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이틀 밤을 꼬박 새우고 말았다. 이유를 들자면 여러 가지가 있을 테지만 가만히 생각하니 바로 "밤새지 마세요 ^^"하고 만들어 놓은 재미있는 공간 때문이었음을 나중에야 알았다. 여하튼 곁에 맑고 밝은 친구가 있다는 것은 내게도 커다란 즐거움이고 행복이다. 때로는 세상의 모든 고민은 혼자서 끌어안은 듯싶은 사람, 삶을 어둡고 칙칙하게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벼운 듯 싶으나 말갛게 우러난 싱그러운 사람들이 몇 있다. 그저 그 상대가 남자이든 여자이든 나이가 많든 적든 간에 상관없이 그 사람의 향기가 좋고 삶의 좋은 에너지를 서로 나눠 가질 수 있는 사람이면 좋은 일 아닐까 싶다.
아주 오래전의 일이었다. 거의 20여 년이 다 되었으니 말이다. 한 남자의 아내이며 세 아이의 엄마 그리고 곁의 많은 시댁 가족들에게 며느리 역할까지 해야 하는 일이 내게 너무도 버거운 일이었다. 그렇게 혼자서 버거운 시간을 견디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때로는 붓글씨를 쓰며 마음을 달랬다. 삶이란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그때가 내게는 제일 행복한 시간이었으며 또한 제일 힘들었던 시기였다. 아무리 둘러봐도 내 곁에는 남편 외에는 그 누구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에서 겪는 속상함을 마음 편히 털어놓을 때가 없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글을 끄적이고 그림을 그리고 붓글씨를 써댔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세 아이가 유치원에 가고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는 내 일을 이제부터라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 생각의 시작으로 글을 쓰게 되었고 바깥의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결정이 내 삶에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끼쳤는지 모를 일이다. 인생은 주어진 것이 아닌 나 자신의 선택이라고 늘 그렇게 생각하며 지금까지 살아왔다. 나 자신이 그 어떤 일이든 간에 스스로 선택을 했기 때문에 그에 따른 결과에도 순응할 수 있는 것이다. 나 자신의 선택이 아닌 다른 사람에 의해 주어진 것이라면 결과에 따라 불평과 불만 그리고 남의 탓으로 돌리게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글쓰기를 시작하며 블로그 공간을 만들게 되었다. 기계로 작동되는 모든 것에는 별 관심도 없을뿐더러 제대로 할줄 아는 것이 없는 편이다. 전화(후대폰)도 그렇고 컴퓨터도 그렇고 그 외의 전자제품 물건들을 제대로 활용할 줄 몰라서 못쓰는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다. 그런데 나 자신에게 필요한 때가 오니 찾아서 공부도 하게 되고 열심히 노력도 기울이고 연습도 하면서 어림 눈짐작으로 대충 남들과 비슷하게 따라가게 되었다. 하지만 컴퓨터도 컴퓨터지만 처음에는 독수리 타법밖에는 한글 자판기를 두들기지 못하는 실력에 애를 먹었던 기억이다. 지금 생각하니 그 시간이 참으로 귀한 시간이었음을 깨닫는다.
얼마 전에는 한 동네에서 알고 지내는 지인이 블로그를 하나 만들었다기에 방문을 해보았다. 사실, 처음은 무엇이든지 새롭기 마련이다. 이 사람은 도대체 어떤 취미와 주제로 블로그를 꾸려갈 것인가 무척이나 궁금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니 글을 쓸 것은 분명한데 어떤 글을 어떻게 쓸 것인가 많이 궁금했다. 처음 그 블로그를 방문하며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그곳에 북아메리카 여행기를 담아놓았는데 그 여행기가 어찌나 재미있던지 그만 이틀 밤을 새고 말았다. 블로그의 작은 이름을 "밤새지 마세요^^" 라고 적어놓은 블로그 주인의 그 깜찍한 발상이 그만 보는 이로 하여금 잠 못 들게 만든 것이다.
그렇게 며칠을 들락거리는 동안에 블로그 주인장의 얼굴은 단 한 번의 소개도 없이 멋진 여행기(북아메리카)와 함께 그림(명화)까지 올려지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본인이 직접 그린 유화와 드로잉을 소개하는데 그 그림을 만나며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지지 않겠는가 말이다. 이 공간을 들락거리며 이 사람을 아는 나는 속으로 은근히 웃음이 지어졌다. 온라인 선상에서의 오가는 대화는 생각보다 솔직하고 진솔할 때가 많다. 이런저런 복잡함이 싫어 내 블로그는 잠금장치를 해놓았다. 내 블로그 공간을 찾아주는 여러 분들에게 미안하기 그지없지만 그것이 내게는 편안한 선택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요즘 이 블로그 공간을 오가며 즐거움과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그것이 얼마 동안일지는 모르지만 서로 보이지 않는 온라인 선상에서 서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고마운 일 아닌가. 서로 취미가 같거나 생각하는 이상이 같거나 그 외의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한 일이다. 자신의 것을 블로그 공간에서 나누다 보면 때로는 자랑처럼 여겨지는 경우도 있다. 그것 또한 어떠랴. 자신을 당당하게 소개하는 세상이 아니던가. 서로 다른 것들을 보여주고 보면서 칭찬해주고 격려해주고 위로해주며 용기를 줄 수 있다면 블로그 공간에서의 나눔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