푸에블로 사람들’ 또는 ‘옛 적들’을 뜻한다. 아나사지족은 후일 푸에블로(Pueblo), 호피(Hopi) 주니(Zuni)족의 선조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나사지 지역의 남쪽과 서쪽으로 멕시코 북부에 이르는 지역에서도 뒤에 모골론(Mogollon)과 호호캄(Hohokam) 등을 포함하여 또 다른 문명들이 건설되었는데, 이들 문명권을 멕시코 고고학자들은 오아시스아메리카(Oasisamerica)라고 부르고 있다.

아나사지 문명의 유적으로는 차코 캐년(Chaco Canyon)과  메사 버드(Mesa Verde)등이 남아 있다. 이들 유적지 두 곳은 모두 미국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돼 있다. 차코 캐년의 대표적인 유적으로는 푸에블로 보니토(Pueblo Bonito)가 있다. 푸에블로 보니토는 오늘날의 대규모 아파트 주택단지와 비슷하게 세대별 거주 공간, 종교의식, 부족 집회 등이 무두 가능하도록 잘 계획된 주거단지로 볼 수 있다. D자 형태로 이루어진 이 시설은 그 면적이 8천 평방미터에 이르고 약 8백 개의 방을 가지고 있으며 최고 5층 높이로 건설되었다. 여기에는 키바(Kiva)라고 불리는 기도 장소가 있었다. 수 백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원형으로 생긴 한 개의 대형 종교적 집회시설과 30개의 소형 키바가 있었으며 중앙에는 대형 광장도 갖추고 있었다. 이 유적지의 사용 기간은 기원후 828년부터 1126년까지로 밝혀졌다. 이러한 형태의 시설을 ‘큰 집(Great House)’이라고 부르는데 이 일대에 이런 유적지가 100개도 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차코 캐년의 파자다 뷰트(Fajada Butte)에는 하지, 동지, 춘분, 추분을 가리키는 태양 단검(Sun Dagger)이 그려진 암석선화(petroglyphs)가 유명한데, 훼손 가능성을 우려하여 현재는 일반인의 접근을 금하고 있다. 
차코 캐년에는 방사선 형태의 직선 도로망이 잘 건설돼 있었는데, 총 길이는 100 km에 달하고 그 폭은 거의 10m나 되었다. 야간에는 횃불 가로등까지 갖추었다고 한다. 모든 도로는 캐년의 중심부로 향하고 있으며 장애물이 있는 경우에도 우회하지 않고 거의 직선을 유지하고 있는데, 상업적 용도는 물론이고 종교적 목적에 많이 이용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터키옥(Turquoise)을 보석으로 가공한 후 남쪽의 멕시코로  팔아 큰 부를 축적하였다고 한다. 아나사지 사람들은  12세기 중 갑자기 이 지역을 떠나 뿔뿔이 흩어졌는데, 그 배경에 관하여는 여러 가지 가설이 있다.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은 가뭄 등 기상재해와 삼림자원 고갈로 인한 환경파괴 때문에 당시의 수많은 인구가 생존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콜로라도 주(Colorado) 남서부 해발 2,600m의 고원지대에 자리한 메사 버드(Mesa Verde)에는 기원후 450년 무렵부터 1300년까지 살았던 아나사지 족들의 4천여 개 유적이 모여 있다. 메사 버드는 미국 내에 있는 고대문명 유적지 중 규모가 가장 큰 곳이다. 이 곳 문명 역시 차코 캐년과 마찬가지로 13세기 말엽에 환경파괴로 인한 자연재해로 종말을 고하게 되고 종족들은 여러 곳으로 이주하였는데 이들 중 일부는 동쪽으로 이동하여 미시시피 강을 건너와 크리크족(Creek;Muskogee족이라고도 불림)과 체로키족(Cherokee)의 시조가 되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이 있다.

이 지역의 대표적인 주거 흔적으로는 절벽궁전(Cliff Palace)을 들 수 있는데, 이곳 벼랑의 후미진 곳에서 최고 4충 높이로 지어진 150개의 방과 15개의 지하 기도시설인 키바를 발굴하였다. 또한 챠핀 메사(Chapin Mesa)에 있는 가문비나무집(Sprus Tree House)도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 하는 주거유적이다. 여기서 메사란 주변 지형이 침식과 풍화로 인하여 깎여 나감에 따라 홀로 남게 된 꼭대기가 평평한 수직 형태의 산들을 일컫는 말인데 높이 보다 꼭대기 마당의 길이가 더 짧을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뷰트(butte)라고 부른다. 이 밖에도 스퀘어타워하우스(Square Tower House), 롱하우스(Long House) 그리고 발코니 하우스(Balcony House) 등 다양한 형태의 주거 흔적들이 확인되었다.

지금의 애리조나 주와 뉴멕시코 주에 걸쳐 있는 리오그란데 강(Rio Grande) 지류에는 13~14세기에 옛 아나사지를 떠난 민족들이 이주하여 새로운 주거지를 많이 건설하였다. 이 중 한 곳인 푸에블로 타오스(Pueblo Taos)에는 현재까지도 옛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으며, 이 지역 사람들은 오늘날까지도 아나사지 문명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 지역 또한 1992년에 유네스코에 의하여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여기에 살고 있는 민족이 1680년 스페인 점령군에 대항하여 대 반란을 일으켰던 민족의 후손들이다.  또한 아코마 푸에블로(Acoma Pueblo)에는 이들 문명의 후예들이 메사(mesa)의 꼭대기 평지에 집을 지어 지금까지 800년 이상을 계속적으로 살아오고 있다. 이 지역은 미국의 국가기념유적지로 지정돼 있다. 


독자기고: 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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