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인생 여정이 늘 그러하듯 삶에서 때로는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일을 만나며 어두운 터널을 지나듯 앞이 캄캄하고 막막한 일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얼마를 지나고 보면 그 어렵고 견디기 힘든 일들 속에서 밖으로 나와 있는 자신을 만나기도 한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랜터 윌슨 스미스의 귀한 글귀처럼 그렇게 모두는 멈추지 않고 물처럼 구름처럼 바람처럼 흘러가는 것이리라. 내가 힘들 때 곁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위로를 받고 고마워하듯, 때로는 그들에게 내가 또 위로자가 되어 서로 아픔의 치유를 얻는 것이다. 이렇듯 인간만사 새옹지마(人間萬事塞翁之馬)라 하지 않던가.
"인생은 새옹지마(塞翁之馬)다. 즉 인생은 말을 좋아하는 중국 국경에 사는 어느 노인의 인생사와 같은 것이다. 어느 날 노인이 애지중지 기르던 말이 국경을 넘어 도망쳤으니 애사(哀事)요. 그런데 몇 년 후 그 도망갔던 말이 새끼말까지 데리고 왔으니 경사(慶事)가 되었고, 그 새끼 말을 손자가 타고 놀다가 말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으니 애사(哀事)가 된 것이다. 그런데 얼마 후 전쟁이 일어나 동네의 다른 청년들은 전쟁터에 나가 돌아오지 못했는데 손자는 다리가 부러져 전쟁터에 나가지 않아 화를 모면 할 수 있었으니 경사(慶事)가 된 것이 아니겠는가."
『노자』는 이런 말을 했다. ‘禍兮福所倚(화혜복소의) 福兮禍所伏(복혜화소복) 孰知其極(숙지기극) 기무정(其無定) 즉 '화(禍)는 복(福)속에 기대여 있고, 복은 화속에 숨어 있도다. 그러하니 누가 화(禍)와 복(福)의 끝을 알 수가 있는가. 이처럼 화(禍)와 복(福)의 끝은 정해짐이 없음이다.'하였다.『노자』의 이런 말은 제행무상(諸行無常 : 우주 만물은 항상 돌고 변하여 잠시도 한 모양으로 머무르지 않음)의 이치를 말함이다. 그러므로 지금 화(禍)를 당하고 있다면 복(福)으로, 복(福)을 맞고 있다면 화(禍)로 변할 수 있음을 알아차리고 미리 준비하는 것이 지혜의 삶이 아닐까 싶다.
2012년 임진년 '흑룡의 해'는 그 여는 해보다 삶 속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이리저리 부대끼고 몸소 겪으며 내게 폭넓은 경험과 그 경험을 통해 인생의 지혜를 얻었다는 생각이다. 한해를 돌아보며 하나 둘 갈무리해야 할 시점에 와 있는 십이월의 초순을 맞으며 많은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오간다. 삶 속에서 시소를 타듯 기쁨과 행복과 슬픔과 고통의 시간을 오가며 얼마나 마음 졸이며 지냈는지 모른다. 그래도 여전히 내 마음에 남는 것은 감사이다. 그 견디기 어려운 시간에 조용히 찾아와 마음을 지켜주시고 위로해주시고 용기를 주신 사랑의 손길에 감사하다고 고백하는 것이다.
삶의 모양은 참으로 올록볼록하고 울퉁불퉁하다는 생각을 가끔 해본다. 어쩌면 그래서 삶이 더 맛깔스러운 것인지로 모를 일이다. 그 어떤 변화가 없다면 삶이 너무 밋밋해서 지루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해본다. 삶에서 감당하기 어렵고 벅찬 일을 겪은 후에 찾아오는 기쁨과 행복이 갑절이 되는 것처럼 사람에 따라 성격에 따라 겪는 삶의 모양과 색깔도 각양각색으로 있는 것이다. 어찌 됐든 인생 여정에서 자신이 겪는 모든 일들은 삶 속에서 그것이 어려운 일이든 좋은 일이든 멈추지 않고 흐른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 속에 희로애락의 키는 모두 함께 들어있는 것이다.
이쯤에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 가운에서 좋은 일이 있다고 화들짝거릴 일도 어려운 일이 있다고 찌푸릴 일도 따로 없음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또한, 내가 어려울 때 다른 사람의 따뜻한 마음과 손길로 위로가 되었다면 나도 그 누군가에게 그 받은 사랑을 나누는 것이 우리네 삶이 아닐까 싶다. 언제나 멈추지 않고 돌고 도는 세상살이에서 내가 또 언제 어느 때 어떤 모습으로 있을지 모르는 것이 우리네 인생인 까닭이다. 그러하기에 나의 처지와 다르다고 해서 그 사람을 업신여기거나 또 다른 사람 앞에서 비굴하지 않은 자신의 삶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더불어 함께 살아야 할 세상에서 서로 보듬어주고 안아주면서 따뜻한 정과 사랑을 나누며 사는 살이면 좋겠다. 내가 겪는 일이 힘들고 버겁다고 느낄 때 그 어디에선가 나를 위해 누군가의 간절한 기도가 있음을 생각하며 그 견디기 힘든 시간을 지혜롭게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갖기를 바란다. 다른 사람의 아픔과 슬픔과 고통이 내 가슴을 통해 느껴질 때 그냥 지나치지 않고 마음의 간절한 기도를 올리는 것처럼. 삶에서 기쁨과 행복이 슬픔과 고통이 따로이지 않음을 깨닫는 오늘이다. 이렇듯 서로 위로하고 위로받으며 사는 따뜻한 삶이길 소망하면서.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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