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416 회
보스톤코리아  2013-09-30, 11:56:15 
"흔히 '마음을 닦는다'고 하면 종교적인 수행을 연상할 수도 있겠으나, 일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열심히 혼을 다해 일하는 것, 그것만으로 족하다. 라틴어에 '일의 완성보다 일을 하는 사람의 완성'이라는 말이 있다. 소위 철학은 열심히 흘린 땀에서부터 생겨나며, 마음은 날마다의 노동을 통해 연마된다."  - 이나모리 가즈오의《카르마 경영》중에서 - 

오늘은 아트쟁이(그림쟁이, 사진쟁이, 글쟁이)들 다섯이 오붓한 저녁을 먹게 되었다. 이제 막 사진 공부를 마치고 세상 밖으로 나온 새내기부터 시작하여 그림과 함께 40여 년을 배우고 익히고 가르치며 살아온 외길 인생의 오십을 훌쩍 넘긴 그림쟁이 그리고 쪽빛 하늘처럼 짙푸른 열정의 그림쟁이 청년과 타고난 감성의 끼가 철철 넘치는 멋진 중년의 그림쟁이와 함께 한자리에 모여 앉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자신의 뜨거운 열정과 혼신을 다해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행복한 일이 이 세상에 또 있을까. 인생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복된 삶이다.

쟁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사람의 성질이나 특성, 행동, 직업 등을 나타내는 일부 어근 뒤에 붙어, '그러한 특성을 가진 사람'의 뜻과 얕잡는 뜻을 더하여 명사를 만드는 말이라고 일컫는다. 그런데 쟁이라는 단어는 나의 개인적인 느낌이나 취향일지 모르지만,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자신의 분야에서는 '최고의 고수 vs 도사'일 것 같은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한평생을 살면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때로는 밀어내고 싶어도 도망치고 싶어도 거역할 수 없는 천명(天命) 같은 것. 쟁이라는 단어에서는 나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그 어떤 절대자의 힘이나 손에 이끌려 할 수밖에 없는 그런 '하늘이 주신 타고난 끼(기운)'를 더욱 느끼게 한다.

요즘은 전문가의 시대인 만큼 그에 따라 발맞춰야 사는 세상이다. 무엇인가 남보다 앞서지 않으면 뒤처진 느낌에 스트레스가 쌓이고 그 쌓인 스트레스가 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남의 것을 따라 하며 흉내 내거나 카피 한다고해서 모두가 만족스러울 수는 없다. 그것은 결국 '카피 인생'에 불과할 뿐이다. 사람의 눈은 속일 수 있지만, 자신의 속은 속일 수 없으니 더욱 깊은 스트레스에 시달려야하고 마음의 병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할 수 있으면 어느 분야에서든 그것이 바로 전문가인 셈이다.

요즘처럼 바람보다도 빠른 초고속 첨단 문화에 한 발 내딛어볼 여지도 없이 엄지 발가락 하나 얹으려면 '휙'하고 소리도 없이 사라지는 바람같은 세상에 살고 있다. 몸과 마음 그 어느 것 하나도 그 속도를 따라가기 힘이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 빠른 속도에 내 속도를 맞출수도 없을뿐더러 좇아가려는 마음보다 더 앞서는 것은 다름 아닌 돌덩이처럼 무거운 스트레스인 것이다. 그것은 따라주지 않는 머리 회전(두뇌)을 혼자서 이리저리 돌려보며 억지로 쥐어짜야하는 안타까움인 까닭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바보가 따로 없다는 생각에 절로 웃음이 스쳐 지난다.

간단명료의 초고속 스피드 시대에서 긴 문장의 글이나 문자 그리고 긴 얘기의 사설은 개인의 삶을 침해 침범하는 민폐의 기준을 넘어 개인의 삶을 중요시하는 요즘 시대의 삶의 방해자일지도 모른다. 때로는 한국에서 젊은 아이들이 보내오는 문자는 무슨 말인지 를 헤아리기조차 어려운 새로운 단어와 문장일 때도 많다. 아니, 때로는 매스 미디어에서조차 줄임말을 사용해 무슨 말인지 무슨 뜻인지 한참을 바라볼 때가 있다. 빠른 초고속 문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나 자신을 위로라도 해주고 싶어서인지 아니면 합리화라도 시켜보고 싶어서인지 궁시렁궁시렁 혼잣말로 투덜거려 본다. 

'아트쟁이(예술쟁이)'라는 단어는 가깝게 지내는 그림쟁이 친구나 지인들과 만나면 종종 쓰는 단어이다. 무엇인가 가슴을 울리는 깊은 울림 같은 그리고 삶의 애환이 서린 그런 느낌의 공명이 흐르는 단어로 내게 남아 있다. 그래서일까. 예술을 사랑하고 아끼는 지인들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자신의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전문가 vs 예술쟁이'로 구분 짓는 버릇이 있다. 그것이 나 자신의 개인적인 잣대나 취향일지는 모르겠지만, 그 어떤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아주 특별한 느낌일 때가 종종 있다.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타고난 끼(기운)를 가진 '쟁이의 삶'은 아름답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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