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미트 롬니, 선거 그 후
보스톤코리아  2012-11-12, 16:12:54 
11월 7일 새벽 1시가 되서야 승복연설 장에 나선 미트 롬니. 믿어지지 않는 듯 전혀 준비하지 않았던 승복 연설을 짧게 했다. 연설 도중 눈시울이 붉어진 모습
11월 7일 새벽 1시가 되서야 승복연설 장에 나선 미트 롬니. 믿어지지 않는 듯 전혀 준비하지 않았던 승복 연설을 짧게 했다. 연설 도중 눈시울이 붉어진 모습
(보스톤 = 보스톤 코리아) 장명술 기자 = 더 이상 미트 롬니는 암호명 재블린으로 불리지 않는다. 캠페인을 위해 타던 전세 비행기도 없다. 매일 소화해야 했던 살인적인 스케줄도 찾아볼 수 없다. 미트 롬니를 그림자처럼 따라붙던 비밀경호요원(Secret Service)도 7일 아침엔 사라졌다. 아버지 회사가 제조했던 자동차 이름을 땄던 재블린 코드명으로 불리지 않는 이유다.

2006년 이래 대통령의 꿈을 쫓았던 미트 롬니가 11월 6일 밤 준비했던 것은 1118자의 승리 연설이었다. 결코 승복 연설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의 연설은 짧고 슬펐다. 아내 앤 여사를 언급할 때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당연히 승리를 예상한 그는 주지사 재임시절에 개장한 컨벤션 홀을 당선 수락연설 장소로 잡았다. 그가 출마를 선언했던 곳이기도 했다. 보스톤 항구에서 8분간의 불꽃놀이도 계획됐다. 그러나 패배 승복을 망설이던 그가 지지자들 앞에 나섰을 때 상당수의 지지자들은 이미 그곳을 빠져나간 이후였다. 지지자들의 환호도 노래도 늘어지고 힘이 빠졌다. 심지어 그에게 엄청난 양의 돈을 기부했던 기부자들도 결과가 명확해지자 자리를 떴다.

미국은 결코 미트 롬니와 그의 지지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컨벤션 홀 볼룸에 모여든 그의 보좌관들과 고문단들의 눈은 붉어져 있었고 얼굴엔 실망감이 드리웠다. 롬니의 오른팔 역할을 했던 밥 화이트는 롬니와 포옹을 나눴고, 일부는 눈물을 흘렸다.

새벽 3시 35분이 되자 롬니 후보 재정담당 대표는 최고 기부자들에게 이메일을 날렸다. 10시 반 경쯤 인너콘티넨탈 호텔 로즈 볼룸에서 롬니와 브런치를 함께하자는 내용이었다.

보좌진들에게 롬니는 “모든 최선을 다했다”며 노력을 치하했다. 하지만 그는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함께한 사람들이 원하던 바를 성공시키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그의 눈시울이 다시 붉어졌다.

지난 2008년부터 롬니의 수석 보좌관을 지냈던 마크 드모스는 “평생의 꿈이 대통령이던 사람이 문턱에서 실패했을 경우 좌절하게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롬니는 많이 실망하기는 했지만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고 롬니를 평했다.

65세의 롬니가 당장 무엇을 할 것인지 미래가 불투명하다. 그러나 비영리 단체 활동을 할 수도 있고 할아버지 역할을 하며 잠시 쉴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적인 전망은 밝지 않다. 캠페인 시절에서부터 롬니의 보스톤 출신 보좌관들이 워싱턴의 거물들과 거리 두기를 했었고 그들도 롬니를 100% 껴안지는 않았다.

한 최고 기부자는 “그는 그냥 사라질 것이다”라고 밝혔다. “워싱턴에서 자문역할이나 때론 연설을 할 수도 있지만 그외 특별한 역할을 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이미 롬니의 마지막 모습을 거의 대부분 본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롬니는 철저한 데이터 신봉자였다. 또한 회사 운영에서도 그를 바탕으로 했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오바마 선거 캠페인의 철저한 데이터 수집을 바탕으로 한 유권자 설득 측면에서는 절반도 따라가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오바마 캠페인과 롬니 캠페인은 21세기대 20세기의 대결 같았다고 평했다.

롬니는 매사추세츠에서도 패했고, 그의 집이 위치한 벨몬트에서도 패했다.

다음날 새벽 코드명 재블린을 태운 차는 비밀 경호요원이 아니라 그의 큰아들 택의 사브 승용차였다. 앤 여사가 앞좌석에 앉았고 롬니는 뒷자석에 올랐다. 롬니가 잠자리에 들 곳은 벨몬트 그의 집이다. 그가 잠에서 깨면 그는 시민 롬니로서 벨몬트의 아침을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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